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25 06:00
[땅집고] 2023년 12월 준공한 경기도의 한 타운하우스 단지가 아직도 정상적인 입주가 어려운 상태에 놓였다. 수분양자들의 제보에 따르면 주택 내부는 천장이 뜯겨 골조가 드러나 있고,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마감 공사조차 이뤄지지 않은 상태다. 초기 하자 보수가 제때 이뤄지지 않으면서 방치된 문제가 더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의 현장은 경기 용인시 기흥구 보정동의 ‘죽전테라스앤139’. 땅집고는 입주 초기였던 2년 전에도 현장을 찾은 바 있다. 당시에는 누수와 난간 흔들림 등 하자 민원이 잇따랐는데, 시간이 흐르며 보수가 진행됐을 것이란 기대와 달리 현장 상황은 더 악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죽전테라스앤139는 전용 84㎡ 단일 평형, 전 세대 개별 테라스를 적용한 타운하우스로 조성됐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분양 당시 분양가가 8억~12억원 수준이었고, 짧은 기간에 완판됐다. 그러나 현재 입주한 가구는 전체 139가구 중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시공사인 동광건설이 재무 악화로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공사·하자 보수 정상화가 지연됐고, 치명적 하자가 해결되지 않은 채 입주가 계속 미뤄졌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일부 수분양자 55가구는 분양계약 해지와 대금 반환을 요구하며 집단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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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자들은 입주 후에도 누수와 곰팡이 문제가 반복된다고 호소한다. 한 계약자는 “사람이 살지 않는 집이라고 해도 일반적으로 이끼가 끼지는 않는데, 이끼가 끼어 있더라”며 "일부 동에서는 엘리베이터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최근 시행사인 보정PJT와 신탁사인 교보자산신탁 간 갈등이 격화되면서 현장은 더 혼란스러워졌다. 시공사 회생절차가 시작된 이후 시행사와 신탁사 사이의 대립이 물리적 충돌로 번졌다는 것이다. 양측 갈등의 도화선으로는 시행사가 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운영한 ‘선 입주 체험 프로그램’이 거론된다.
시행사는 장기간 비어 있는 세대를 방치하면 하자가 더 심해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일부 세대를 임시 거주 형태로 운영했다고 설명한다. 시행사 측은 단기 임차인들에게 수분양자들이 소송을 진행 중이라는 사실을 고지했고, 3개월 전 통보하면 조건 없이 퇴거해야 한다는 특약도 넣었다며 문제 없는 운영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교보자산신탁은 이를 ‘불법 임대차’로 보고 명도소송을 제기했다. 교보자산신탁 관계자는 “시행사가 당사의 동의 없이 ‘체험 후 입주 프로그램’이라는 명목으로 불법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다”며 “시행사 측이 용역업체를 고용해 입주시켜 단지 정상화를 방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교보자산신탁은 지난 8월 B 용역업체와 계약을 맺고 건물관리·유지보수 등 관리 업무를 위임했다고 밝히며, 현장에 용역 인력을 상주시킨 것은 무단 점유 해소를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시행사 측은 법원 명령 없는 사실상의 강제집행이라고 반발한다. 판결문이나 집행문 없이 무력으로 점유를 시도한 것은 자력구제 금지 원칙 위반이라는 주장이다. 시행사 측은 이 과정에서 물리적 충돌과 부당 행위가 있었다고도 주장했다.
시행사는 9월 교보자산신탁 대표와 임직원 4명을 건조물침입·재물손괴·업무방해·협박·업무상 배임·경비업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시행사 측은 서울 광화문 교보생명빌딩과 강남 교보타워 앞에서 상복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갈등이 장기화하며 피해는 계약자들에게 집중되고 있다. 한 계약자는 “그들(시행사와 신탁사)의 문제이긴 한데 양측 다 이해가 안 된다”며 “소송한 지 곧 3년 차인데 돈은 돈대로 묶이고 고생은 고생대로 한다”고 토로했다.
현장에는 여전히 용역 인력이 단지 곳곳에 배치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공사 파산과 시행사, 신탁사 갈등, 명도소송, 폭행 논란까지 이어진 상황 속에서 입주를 기다리던 수분양자들은 준공 후 2년이 지난 지금도 악몽을 꾸는 심정이다./chujinzer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