입력 : 2026.01.07 17:07 | 수정 : 2026.01.08 09:23
[땅집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년 전 강남 역대급 로또 청약 아파트로 유명했던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 당첨됐던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침실 4개짜리 전용 137㎡(54평)로, 당시 분양가가 36억원대였던 대형 평수다. 현재 시세를 고려하면 집값이 70억~80억원에 달한다.
올해 기준 이 후보자가 거두고 있는 잠정 시세 차익이 30억~4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로또 청약 아파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그의 행보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올해 기준 이 후보자가 거두고 있는 잠정 시세 차익이 30억~40억원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과거 로또 청약 아파트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던 그의 행보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6일 이 후보자가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요청안에 따르면 그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전용 137㎡ A타입 한 채를 남편인 김영세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와 공동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아파트가 2024년 7월 말 일반분양할 당시 김 교수가 청약 신청해 당첨을 거머쥐었고, 계약서상 공급가 36억7840만원에 분양받은 것으로 기재됐다. 이후 김 교수가 배우자인 이 후보자에게 지분 35%를 넘겨 증여했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기존 신반포15차를 재건축해 최고 35층, 6개동, 총 641가구 규모로 지은 아파트다. 분양가가 3.3㎡(1평)당 6736만원으로, 국민평형인 84㎡를 최고 23억원대에 분양했다. 당시 인근 아파트 실거래가 40억~50억원에 이뤄지는 것과 비교하면 차익이 2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돌면서 이른바 ‘로또 청약 아파트’로 화제를 몰았다. 실제로 2024년 7월 1순위 청약에서 178가구를 모집하는데 9만3864명이 신청하면서 평균 경쟁률 527.3대 1을 기록했다.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하고 있는 137㎡ A타입의 경우 공급량이 8가구로 적은 데다 대형평수인 만큼 분양가가 34억~37억원대로 비싸 전체 평균보다는 낮은 경쟁률을 보였다. 그럼에도 경쟁률이 81대 1로 높은 편이었다. 이 후보자와 김 교수가 이 경쟁률을 뚫고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에 당첨된 비결이 뭘까.
그 정답은 과거 이 후보자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그는 2020년 이듬해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주제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5년째 무주택자”라면서 “3선 의원을 지냈지만 집 없는 설움은 톡톡히 겪고 있다, 집주인한테 전화가 오는 날이면 밥이 안 넘어가더라”라고 말한 적 있다.
현행 청약 제도상 가점표를 보면 점수 항목은 총 3가지로 구성돼있다. ▲무주택 기간 1년 미만 최소 2점~15년 이상 최고 32점 만점 ▲부양 가족 수 0명(1인 가구) 5점~6명 이상(7인 가구) 35점 만점 ▲청약 통장 가입 기간 6개월 미만 1점~15년 이상 17점 만점 등이다.
이 후보자가 2020년 기준 무주택 기간이 15년이었다고 밝힌 점을 고려하면, ‘래미안 원펜타스’ 청약 시점인 2024년에는 부부가 관련 항목에서 만점(32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된다. 통상 로또 아파트 당첨자마다 청약 통장 가입 기간은 만점(17점)을 받아 이 후보자 역시 이 항목에서 점수를 다 채웠을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부양 가족 항목에선 최소 25점(4명·5인 가구)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김 교수와 이 후보자 부부가 슬하에 아들 세 명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세 항목을 더해 총 가점이 74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에 따르면 ‘래미안 원펜타스’ 137㎡ A타입 당첨 최저 가점이 74점, 최고점은 80점인 것으로 집계됐다.
‘래미안 원펜타스’는 2024년 7월 청약 접수일 기준 준공을 마치고 조합원들 먼저 입주한 후분양 아파트다. 따라서 일반분양 청약 당첨자들은 같은해 8월 계약한 뒤 불과 2개월 만인 10월에 바로 잔금을 납부해야 할 정도로 일정이 촉박했다. 이 때문에 사실상 현금 부자들만 청약할 수 있는 아파트란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 후보자·김 교수 부부의 경우 2016년 기준 총 65억2140만원의 재산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했다. 재산 신고 내역에 따르면 이들 부부가 무주택 지위는 유지하면서 서울·인천 등 수도권 등지에서 토지와 상가를 투자하며 수십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벌어들인 현금으로 부부가 ‘래미안 원펜타스’ 분양대금 총 37억여원을 무리 없이 납부할 수 있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일 국회에 접수된 인사청문요청안을 보면 이 후보자의 재산은 175억7000만원으로 2016년 20대 국회 등원 당시 신고 재산(65억2000만원)보다 100억원 이상 늘었다.
현재 ‘래미안 원펜타스’ 중 이 후보자 부부가 보유한 137㎡ A타입 매물은 하나도 등록돼있지 않다. 하지만 인근 ‘래미안 원베일리’ 133㎡(53평)가 지난해 6월 87억5000만원, ‘래미안 퍼스티지’ 135㎡(52평)가 지난해 9월 75억원 등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주택형이 비슷한 이 아파트도 호가가 70억~8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현재 시점을 기준으로 이 후보자 부부가 강남 로또 청약 당첨으로 30억~40억원 상당의 잠정 차익을 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이 후보자는 과거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된 아파트 집값이 이후 급등하는 현상을 지적하며 "현금 부자는 로또(청약 아파트) 주고, 서민들은 1원 한 푼도 못 가져가게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던 적 있다. 그가 로또 청약 당첨으로 수십억원 차익을 거두게 된 사실을 감안하면 이 같은 발언이 내로남불로 느껴진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