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09 14:25 | 수정 : 2025.12.12 08:57
외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 국내 부동산 운용사 1위 이지스를 삼켰다
서울역·남산·서리풀지구 개발, 통째로 외국계 자본 손에 달려
[땅집고]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이 외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에 넘어갈 전망이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중국 출신 장 레이(张磊)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업계에서는 총 운용자산규모(AUM) 67조원을 굴리는 업계 1위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이 외국계에 넘어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온 서울 핵심지 개발 사업들이 모두 외국 자본에 잠식당하는 것 아니냔 지적이다.
서울역·남산·서리풀지구 개발, 통째로 외국계 자본 손에 달려
[땅집고] 국내 최대 부동산 자산운용사인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이 외국계 사모펀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에 넘어갈 전망이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중국 출신 장 레이(张磊) 대표가 설립한 사모펀드(PEF) 운용사다. 업계에서는 총 운용자산규모(AUM) 67조원을 굴리는 업계 1위 이지스자산운용의 경영권이 외국계에 넘어간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그동안 추진해온 서울 핵심지 개발 사업들이 모두 외국 자본에 잠식당하는 것 아니냔 지적이다.
◇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인수전, 우선협상대상자로 글로벌 사모펀드 힐하우스 선정
9일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자산운용 경영권 매각 본입찰에 참여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매각가로 약 1조1000억원을 써낸 것으로 전해졌다. 경쟁사였던 흥국생명은 1조500억원, 한화생명은 9000억원대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진다. 당초 업계에서는 보험사인 흥국생명과 한화생명의 2파전 양상을 예고했지만 예상 밖으로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가 높은 가격을 제시하면서 막판에 경쟁 구도가 뒤집힌 것으로 알려진다.
힐하우스인베스트먼트는 2005년 설립된 글로벌 사모투자회사로, 창업자는 중국 출신 장 레이다. 중국 허난성 출신으로 싱가포르 국적을 보유했다. 그는 중국 인민대에서 국제금융을 공부하고 미국 예일대 경영대학원(MBA) 과정을 거쳐 예일대 기금으로 초기 자본을 확보했다. 아시아 사모펀드 시장에서는 상당한 규모를 가진 회사로 성장했다. 주요 출자자(LP)들은 90% 이상이 미국, 캐나다연기금 등 기관투자자로 구성됐다. 힐하우스는 국내에서 우아한형제들, 크래프톤, 크래프톤 등 국내 기업 지분 투자도 적극 참여해왔다.
이지스자산운용은 2010년 3월 건설교통부 차관 출신의 고 김대영 전 회장이 피에스자산운용이란 이름으로 설립한 부동산 자산운용 회사다. 2012년 영국 런던에서 첫 해외 자산을 매입해 사명을 이지스자산운용으로 변경하고 본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국내 최초 부동산 자산운용사 ‘토종 1세대’로 불리는 코람코자산신탁의 초기 멤버이자, 손꼽히는 부동산 금융 전문가 조갑주 전 이지스자산운용 단장이 2014년 국내부문 공동 대표로 합류한 이후 10년 동안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말 기준 총 자산규모(AUM)가 66조8000억원이며 국내 부동산 펀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 내 영향력이 크고, 상업용 부동산, 물류센터, 데이터센터, 복합개발 등 실물 자산 위주 펀드를 운용하며 펀드 설정부터 운용·매각까지 일관된 연결망을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 경쟁력으로 꼽힌다.
◇ 종묘·남산·서울역·서리풀지구 외국 사모펀드가 좌지우지…사실상 국부유출 아니냔 우려도
서울 내 추진 중인 초대형 개발 사업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서울 서초구 옛 정보사 부지에 진행 중인 서리풀지구 개발 사업이 있다. 오피스 5개 동에 문화·상업시설을 포함한 연면적 약 60만65㎡ 규모 복합 오피스 타운을 조성하는 대규모 개발 사업이다. 삼성동 코엑스 연면적(121만㎡)의 절반 수준으로로 국내 부동산 개발 사업 중 사상 최대규모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지스는 엠디엠플러스, 신한금융그룹과 함께 컨소시엄을 꾸려 개발에 참여했고, 시공은 포스코이앤씨가 맡았다. 준공은 2030년이 목표다.
서울역 일대에서는 옛 남산 힐튼호텔 부지와 주변 메트로타워, 서울로타워 부지를 포함해 서울역을 중심으로 대규모 복합단지를 조성하는 ‘이오타서울’ 개발 사업도 본격화한다. 총 연면적 46만㎡에 달한다. 도시와 자연이 어우러진 복합 공간으로 오피스 빌딩 2개동, 6성급 호텔, 리테일, 녹지공간 등 복합 공간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자금 조달에만 무려 2조원 이상이 몰리며 사업이 순항 중이다. 올해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대형 금융기관이 참여해 총 2조2000억원 규모의 PF대출을 실행했다.
이지스는 종묘와 남산을 연결하는 녹지축을 주변부에 계획된 초대형 개발 사업 세운재정비촉진지구 오피스 개발에도 뛰어들었다. 세운5구역의 오피스 복합 개발 프로젝트에 이지스가 참여했는데, 최근 본 PF(프로젝트파이낸싱)으로 약 1조14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조달했다. 이 오피스는 지하 8층~지상38층 규모 업무시설과 근린생활시설을 짙는 사업으로 연면적은 약 13만㎡ 규모다. 2030년이 준공 목표이며 시공은 GS건설이 진행한다.
업계에서는 이지스자산운용이 참여하는 부동산 개발 사업의 덩치가 크고, 국내 핵심 부지를 개발한다는 점에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내 부동산금융 시장 전체의 흐름을 외국 자본이 주도하고, 사실상 국가 자산이 해외 투자자에 빠져나가는 국부 유출이나 다름없다는 비판도 나왔다.
최종 인수자로 결정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도 있다. 일단 입찰에 참여했던 경쟁사 흥국생명은 입찰과정이 불공정했다면서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흥국생명은 9일 입장문을 발표하며 “이번 힐하우스로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한국의 부동산 투자 플랫폼을 노린 중국계 사모펀드와 거액의 성과급에 눈먼 외국계 매각주간사가 공모해서 만든 합작품”이라며 “이는 매도인에게 부여된 재량의 한계를 넘어 우리 자본시장의 신뢰와 질서를 무너뜨린 사건”이라고 강력 비판했다.
또 이지스자산운용이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금융위원회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통과해야 최종 딜이 성사된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