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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1천명씩 몰려온다고?" 청량리 초고층 아파트 주민들 반발

    입력 : 2026.01.06 06:00

    [땅집고] “청량리 일대에서 치안, 위생, 노상방뇨, 음주, 고성방가 문제까지…. 누군가의 선행으로 고통받는 이가 있다면 이것이 과연 올바른 선행일까요?”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에 30여년째 자리잡고 있는 무료 급식소 ‘밥퍼나눔운동본부’(이하 밥퍼)를 둘러싸고 최근 지역 주민들과 운영재단 간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운영재단 측은 사회 봉사 차원으로 무료 급식소를 운영하며 온정을 나누고 있지만, 이 곳을 찾는 노숙인과 사회 취약계층이 인근 신축 아파트 입주민들에게 각종 피해를 끼치고 지역 이미지를 훼손시키고 있다는 민원이 쏟아지면서다.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역 인근 무료급식소 ‘밥퍼나눔운동본부’에 배식을 받으러 온 노숙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가운데 건물 뒷편으로 고층 주상복합이 보인다. /온라인 커뮤니티

    밥퍼는 1988년 최일도 목사가 청량리역 일대에서 3일째 밥을 굶고 있는 노인을 위해 라면을 끓여주면서 시작됐다.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이웃 교회들과 함께 손잡고 후원금을 기반으로 500명 이상에게 밥을 나눠주는 공동 운동으로 발전했고, 1998년 다일복지재단을 운영하면서 본격 무료급식소를 운영하게 됐다. 현재 청량리역 인근에 밥퍼나눔운동본부 건물을 짓고 하루 800~1000명에게 무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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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밥퍼가 처음 생겨날 때만 해도 청량리역 일대는 노후한 다세대·다가구 주택과 낡은 상가가 밀집해있는 서울 대표 낙후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2010년대 들어 정비사업이 이뤄지고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 L65’, ‘청량리역 한양수자인 그라시엘’ 등 초고층 신축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천지개벽했다. 앞으로 청량리역이 총 10개 노선이 지나는 교통 요충지로 발돋움할 예정이라 개발에 속도가 붙은 것이다. 현재 청량리역을 지나는 전철노선은 1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등 6개다. 앞으로 착공을 앞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B·C노선과 강북횡단선, 면목선까지 합하면 총 10개 노선을 품게 된다.

    현재 청량리 일대 대장주로 꼽히는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 L65’의 경우 국민평형인 84㎡(34평) 60층 주택이 작년 11월 19억7500만원에 팔리면서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지역 주민들 사이에선 향후 청량리역이 서울 동북부 교통 허브로 거듭나는 점을 고려하면 ‘국평 20억’ 진입은 따 놓은 당상이고 집값이 더 큰 상승폭을 보일 것이란 기대감이 커져있는 분위기다.

    [땅집고] ‘밥퍼나눔운동본부’에 배식을 받으러 모여 있는 노숙인들.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가운데 밥퍼 무료급식소 때문에 청량리 일대가 과거의 낙후된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하루에 최대 1000명 가까이 청량리를 찾는 노숙인, 취약계층이 인근 신축 아파트에 진입해 소란을 피우거나 술병을 들고 배회하고, 단지 곳곳에 소변을 보는 등 위생 문제까지 일으키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 밥퍼가 좋은 의도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사실상 혐오시설이나 다름 없다는 주장이다. 일부 입주민들은 밥퍼에 식자재를 기부하거나 봉사 활동에 참여하는 지역 상점을 불매하자는 목소리도 내고 있다.

    한 청량리 아파트 주민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밥퍼에서 도시락을 받은 사람들이 아파트 벤치에서 술을 마시고 소변을 본다"면서 "어린이집이 1층에 있는데 애들도 놀라고, 주민들이 경찰이랑 경비실에 신고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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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면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복지재단 측은 배식을 평일 위주로 설정하고 쓰레기 수거를 강화하는 등 자구책을 펼치고 있지만 인력 한계가 있어 모든 노숙인들을 통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밥퍼가 청량리 일대 혐오시설이라는 데 동의할 수 없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미경 밥퍼나눔운동본부 부본부장은 언론에 "밥퍼 때문에 땅값이 내려간다고 하는데 이쪽이 건물이 낮아 오히려 뷰가 더 좋은 것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회복지 전문가들은 청량리에 먼저 자리잡고 있던 밥퍼를 신축 아파트 주민들이 내쫓을 권리는 없다고 조언하면서도, 밥퍼의 길거리 배식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사라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의 경우 노숙인 인권을 존중해 덥고 추운 날에도 몇시간이고 줄을 서야 하는 길거리 배식을 지양하고 있다는 것. 더 나아가 고차원의 사회복지를 위해서는 줄을 세우는 행위를 고집하기 보다는 자체 식당을 마련해 배식하는 것이 모두를 위한 모델이라는 분석이다.

    한편 밥퍼를 두고 갈등이 격화되자 청량리 입주민들 사이에선 다일복지재단이 후원금 문제로 밥퍼를 고집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다일복지재단의 자본금 총계는 149억9054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45억4538만원, 2022년 31억5341만원, 2023년 28억7492만원 등 매년 수십억원대의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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