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19 06:00
[땅집고] 광주광역시에 뿌리를 두고 성장해 온 중흥건설마저 서울로 본사 핵심 조직을 옮기기로 하면서, 광주 기반 대형·중견 건설사는 사실상 자취를 감추게 됐다. 인구 감소와 주택 경기 침체로 사업 여건이 급격히 악화하면서 지역을 기반으로 한 개발 사업을 지속하기가 어려워진 현실이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꼽힌다.
18일 중흥건설에 따르면 광주 북구 신안동 본사는 유지하되 수주·개발 등 핵심 기능을 단계적으로 서울로 이전할 계획이다. 명목상 본사는 남기지만 신규 사업 검토와 수주 전략 등 주요 의사결정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기반을 지키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사실상 한 발 물러선 셈이다.
18일 중흥건설에 따르면 광주 북구 신안동 본사는 유지하되 수주·개발 등 핵심 기능을 단계적으로 서울로 이전할 계획이다. 명목상 본사는 남기지만 신규 사업 검토와 수주 전략 등 주요 의사결정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지역 기반을 지키겠다는 기존 방침에서 사실상 한 발 물러선 셈이다.
중흥건설의 서울행을 끝으로 광주를 기반으로 성장한 대표 건설사들은 대부분 수도권에 핵심 조직을 두게 됐다. 2019년 가장 처음 서울 서초동으로 본사를 옮긴 호반건설과 성남시 분당으로 간 우미건설에 이어 제일건설 등도 동작구 사당동에 지사를 여는 등 이미 서울 및 수도권으로 본사나 핵심 조직을 이전한 뒤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광주 기반 건설사들이 한때 지방 건설사의 ‘성공 모델’로 불렸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중흥건설의 서울 이전은 상징성이 크다. 중흥·호반·우미 등은 2000년대 후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광주 택지 개발과 주택 분양 호황을 발판으로 몸집을 키워왔다. 수도권 규제가 강했던 당시에는 대형 건설사들의 지방 진출이 제한적이었고, 자체 개발 비중이 높은 광주 기반 건설사들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구조였다는 점이 사업 성장 발판으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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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층 떠나고 분양 시장 침체…과도한 기부채납까지
광주 기반 건설사들이 지역을 떠나 서울로 향한 배경에는 급격히 위축된 지역 주택 시장이 있다. 광주시는 최근 20~30대 청년층 유출이 가속하면서 인구 감소 흐름이 뚜렷해졌다. 2020년 145만명에 달했던 광주시 인구는 올해 139만명대로 줄어든 상태다. 인구가 140만명 선 아래로 내려간 것은 2004년 이후 21년 만이다. 감소율은 0.9%로 전국 최고 수준을 기록했고, 가구 수 증가율도 0.3%에 그치며 전국 최저를 나타냈다.
이 여파로 신규 주택 수요가 줄고 분양 시장 침체가 이어지면서, 지방 주택 사업 비중이 높은 중견 건설사들의 사업 환경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광주시 미분양 주택은 2021년 27가구에 불과했지만, 올해 8월 기준 1370가구까지 급증했다. 지방 경기 둔화와 분양가 상승이 겹치면서 단기간 내 물량 해소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광주시의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도 기업들의 ‘탈(脫)광주’ 행렬에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시가 기부채납을 통해 확보한 공공기여금 규모는 1조원 수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다. 광주 북구 임동 전방·일신방직 부지에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올 뉴 챔피언스시티’ 사업 등 일부 개발 사업에서는 기부채납 비용이 토지 매입가에 육박하면서 사업성이 크게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같은 비용 부담이 고스란히 분양가로 전가되는 구조도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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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규 공급 줄고, 대형 건설사 장벽
서울로 거점을 옮긴다고 해서 사업 여건이 크게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중견 건설사들은 그동안 지방 공공택지 개발과 주택 분양을 통해 성장해 왔다. 분양성이 비교적 안정적인 공공택지는 대표적인 수익원으로 꼽혀왔지만,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 기조에 따라 신규 공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서울·수도권의 정비사업은 비교적 안정적인 일감으로 분류되지만 진입 장벽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다. 서울 주요 지역 재건축·재개발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대형 건설사 선호 현상이 뚜렷한 데다, 자금력과 브랜드 인지도에서 중견 건설사들이 불리한 구조이기 때문이다. 수도권에서도 수주 경쟁이 쉽지 않은 이유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에서는 신규 사업을 찾기 어렵고, 수도권에서도 경쟁이 치열하다”며 “중흥을 포함해 호반·우미·반도 등 지방 기반 건설사들이 동시에 서울로 향하고 있지만 선택지가 넓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mjba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