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23 06:00
매출 1조원 돌파…창립 15년만
소분 소비가 키운 수요
'저마진·대량 판매’ 전략 먹혔다
[땅집고] 국내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 압박에 놓였지만, 이마트 트레이더스만큼은 예외다. 대형마트가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회원제 없는 창고형 할인점은 오히려 고물가 시대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분 소비가 키운 수요
'저마진·대량 판매’ 전략 먹혔다
[땅집고] 국내 오프라인 유통시장이 온라인 쇼핑의 급성장과 소비 위축이라는 이중 압박에 놓였지만, 이마트 트레이더스만큼은 예외다. 대형마트가 사양 산업으로 분류되는 가운데, 회원제 없는 창고형 할인점은 오히려 고물가 시대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 대형마트는 줄고, 트레이더스는 늘었다
이마트의 점포 전략에서도 흐름은 명확하다. 이마트 대형마트 점포 수는 2016년 147곳에서 올해 3분기 기준 133곳으로 9년 새 14곳 줄었다. 반면, 동기간 트레이더스 점포 수는 11곳에서 24곳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성과는 숫자로 바로 나타났다. 지난 2월 문을 연 트레이더스 마곡점은 개점 당일 매출 20억원을 기록하며 신기록을 세웠고, 9월 개점한 인천 구월점은 당일 매출 30억원으로 이를 다시 경신했다. 구월점은 개점 이후 11월 19일까지 매출 달성률이 180%를 넘겼고, 이 기간 하남점을 제치고 전국 매출 1위 점포로 올라섰다.
☞시니어타운 개발, 절대 실패하지 않는 ‘올인원 실무 과정’ 신청하기 >>
◇ 분기 매출 첫 1조…“정용진 야심작, 숫자로 입증”
실적은 더욱 분명하다. 이마트 별도 기준 2025년 3분기 트레이더스 매출은 1조4억원으로, 창립 15년 만에 처음 분기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3.6% 증가한 수치를 보였다.
수익성 개선은 더욱 뚜렷하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95억원으로 전년보다 41억원 늘었고, 매출총이익률도 0.5%p 개선됐다.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동시에 이뤄진 ‘질적 성장’ 국면이라는 평가다.
◇ “대용량 사서 나눠 쓴다” 소분 소비가 키운 수요
트레이더스 흥행의 배경에는 소비 방식의 변화가 있다. 고물가 속에서 ‘필요한 만큼만, 최대한 저렴하게’ 소비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대용량 상품을 공동 구매해 나누는 ‘소분 소비’가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당근마켓 등 에서는 두루마리 휴지, 대용량 간식, 냉동식품 등을 함께 사서 나누는 소분 모임이 일상화됐다. ‘쪼개요’, ‘올웨이즈’ 등 공동구매 플랫폼도 활성화된 지 오래다.
중고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신규 소분 모임 수는 전년 대비 약 12배 증가했고, 누적 소분 모임도 6배 이상 늘었다. 당근 관계자는 “실속형 소비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대용량 제품을 나눠 구매하는 수요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고 했다.
◇ 회원권 없는 창고형…접근성이 경쟁력
트레이더스의 가장 큰 차별점은 ‘회원권이 없는 창고형 매장’이라는 점이다. 진입 장벽이 낮아 소비자 접근성이 높고, 충동구매 대신 계획 소비를 유도하는 구조다.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처에서 제외되는 악재 속에서도 최고 실적을 낸 이유로 꼽힌다. 여기에 대용량·번들 중심의 상품 구성, SKU 축소를 통한 물류 효율화, 자체 브랜드(PB) ‘T 스탠다드’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이 더해졌다.
T 스탠다드 매출은 올해 1~10월 기준 전년 대비 약 19% 성장했다. ‘저마진·대량 판매’ 전략이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셈이다.
이마트는 올해 9월 트레이더스를 정식 사업부로 승격하며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 추가 출점도 예고했다. 내년에는 의정부점이, 2027년에는 인천 서부권과 창원 스타필드 내 입점이 예정돼 있다. 이제는 트레이더스가 단순한 보조 수준을 넘어, 이마트 포트폴리오의 핵심 축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이 나온다.
2011년 2841억원에 불과하던 트레이더스 매출은 지난해 3조5495억원으로 12배 성장했다. 올해 3분기에는 사상 처음 분기 매출 1조원을 넘어섰다. 업계에서는 이 흐름이 이어질 경우 연매출 4조원대 진입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고물가가 길어질수록, 대형마트 대신 창고형 매장을 찾는 소비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자체 브랜드 T스탠다드'를 앞세운 전략이 강점으로 작용한 덕분"이라며, "가격·상품·공간의 세 축을 중심으로 고객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