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11 06:00
10년만 정비구역 지정
추진위원장 3파전
갈등 격화하면 사업 연기 우려
[땅집고] 10일 찾은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 ‘대치미도’ 아파트는 한겨울 바람 속에서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1983년 준공 이후 42년 만에 본격적인 재건축을 앞두고 단지 전체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기대감과 함께 현장에는 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내년 1월 조합설립추진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후보 간 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단지 정문에는 대형 현수막이 촘촘하게 걸렸고, 각 후보 진영은 자체 설명회를 열며 사실상 ‘사전 선거전’에 돌입했다.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도 아파트 전용 84㎡는 착공 시 60억, 준공 시 80억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사업성이 좋다”고 말했다.
추진위원장 3파전
갈등 격화하면 사업 연기 우려
[땅집고] 10일 찾은 서울 강남의 대표 재건축 단지 ‘대치미도’ 아파트는 한겨울 바람 속에서도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1983년 준공 이후 42년 만에 본격적인 재건축을 앞두고 단지 전체가 들썩이는 분위기다.
기대감과 함께 현장에는 묘한 긴장감도 흘렀다. 내년 1월 조합설립추진위원장 선출을 앞두고 후보 간 경쟁이 과열된 탓이다. 단지 정문에는 대형 현수막이 촘촘하게 걸렸고, 각 후보 진영은 자체 설명회를 열며 사실상 ‘사전 선거전’에 돌입했다. 현장 설명회에 참석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미도 아파트 전용 84㎡는 착공 시 60억, 준공 시 80억까지 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사업성이 좋다”고 말했다.
◇건설사 임원 VS 서울시의원 VS 건설 원가 전문가
이번 선거는 문길남 대치미도재건축협의회 회장, 이석주 미도통합재건축연합회 위원장, 한유진 대치미도 재건축추진준비위원장 등 3파전 구도가 형성됐다. 정비업계에서는 “초기 단계부터 후보·단체가 이렇게 분화된 것은 드문 편”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문길남 후보는 신세계건설 부사장 출신으로 실무 중심 리더십을 내세운다. 그는 “대치미도는 20년 전만 해도 압구정보다 높게 평가받던 단지”라며 하이엔드 단지 전략을 강조한다.
현 추진준비위원장인 한유진 후보는 “10년 만에 정비구역 지정을 이끌어 냈다”면서 성과를 어필한다. 삼성엔지니어링 등에서 30년 넘게 공사비·원가관리 업무를 맡아온 만큼 전용면적 확대를 통한 조합원 가치 상승을 핵심 공약으로 내세운다.
이석주 위원장은 재건축 관련 부서 공무원 출신이다. 전 서울시의원(건설위원회)으로 2028년 이주 목표를 제시하며 속도전과 투명성을 강조한다.
벌써부터 정비계획을 둘러싼 해석 차이가 갈등 요소로 떠올랐다. 추진준비위는 “올해 7월, 10년 만에 정비구역 지정 고시를 받았다”고 설명하지만, 일부 소유주들은 “서울시 요구 조건을 지나치게 수용했다”며 정비계획 재수립을 주장한다.
◇3개 단체 갈등…시작도 전에 흔들리나
조합설립추진위원회는 사실상 ‘예비 조합’으로 불릴 만큼 사업의 설계를 책임지는 조직이다. 위원장은 곧 조합장과 유사한 영향력을 갖는다. 이 때문에 이번 선거 결과에 따라 사업의 방향과 속도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초기부터 단체 간 견해가 충돌하면 조합 설립이 지연되고 금융비용이 수백억 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갈등 조기 봉합이 사업 성패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대치미도는 지상 14층, 21개동, 2436가구 규모의 대단지다. 재건축을 통해 용적률은 299%, 최고 49층, 37개동, 총 3914가구로 재탄생할 예정이며 일반분양은 약 722가구로 예상된다. 2014년 안전진단 D등급을 받은 뒤 2021년 신속통합기획 후보지로 선정됐다.
이 단지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대형 평형 위주의 구성과 양재천 조망권 때문이다. 대치은마아파트가 중·소형 중심인 것과 달리 이곳은 대형 평수 비중이 높아 희소성이 크다. 여기에 대치동 학원가와의 인접성까지 갖추면서, 강남권에서 새로운 ‘대장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건축 바람을 타고 가격도 급등 중이다. 113㎡ 실거래가가 2025년 4월 34억 5000만원에서 올해 10월 44억 3000만원으로, 약 6개월여 만에 28.4% 상승했다. 올해 실거래가를 살펴보면, ▲135㎡ 38억2000만원 ▲148㎡ 49억5000만원 ▲152㎡ 53억 ▲183㎡ 49억 ▲188㎡ 52억 ▲217㎡ 70억 등이다.
사업안에는 단지 내부를 학여울역과 직접 연결하는 지하 출입구, 상업시설 재정비, 은마·대치 학원가를 잇는 중앙공원길 조성, 양재천 보행교 신설 등 대규모 생활환경 사업안도 포함됐다.
서울시가 2022년 ‘35층 규제 폐지’를 선언한 이후 이를 적용받는 첫 강남권 사례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서울시 관계자는 “은마에 이어 미도도 신속통합기획안이 확정되면서 강남 재건축이 다시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kso@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