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23 06:00
[땅집고] “우리 동네에도 누적 테스트 하는 수학학원이 있나요?”
최근 서울 한 학군지 정보를 다루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게시물이다. 해당 글에는 “여기는 아직 없다” “A학원에서 했었다” 등 학부모의 경험과 “저희 학원에서 가능하다” 등 학원 관계자의 의견 등이 댓글로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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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학군지의 중심인 강남구 대치동에 등장한 ‘누테’ 학원이 학군지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누테’는 ‘누적테스트’의 준말로, 학습 과정 전 범위를 대상으로 치르는 시험이다. 과거에 배운 내용까지 시험 범위에 포함해 자칫 선행 학습에 집중하다가 전학년 과정을 놓치는 경우에 대비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누테 학원이 성행하는 주요 배경으로 입시 제도 변화를 꼽는다. 최근 대학교 입시 제도가 수능 중심에서 내신 중심으로 바뀌면서 내신의 중요도가 크게 올라갔고, 무조건적인 선행 학습이 오히려 불리하다는 의견이 형성된 영향이다.
◇ 대치동 수학 학원이 선보인 ‘누테’, 엄마들 사로잡았다
‘누테’의 등장은 10여년 전, 국내 1순위 학군지인 강남구 대치동이었다. ‘레테(레벨 테스트)’처럼 통용되는 단어는 아니었으나, 일부 학부모들은 ‘누적테스트’ 학원을 묻는 등 관련 정보를 공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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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누테를 도입한 곳은 1999년 문을 연 ‘생각하는수학(생수)’이다. 고등 수학 전 범위를 선행하고, 매 수업 누적테스트를 치르는 과정을 선보였다. 이들은 2017년 초등관 생각이크는수학(생크)을 내면서 더욱 사세를 확장했는데, 이 시기 누테의 존재감도 커졌다.
현재는 대치동에서는 중학생 뿐 아니라, 초등 고학년을 대상으로도 이러한 학습 방법이 유행하고 있다. 생각하는수학(생수)·원수학·이든수학·돌파수학 학원 등이 대치동 누테 학원 대표주자로 꼽힌다. 중학생을 대상으로 하던 고등 수학 학원이 앞다퉈 초등으로 내려오면서 시장이 커졌다. ‘원수학’은 올해 수능을 본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 아들이 초·중 때 다닌 게 알려지면서 더욱 화제가 됐다.
대부분 학원이 자율형사립고(자사고)·일반고에 진학할 최상위권 학생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에는 중학생을 넘어 초등학교 고학년까지 학생 연령이 내려왔다. 누테 학원의 경우 정규 수업 시간보다 시간이 긴 편이다. 시험 후 오답 확인 등을 거치면 최대 5시간까지 늘어난다는 이야기가 많다.
◇ 목동·중계동·평촌 등 학군지로 번지는 누테…등장 배경은?
대치동에서 성행한 누테는 양천구 목동, 노원구 중계동, 안양 평촌 등 다른 학원가로도 번지는 추세다. 유명 수학 프랜차이즈 학원이나 소문을 들은 학원들이 하나 둘 선보이는 경우가 늘고 있다. 지역 교육 커뮤니티에는 누테학원을 문의하는 글이 종종 목격된다. 누테가 무엇인지부터 누테학원 추천, 누테학원 후기 등 여러 의견이 게재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른바 ‘누테 열풍’이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주요 대학교들이 입시에서 수능 점수 못지 않게 내신 점수·등급을 챙기는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경우 2028년부터 수능 최저를 폐지하고, 내신 점수 반영을 40%까지 늘리기로 했다.
그간에는 고등수학에서 나아가 경시대회 대비반 등 최상위권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학원이 수능 고득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인기를 끌었는데, 앞으로는 꼼꼼한 학습이 가능한 학원의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누테는 그간 선행학습에 매달리다 해당 학년 과목 학습 내용을 잊어버린 학생들에게 효과적인 학습 방법이 될 수 있다.
비학군지로의 이동을 의미하는 ‘탈(脫) 대치’ 현상도 이런 변화과 무관치 않다. 경쟁이 치열한 대치동 학교에 다니는 것이 오히려 명문대 진학에 불리한 경우가 많아서다. 자녀 입시를 위해 대치동에 월세집이라도 오려는 학부모가 많았던 과거와 완전히 달라진 분위기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