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22 06:00
[우리금융 집중탐구] ① 민간 금융그룹 총수로 변신한 금융위원장
보수 정권 3대째 생존한 ‘모피아’, 李 정부서도 연임 유력
한진해운 파산 책임론 최순실 개입설 극복, 윤 정부서 부총리 기용설도
은행 비중 90% 이상 ‘지주사 무색’…주담대 의존도 ‘최고’
[땅집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유력해지고 있다. 보수 정권 3대에 걸쳐 요직을 두루 거쳤는데도 진보 정권이 다시 들어선 이후 첫 번째 금융그룹 회장 인선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도 어쩔 수 없는 ‘모피아 공화국 대한민국’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회장은 재임 기간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과 내부 통제 강화 등 성과가 인정을 받고 있지만, 은행 비중이 높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 과제로 꼽힌다.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을 주요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선언했음에도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주요 시중은행 중 주택담보대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보수 정권 3대째 생존한 ‘모피아’, 李 정부서도 연임 유력
한진해운 파산 책임론 최순실 개입설 극복, 윤 정부서 부총리 기용설도
은행 비중 90% 이상 ‘지주사 무색’…주담대 의존도 ‘최고’
[땅집고]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내년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연임이 유력해지고 있다. 보수 정권 3대에 걸쳐 요직을 두루 거쳤는데도 진보 정권이 다시 들어선 이후 첫 번째 금융그룹 회장 인선에서도 생존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재명 정부도 어쩔 수 없는 ‘모피아 공화국 대한민국’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임 회장은 재임 기간 종합금융그룹으로 재도약과 내부 통제 강화 등 성과가 인정을 받고 있지만, 은행 비중이 높은 구조적 문제 해결이 과제로 꼽힌다. 생산적 금융으로 대전환을 주요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선언했음에도 주요 계열사인 우리은행이 주요 시중은행 중 주택담보대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것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전위원회는 지난 2일 임 회장을 포함해 정진완 우리은행장, 비공개 외부 후보 2인 등 총 4인의 차기 회장 후보를 확정했다. 임추위는 이달 마지막 주 외부 전문가 면접, 후보자별 경영계획 발표, 심층 면접을 거쳐 최종 후보 1인을 선정한다. 현재로서는 임 회장의 연임 가능성이 가장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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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수 정권 3대째 생존 ‘모피아’, 진보 정권에서도 금융사 회장?
3년 전 취임 당시만 해도 임 회장은 재무부(MOF) 관료와 마피아(Mafia)를 합친 ‘모피아(MOFIA)’의 대표적인 인물로 꼽히며 비판을 받았다. 1958년생으로 1981년 행정고시에 합격해 재정경제부(現 기재부) 관료로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이명박 정부 때 재경부 경제정책국장, 대통령실 경제비서관, 기재부 제1차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거쳤다. 박근혜 정부 때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2013~2015년), 금융위원회 위원장(2015~2017년)을 지냈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경제부총리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금융회사와 공공금융기관에 대한 정책을 추진하는 금융위원장 출신 인사가 금융지주사 회장에 오르는 것에 대해 ‘관치 금융’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국토부장관이 건설사 사장으로 가는 격’이라는 비판까지 나올 수 있다. 더군다나 우리금융은 민영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때였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공적자금이 투입된 후 26년간 민영화 절차를 밟아오다 2024년 3월에야 예금보험공사의 1.24% 지분을 자사주로 매입하며 완전 민영화를 이뤘다.
임 회장은 윤석열 정부에서 부총리 입각설이 나왔지만, 한때 위기를 겪기도 했다. 윤석열 정부의 금융 황태자로 불리기도 했던 이복현 당시 금융감독원장이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이 연루된 부실 대출 사건과 관련 “임 회장 재임 때에도 부당 대출 관련 불법 거래가 확인됐다”, “우리금융 파벌 문제나 자산 운영의 난맥상이 현재 회장 체제 하에서 크게 고쳐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등 퇴진을 압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발언이 오히려 관치 금융논란을 촉발시켜 이 원장이 “임 회장이 그만두면 거버넌스(지배구조)와 관련 아주 큰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임기를 채우는 게 좋겠다”는 발언까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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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물류경쟁력 후퇴시킨 한진해운 파산 주도
금융위원장 재임 시절에는 박 전 대통령의 측근인 최순실 씨와 관련된 의혹에 휩싸인 바 있다. 2016년 11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진해운 구조조정에 최 씨가 영향력을 행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기업 구조조정은 원칙대로 하지 않으면 부작용이 생긴다. 한진해운은 구조조정 원칙에 따라 결정한 것”이라고 답했다.
금융위가 국내 1위, 세계 7위 컨테이너 선사 한진해운을 파산시켜 물류대란을 자초하고, 한국의 물류산업 경쟁력을 수십년 후퇴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최 씨의 민원을 거부했기 때문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SBS는 2016년 10월 27일 “최순실 말 안 들은 조양호, 2월부터 경질 시도”라고 보도했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서 갑자기 경질됐고, 그 배경이 최순실 민원 거부였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순실 외압설과 무관하게 업계에서는 당시 금융위가 한국의 수출 인프라 기업인 한진해운을 파산시킨 것에 대해 ‘정책 실패’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위가 한국 물류인프라 핵심 기업을 산업 구조조정이라는 명분으로 파산을 허용한 것 자체가 한국이 얼마나 모피아들의 논리에 포위되어 있는지를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당시 금융위원장은 구조조정의 원칙을 강조했으나 미국, 일본, 유럽, 중국 등 어떤 나라도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산업을 금융 논리로 하루아침에 파산시키지는 않는다. 오히려 막대한 자금 지원을 통해 산업을 회생시키려 한다.
◇ 대통령 코드 맞추기 앞장서…주담대 의존도는 최고
임 회장은 취임 후 우리투자증권 출범, 동양생명·ABL생명 인수 등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그룹의 포트폴리오를 확대했다. 종합금융그룹으로 거듭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여기에 주요 금융그룹 중 가장 먼저 금융당국의 생산적 금융 대전환 기조에 맞춰 5년간 80조원 규모를 투입하는 ‘미래동반선장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부동산 대출에서 반도체, AI 등 국가 전략 산업을 겨냥한 자본 공급자로 금융의 역할을 재정의하겠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우리금융의 최대 과제는 지주사 체제가 무색할 정도로 높은 은행 의존도를 낮추고 생산적 금융 전환 기조에 맞게 부동산 관련 대출을 줄이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우리금융은 은행의 의존도는 4대 금융지주사 중 가장 높고, 주택담보 대출 비중도 최대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의 각 금융지주사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우리금융의 올해 3분기까지 당기순이익 2조8860억원 중 우리은행이 2조2288억원으로 92.59%를 차지한다. 다른 금융지주는 ▲KB금융 65.69%(5조1217억원 中 3조3645억원) ▲신한금융 73.7%(4조2609억원 中 3조2878억원) ▲하나금융 90.93%(3조4590억원 中 3조1456억원) 등으로 나타났다.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인수한 동양생명, ABL생명 등 보험사 편입 효과도 아직까진 전무하다. 당기순이익의 은행 의존도는 2023년 93.22%, 2024년 91.59%였는데, 보험사 비중이 포함되기 시작한 3분기에는 오히려 높아졌다.
은행 의존도가 과도한게 높은 가운데 높은 주택담보 대출 비중도 발목을 잡을 우려가 있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우리은행의 전체 원화대출잔액 299조932억원 중 주택담보대출은 123조3740억원으로 41.25%를 차지한다.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수치다. 타 은행은 ▲KB국민은행 37.75%(372조1882억원 中 140조5052억원) ▲신한은행 34.62%(322조330억원 中 111조4913억원) ▲하나은행 35.2%(308조7512억원 中 108조6739억원) 등 30%대 중후반에 머물러 있다.
금리 인하기조가 계속된다면 우리금융의 수익에 가해지는 타격이 클 전망이다. 올해는 정부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 강화로 인해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높게 유지되면서 금리 인하기임에도 높은 수익을 유지하고 있다. 생산적 금융 전황 과정에서 우리금융의 실적 저하가 임 회장 체제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raul1649@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