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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악화로 사업 확장은 언감생심" 롯데, DMC역 복합개발 포기

    입력 : 2025.12.22 06:00

    DMC역 복합개발 좌초
    상암 롯데몰까지 불확실성 커져

    [땅집고]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핵심 개발 축으로 꼽혀 온 DMC역 복합개발 사업이 결국 무산됐다. 수년간 표류하던 사업이 공식적으로 중단되면서 인근에서 함께 추진되던 ‘상암 롯데몰(가칭)’까지 좌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암 일대 핵심 개발의 키를 쥐고 있던 롯데그룹이 손을 떼면서 지역 발전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번 결정은 롯데그룹의 반복된 개발 사업 행보를 다시 떠올리게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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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서울 은평구 증산동 일대에서 추진되는 'DMC역 복합개발사업' 개요. 롯데쇼핑와 코레일은 합작 법인을 통해 해당 사업을 준비했다. /정리=김서경 기자

    ◇서울 서북권 숙원사업…DMC역 복합개발 사업 좌초

    롯데쇼핑은 지난달 DMC역 복합개발 사업을 위해 2018년 12월 코레일과 설립한 합작법인 ‘롯데DMC개발’의 청산 절차에 들어갔다. 이 법인은 롯데쇼핑이 지분 95%, 코레일이 5%를 보유한 구조로, 수색·DMC역 복합개발 사업 가운데 1단계를 맡을 예정이었다.

    당초 롯데DMC개발은 DMC역 지상부 약 2만㎡ 부지에 판매·문화시설을 포함한 지하 4층~지상 10층 규모의 복합 건물을 짓는 계획을 세웠다. 사업비는 약 2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사업은 서울시가 2014년 수색역 일대 개발 가이드라인을 통해 제시한 대형 프로젝트다.

    수색·DMC역 복합개발 사업은 코레일이 보유한 철도 부지에 민간 자본을 유치해 업무·상업·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총 사업비만 3조5000억원에 달한다. 방송·미디어 기업 중심으로 형성된 상암동 일대에 부족한 업무·상업 인프라를 보완해 서북권의 체질을 바꿀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모았다. 서울시와 코레일은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DMC역 복합개발을 1단계로 나머지 부지를 2단계로 나누는 순차 개발 방식을 택했다.

    하지만 롯데DMC개발이 청산되면서 서울시와의 사전협상도 종료됐고 DMC역 복합개발 사업 자체가 무산됐다. 롯데쇼핑 측은 인근에서 추진 중인 상암 롯데몰 개발에 집중하기 위해 DMC역 사업에서 철수했다는 입장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DMC역 일대 전체 부지 통합 개발이나 사업 규모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기간 사업이 지연된 데다 건설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당분간 새로운 민간사업자를 찾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땅집고] 롯데쇼핑이 관여한 수색·DMC 역세권 개발사업(노란색) 및 '상암 롯데몰(가칭)' 부지. /정리=김서경 기자

    ◇인천·울산·부산 이어 상암까지 ‘지연·무산’

    롯데는 그동안 대형 개발 구상을 내놓은 뒤 장기간 지연하거나 축소 또는 철수하는 사례를 여러 차례 보여 왔다. 2008년 착공한 롯데몰 송도는 17년째 공사가 이어지고 있고, 울산역 복합환승센터 개발은 결국 포기하며 210억원의 합의금을 물었다. 107층 규모로 추진됐던 부산 롯데타워 역시 20년 넘게 지지부진한 상태다.

    이런 전례 탓에 상암 롯데몰 사업을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상암 롯데몰은 롯데쇼핑이 서울시와의 협의가 길어지며 사실상 10년 넘게 착공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불거진 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 역시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롯데쇼핑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로 상대적으로 부동산과 현금 자산 여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그룹 차원에서 재무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에는 롯데건설이 보유하던 해외 부동산 지분을 370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신규 매장 출점에도 보수적인 기조가 뚜렷하다. 지난해 롯데쇼핑은 2030년까지 7조원을 투자해 미래형 쇼핑몰 ‘타임빌라스’ 4곳을 선보이겠다고 밝혔지만, 경기 수원 화서역 인근 1호점 개장 이후 추가 출점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미 착공한 인천 송도와 대구 수성구 대흥동 타임빌라스 역시 개장 시기가 잇따라 미뤄지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롯데쇼핑이 공격적인 점포 확장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은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 10조2165억원, 영업이익 319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2.0% 감소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 속에서 대규모 쇼핑몰 개장이 곧바로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황”이라며 “막대한 공사비를 들여 신규 개발에 나서려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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