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29 06:00
<직원들이 개인정보 조직적 유출한 신한카드 사태 집중탐구>1편=실적 압박이 초래한 개인 정보 유출
내부 직원 12명이 3년간 정보 유출
외부 제보로 사건 전모 드러나, 내부 통제 시스템 전무
실적 압박이 조직적 범죄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진옥동 회장이 발탁한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 타격 불가피
[땅집고]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가 뜨거운 가운데 신한카드에서도 19만명에 달하는 개인정보가 유출되는 사고가 터졌다.
외부 해킹이나 정보기술(IT) 문제가 아니라 영업 현장 직원 12명이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고객 정보를 빼돌렸다. 개인정보 보호를 최우선해야 할 금융기관이 이를 장기간 방치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퇴사 직원의 정보유출인 쿠팡과 달리, 현직 직원 12명에 의해 정보 유출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신한카드 사태는 더 악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그동안 신한금융그룹이 개인정보 보호 등 금융산업의 혁신을 주도하겠다고 주장해왔는데, 이번 정보 유출로 신뢰성 자체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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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3일 신한카드는 가맹점주들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상황을 파악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신고 절차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번 유출은 영업점 직원들이 카드 모집인에게 가맹점주들의 개인정보를 전달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파악됐다.
보통 자영업자들은 매장에 카드 단말기를 설치하면서 각 카드사와 가맹점 계약을 맺는다. 이 때 이름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가 카드사에 넘어가는 구조다. 신한카드는 영업점 직원들이 2022년 3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년 2개월 동안 신규 계약을 맺은 가맹점주들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뒤 카드 모집인에게 넘긴 것으로 파악 중이다. 즉 가맹점주들을 신규 카드 고객으로 만들어 실적을 높이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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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유출에 가담한 직원은 최소 5개 영업점 소속 총 12명이다. 카드 모집 실적 등 무리한 실적 경쟁이 조직적 정보 유출이라는 범죄로 이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이들은 내부 규정상 서버에서 개인정보 파일을 직접 내려받지 못하게 돼 있어, 모니터 화면을 카메라로 찍거나 일일이 수기로 옮겨 적는 방법까지 동원했다.
이번 유출 사고 조사는 신한카드 가맹점주들이 개인정보 보호위원회에 개인정보가 유출됐다고 제보하면서 시작됐다.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지난달 12일 신한카드에 관련 자료를 요구했고, 이에 따라 신한카드가 약 한 달 동안 자체 조사를 진행한 것이다. 만일 외부 제보가 없었으면 더 큰 대규모 정보 유출로 이어졌을 것이라는 의미에서 신한카드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구멍이 뚫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신한카드에 따르면 이번에 유출된 정보는 가맹점 총 19만2088곳의 ▲상호 ▲주소 ▲가맹점 대표자 개인 휴대전화 번호 ▲이름 ▲생년월일 ▲성별 등이다. 이 중 휴대전화 번호만 유출된 경우가 18만1585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어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이 함께 유출된 경우가 8120건으로 두 번째였다. 휴대전화 번호와 이름·생년·성별 4가지 정보가 함께 유출된 경우는 2310건, 휴대전화 번호·이름·생년월일 3가지 정부가 유출된 사례가 73건으로 집계됐다.
이번 유출 사고에 대해 신한카드는 “가맹점주 주민등록번호 등 민감한 개인정보나 카드번호·계좌번호 등 신용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더불어 가맹점주 외 일반 고객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자체 조사여서 신뢰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현재 신한카드는 홈페이지에 개인정보 유출 안내와 사과문을 게시하고, 가맹점주들이 개인정보 유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페이지를 운영 중이다. 신한카드 관계자는 언론에 “현재 유출된 정보로 인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확인된다”면서도 “피해가 발생할 경우 적극적으로 피해 보상에 나설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사고로 박창훈 신한카드 사장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박 사장은 올해 1월 신한카드 사장에 취임했는데 경영실적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신한카드의 순이익은 지난해 1~3분기 5551억 원에서 올해 1~3분기 3834억 원으로 30.93% 하락했다. 연세대학교 정치외교학과 출신인 박 사장은 LG카드에 입사해 신한카드가 LG카드를 인수합병한 뒤 신한카드 신성장본부장과 플래이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진옥동 신한금융 지주 회장이 파격적 발탁인사를 했으나, 실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