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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채권 정리한다는 상호금융권…"대부분 눈속임용 파킹" 논란

    입력 : 2025.12.29 08:06

    금감원 “연체율 4%대로 낮춰라” 요구에 NPL 정리 속도전
    상호금융권 펀드 등 설립…부실 옮겨놓는 파킹 논란 여전

    [땅집고] 새마을금고·수협 등 상호금융권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채권(NPL) 정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금융당국이 연말까지 평균 연체율을 4%대로 낮추라고 주문한 이후 NPL 자회사 설립과 정상화 펀드 조성을 통해 부실 털기에 나서고 있다 .

    그러나 시장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낸다. 대다수 금융사들이 회계상 연체율 숫자만 낮추는 이른바 ‘NPL 파킹’을 시도하고 있다는 것. NPL 파킹은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 자산을 실제 시장에서 매각하지 않고 일시적으로 다른 곳(펀드나 자회사 등)에 옮겨두는 거래를 의미한다.

    장부는 가벼워졌을지 몰라도, 실제 매각과 현금 회수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어 오히려 부실과 위험만 더 키우는 꼴이라는 지적이다.

    [땅집고] 상호금융권 로고 모음./조선DB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연말까지 상호금융권의 평균 연체율을 4%대로 낮춘다는 방침을 공표했다. 상호금융권(새마을금고 제외)의 연체율은 올 6월 말 기준 5%대 중반 수준으로, 연체율이 가장 높은 신용협동조합(신협)은 8.35%에 달한다.

    이에 따라 상호금융권은 부실 자산을 덜어내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새마을금고는 올 7월 NPL 자회사인 엠지암코(MG AMCO)를 출범시켰고, 신협중앙회는 지난해 세운 ‘케이씨유(KCU) NPL 대부’의 자본금을 대폭 확충했다.

    수협중앙회는 지난해 설립한 NPL 정리 자회사 ‘수협엔피엘대부’에 500억원을 추가 출자했다. 수협엔피엘대부는 올 3월 금융위원회에 대부업 등록을 마치고 9월 말까지 약 1300억 원의 NPL을 매입했다. 수협은행에서 1800억원 규모 NPL 매입·운영자금도 마련했다.

    수협중앙회는 자체적으로 설정한 NPL펀드와 조합 자체 매각 유도로 총 5000억원 규모의 NPL을 매각했다. 산림조합중앙회는 ‘SJ NPL 대부’를 설립하며 NPL 정리에 들어갔다.

    저축은행들도 마찬가지다. 저축은행중앙회는 올 들어 정상화펀드를 통해 약 2조원이 넘는 NPL을 정리했다. 지난해 5330억원 규모 1·2차 정상화펀드를 시작으로 올해 3차(2000억원), 4차(1조2000억원), 5차(7100억원) 펀드를 연이어 조성했다. 6차 펀드도 내달 중순쯤 조성 절차를 마무리할 예정이다. 내년에는 NPL 자회사를 설립해 꾸준한 자산건전성 관리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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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호금융권의 적극적인 부실 정리 조치로 지표상 연체율은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실질적인 부실채권 정리는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우려한다. 부실채권을 시장에 내다파는 것이 아니라 내부 펀드나 계열 자회사로 이전하는 방식으로 부실을 그저 옮겨놓는 NPL 파킹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정상적으로 시장에서 매각하려면 최소 40~50% 할인이 필요한 부실자산을 20~30% 할인한 수준에 이전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고 했다.

    이 경우 회계상 연체율은 낮아지겠지만 부실은 그대로 남는다. NPL이 내부로 옮겨진 뒤 실제로 외부 매각이 이뤄졌는지, 그리고 현금 회수로 연결됐는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리스크가 해소됐다고 보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이런 논란을 줄이기 위해 매각 과정의 투명성과 경쟁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내부 이전이 아닌 매각 절차·가격 형성·권리 이전 과정이 명확히 드러나야 진성 매각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은 자체 매각 시스템 구축과 외부 투자자 유입 확대를 병행하면 매각 속도와 가격의 시장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다고 본다.

    국내 최초 AI기반 부실채권 거래 플랫폼 ‘엔플랫폼’을 운영하는 김기현 트랜스파머 대표는 “단순한 내부 이전에 그칠 것이 아니라, 매수자 경쟁을 통해 가격이 형성되고 위험이 실제로 이전되는 구조가 필요하다”며 “내부 매각 체계를 갖추되, 외부 투자자와 AMC가 참여할 수 있는 통로를 함께 열어야 매각 속도와 신뢰도를 동시에 확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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