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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장인 삼표그룹 회장 4년 구형 파장, 사법리스크에 5조 개발 사업 어쩌나

    입력 : 2025.12.29 06:00

    삼표그룹 중처법 오너리스크
    PF 앞둔 성수동 개발 불똥 튀나
    장남 부당지원 혐의, 사법리스크 첩첩산중

    [땅집고] 중대재해처벌법(중처법) 시행 후 1호 사고로 재판에 넘겨진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에게 검찰이 실형을 구형했다. 삼표그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본격화한 가운데 그룹 핵심 사업인 ‘5조원 규모’ 성수동 부지 개발 사업에도 비상이 걸렸다. 주력인 건자재 업황이 최악인 상황에서 그룹의 명운을 건 부동산 개발 사업이 오너 리스크라는 거대한 암초를 만난 형국이다.

    이달 19일 검찰은 경기 양주시 채석장 근로자 3명 사망 사고와 관련해 정도원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검찰은 “정 회장이 현장의 위험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방치했으며, 중대재해처벌법상 경영 책임자에 해당한다”며 중형을 구형했다. 중처법 시행 이후 경영책임자에게 실형이 구형된 첫 사례다.

    [땅집고] 서울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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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멘트 벗고 부동산 개발업

    삼표그룹은 레미콘·시멘트 등 주력사업이 건설경기 침체에 어려움을 겪자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부동산 개발사업을 그룹 차세대 신성장 동력으로 육성 중인데 난관을 맞닥뜨렸다. 삼표그룹은 2018년 1월 계열사 에스피에스테이트를 설립하고, 자사 보유 부지를 활용한 대형 개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에스피에스테이트의 최대주주는 지분 50.51%를 보유한 정도원 회장이며, 장남 정대현 부회장도 25%를 보유하고 있다. 자녀인 정지선 씨와 정지윤 씨 역시 각각 9.5%, 14.99%의 지분을 갖고 있다.

    대표 사업은 성수동 삼표레미콘 부지 개발이다. 삼표산업은 2022년 현대제철로부터 서울 성동구 성수동 부지를 약 3824억원에 매입했다. 3.3㎡(1평)당 매입가는 약 4500만원으로, 당시 성수동 일대 평당 토지가격이 1억5000만원 안팎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시세 대비 크게 낮은 수준이다. 업계에선 정도원 회장이 현대제철이 속한 현대차그룹 정의선 회장의 장인이라는 점이 거래 배경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정도원 회장은 정의선 회장의 아버지 정몽구 회장과 경복고 동문인데다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있다.

    이 부지에는 연면적 약 44만㎡ 규모, 최고 79층의 초고층 복합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완공하면 롯데월드타워(123층·555m)에 이어 서울에서 두 번째로 높은 건물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와의 사전협상을 통해 해당 부지는 제1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지역이 4단계 상향됐다. 용적률도 150%에서 800%로 크게 높아졌다. 사업성이 대폭 개선된 대신 삼표그룹은 약 6000억원 규모의 공공기여를 이행해야 한다.

    ◇5조 막대한 사업비 조달 경고등

    문제는 막대한 자금 부담이다. 전체 사업비는 5조원 이상으로 추산되며 초고층 건축 특성상 공사 난이도와 비용 부담이 크다. 인건비와 자재비가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가운데 50층 이상부터는 공사비가 일반 건축 대비 두 배 이상 소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규모 프로젝트파이낸싱(PF)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현재 64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 만기는 내년 10월로 약 10개월가량 남아 있다.

    금융권에서는 오너에 대한 사법 리스크를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자금 조달 조건이나 구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삼표그룹 측은 “성수 삼표부지 개발은 내년 말이나 내후년 초 착공을 목표로 시공사 선정 등 사업 전반을 검토 중인 단계로 이번 구형이 당장 사업 진행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은 크지 않다”며 “그룹 안전팀을 중심으로 현장 안전 관리 체계를 강화해 재발 방지에 나서고 있다”고 밝혔다.

    [땅집고] 19일 재판에 출석하는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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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감 몰아주기·경영권 승계 의혹

    정 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는 중처법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정 회장은 지난달 4일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도 불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삼표그룹이 계열사 에스피네이처에 약 74억원 규모의 부당 지원을 제공했다고 보고 있다. 에스피네이처는 정 회장의 장남 정대현 부회장이 지분 71.95%를 보유한 회사로 삼표산업으로부터 안정적으로 일감을 받아온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에스피네이처의 매출은 2014년 558억원에서 지난해 6403억원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검찰은 이러한 내부거래 구조가 장남 중심의 경영권 승계를 염두에 둔 사익편취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단순한 내부거래를 넘어 그룹 지배구조 전반이 사법 판단의 대상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오너 리스크가 사업이 중단되진 않겠지만, PF 대출이나 시공사 선정 등 민감한 의사결정 단계에서 차질이 예상된다”며 “향후 판결 결과에 따라 성수동 초고층 프로젝트의 착공 시기가 불투명해질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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