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6.01.02 06:00
토지 보상은 마무리…이주는 진행 중
2027년 상반기 착공·2029년 완공 예정…현장은 이주 갈등 여전
[땅집고] “많이 이주 갔어요. 남아 있는 사람은 소수예요. 그런데 대책이 있어야지 개발한다고 하면 여기 사는 사람이 갈 데가 어디 있어요. 주민한테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나가죠.” (구룡마을 35년째 거주 중인 주민)
2027년 상반기 착공·2029년 완공 예정…현장은 이주 갈등 여전
[땅집고] “많이 이주 갔어요. 남아 있는 사람은 소수예요. 그런데 대책이 있어야지 개발한다고 하면 여기 사는 사람이 갈 데가 어디 있어요. 주민한테 충분한 보상을 해줘야 나가죠.” (구룡마을 35년째 거주 중인 주민)
지난달 31일 찾은 서울 지하철 수인분당선 구룡역. 5번 출구로 나와 아파트 단지 사이 도로를 따라 20분 가량 걷자 강남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이 나왔다. 마을 입구에는 철조 구조물이 보였고 구조물에는 '토지를 원주민에게 매각하라', '누구를 위한 개발인가 우선권은 주민에게' 등 문구가 적힌 여러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마을 안으로 들어서자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한 골목이 이어졌다. 판자와 비닐로 덧댄 주택 사이로 연탄 더미가 쌓여 있었고, 창문이 깨진 채 방치된 차량도 눈에 띄었다. 주택 사이 좁은 골목에는 ‘개포(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임시이주 신청 안내’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개발계획은 본궤도에 올랐지만 마을 분위기는 멈춰 있는 듯 했다.
☞등록·검색·입찰·EXIT까지 한번에 다 된다…NPLatform 실시간 AI 분석 리포트 제공!
◇서울 마지막 판자촌, 3700가구 새아파트로…공공임대·미리내집 중심
구룡마을은 1970∼1980년대 서울올림픽 개최 등으로 강남권이 개발되는 과정에서 철거민 등이 이주하며 형성된 무허가 판자촌이다. 화재와 홍수 등 자연재해에 취약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2012년 도시개발구역으로 처음 지정됐으나 개발방식에 대한 의견차 등으로 표류했다. 서울시는 다시 2016년 구룡마을을 도시개발구역으로 지정하고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이후 지난 2020년 6월 구룡마을 도시개발사업 실시계획이 인가·고시됐다.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시행을 맡아 본격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10일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구룡마을 재개발 계획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계획에 따르면 이 곳에는 최고 30층, 총 3739가구 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다. 이 가운데 1107가구는 기존 거주민 재정착을 위한 통합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한다. 나머지 1691가구는 서울시의 신혼부부 주거안정 정책인 ‘미리내집’(장기전세주택Ⅱ)으로 배정된다. 일반분양 물량은 941가구로, 공공분양 219가구와 민간분양 722가구다. SH는 2027년 상반기 착공, 2029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토지 소유권 이전은 마무리됐다. SH는 2023년 5월 보상계획 공고를 시작으로 토지 보상과 감정평가를 통해 협의 계약을 진행했다. 전체 토지 24만㎡ 중 약 16만㎡는 협의 계약을 통해 계약을 진행하고 나머지 8만㎡는 토지보상법에 따라 수용재결 절차를 진행했다. 수용재결이란 사업 시행자가 공익사업을 위해 토지 등을 취득할 때 그 소유자와 먼저 협의하고 협의가 되지 않으면 지방토지수용위원회를 통해 토지, 물건 등을 취득할 수 있는 법적 절차다. 비닐하우스 등 물건 1931건에 대해서도 협의 및 수용을 거쳐 소유권 이전 절차를 마무리했다. 구룡마을에 들어간 토지 보상비는 약 1조200억원이다.
SH는 구룡마을 주민들의 신속한 이주를 위해 지원책을 시행하고 있다. 임대보증금을 전액 면제하고 임대료를 60% 감면(차상위계층 및 기초생활수급자 100% 감면)하는 등이다.
☞[놓치면 손해] 경공매 초보도 성공하는 ‘AI 퀀트 분석 툴’ 반값에 공개!
◇보상방식 놓고 입장차 여전…SH “분양권 대상자 없다” VS 원주민 “대안 필요”
그러나 개발과 보상 방식을 두고 주민들과 지자체 간 입장 차가 있어 사업 지연 가능성이 점쳐지는 상황이다.
현행 토지보상법상 무허가 건축물 거주자는 분양권을 받지 못하지만 무허가 건축물이라도 지난 1989년 1월 24일 이전에 소유하고 있으면 분양권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원주민 중 이 조건에 해당하는 대상자가 없다는 게 SH의 설명이다.
상당수 주민은 임시임대주택으로 이주를 마쳤지만 남아있는 일부 주민은 여전히 마을을 지키고 있다. 이들은 오랜 기간 거주해 온 터전에 대한 재산권을 인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구룡마을에 30년 넘게 거주해 왔다는 60대 박모씨는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건 아니다”라면서도 “불법으로 거주한 게 아닌데 충분한 보상이나 대안 없이 무조건 나가라고 하는 건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고 말했다. 이어 그는 “여기서 오래 살아온 주민들에게 공공임대주택으로 살라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한편 구룡마을은 행정구역상 강남구에 속하지만 주변 주거 환경과는 뚜렷한 대비를 이룬다. 양재대로 건너편으로는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 ‘래미안블레스티지’(1957가구), ‘개포래미안포레스트’(2296가구) 등 개포동 재건축 아파트 단지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이들 단지는 전용면적 84㎡ 기준 34억원을 웃도는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ye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