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로 만든 아파트 불나면 어쩌죠?" 성북구서 20층 목조 아파트 짓는다

[땅집고] 서울 성북구 종암동에 국내 최초 목조 아파트가 건립 중이다. 서울 시내 콘크리트 숲에 둘러싸인 친환경 아파트가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인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종암동 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7일 국립산림과학원이 주최한 ‘목조건축 혁신과 공동주택 대전환 전략’ 심포지엄에 참여해 목조아파트 추진 방향과 탄소중립 실천 전략을 공유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번 심포지엄은 목조건축 기술 발전과 공동주택의 녹색건축 적용 확대 등을 논의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서 개운산마을 조합의 목조주택 시공 사례가 관심을 받았다. 그간 단독주택이나 타운하우스에만 적용하던 목조 주택을 아파트로 구현하는 것은 국내에서는 첫 시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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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운산마을 가로주택정비사업지는 성북구 종암동 일대 위치해 있다. 4호선 길음역에서 걸어서 약 20분 거리에 있다. ‘래미안 세레니티’(955가구), ‘래미안 크리시엘’(1168가구), ‘종합현대아이파크2차’(782가구) 등 중대형 아파트 단지들과 개운산으로 둘러싸여 있다. 2021년 4월 조합을 설립하고, 2022년 7월 건축심의 완료했다. 2023년 10월 사업시행 인가를 받았고, 2025년 9월 24일 착공했다.

개운산마을 일대는 지하 3층~지상 20층, 총 130가구 규모의 아파트로 변신한다. 130가구 중 18가구를 목조 구조로 시공한다. 설계는 간삼건축, 시공은 보미건설, 건설사업관리(CM)는 한미글로벌이 맡았다.

이 18가구에 반영하는 목구조에는 구조용 직교 집성판(CLT)이 사용된다. 조합에 따르면, 유럽과 미국에서 주로 사용하는 공학 목재로 나무의 결을 90도로 교차해 제작한다. 벽, 바닥, 지붕 등 구조 시스템에서 하중을 지자하는 요소로 사용되며, 이론적으로는 중층, 고층 건물에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아파트에 시공한 경험이 없다. 조합은 이번 사업이 향후 대규모 목조건축 허용을 위한 정책, 기술 기준의 ‘테스트 베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합은 목조 아파트 시공으로 ‘탄소중립 아파트’를 구현한다는 계획이다. 국립산림과학원과 조합에 따르면, 목구조로 시공하면 기존 철근콘크리트 구조 대비 탄소배출량이 약 80% 감소한다. 개운산마을 아파트 18가구의 경우 약 4068톤의 이산화탄소 배출 절감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30년 소나무 52만 그루가 1년간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과 동일한 수준이다.

이원형 개운산마을 조합장은 “목조아파트는 탄소저감 효과가 큰 친환경 주거 대안으로 정비사업의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것”이라며 “이번 심포지엄을 계기로 산·학·연·관 협력 체계를 공고히 하여 기술적·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불안감은 있다. 목재를 사용해 짓는 주택이기에 화재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 지난 16일에는 경기 남양주시 수동면에 위치한 목조 단독주택에 화재가 발생해 1동이 전소하는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목조 주택에 대한 근본적인 불안감을 씻을 수는 없다.

다만 업계에서는 목재라고 해서 화재 위험성이 무조건 높은 것은 아니라는 분석이다. 특히 개운산마을 아파트에 사용하는 CLT 등 공학 목재는 화재와 지진에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현 전 산림청장은 이데일리 특별기고를 통해 “목재는 불이 붙는 가연성 재료지만 낮은 열전도율과 화재 시 발생하는 탄화층으로 우수한 화재 안전성을 가지고 있다”며 “ 구조용 직교 집성판(CLT) 등 공학 목재는 화재와 지진에도 강하다”고 했다.

이어 남 전 청장은 “국립산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CLT의 압축강도는 철의 2배, 콘크리트의 9배나 된다. 목구조 건축물의 평균 수명은 약 58년으로 콘크리트구조(22년), 철골구조(11년)보다 내구성도 뛰어나다”고 덧붙였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