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2.09 06:00
서울 마지막 집창촌 ‘미아리 텍사스’, 70년만에 역사 속으로
신월곡1구역 철거율 54.3%...내년 말 착공 예정
최고 46층에 2200가구 규모 ‘롯데캐슬’ 대단지로
[땅집고] 지난 8일 찾은 서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로 나오자 ‘미성년자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성북의 새로운 시작, 미아리 텍사스 본격 철거’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이 곳은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로 불렸던 ‘미아리 텍사스’가 있던 자리. 현재 신월곡1구역 재개발 사업지로 묶여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이제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건물마다 유리창이 깨져있고 사업지 상당 부분에 가벽이 설치돼있다. 이 가벽을 두고 신월곡1구역과 최고 23층 높이 아파트 ‘길음역 서희스타힐스’가 맞붙어있어 분위기가 크게 대비된다.
신월곡1구역 철거율 54.3%...내년 말 착공 예정
최고 46층에 2200가구 규모 ‘롯데캐슬’ 대단지로
[땅집고] 지난 8일 찾은 서울 지하철 4호선 길음역. 10번 출구로 나오자 ‘미성년자 출입금지’ 팻말과 함께 ‘성북의 새로운 시작, 미아리 텍사스 본격 철거’라는 현수막이 보인다. 이 곳은 서울의 마지막 성매매 집결지로 불렸던 ‘미아리 텍사스’가 있던 자리. 현재 신월곡1구역 재개발 사업지로 묶여 철거 작업이 한창이다. 이제는 인적을 찾아보기 어려운 좁은 골목길에 들어선 건물마다 유리창이 깨져있고 사업지 상당 부분에 가벽이 설치돼있다. 이 가벽을 두고 신월곡1구역과 최고 23층 높이 아파트 ‘길음역 서희스타힐스’가 맞붙어있어 분위기가 크게 대비된다.
신월곡1구역 재개발이 속도를 내면서 미아리 텍사스는 약 70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질 전망이다. 사업을 마치면 최고 46층, 총 2201가구 규모 복합단지가 들어설 예정이다. 신월곡1구역이 길음역 역세권 입지를 갖춘 데다 인근에 이미 길음뉴타운·미아뉴타운이 자리잡고 있는 만큼 앞으로 이 일대가 서울 동북부 핵심 주거벨트에 편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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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역사 성매매촌 ‘미아리 텍사스’ 사라지고…총 2200가구 대단지 들어선다
미아리 텍사스는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일대에 1950~1960년대부터 형성된 성매매 업소 밀집 지역을 지칭한다. 주소지는 성북구 하월곡동이지만 근처 미아리 고개의 이름을 따 미아리 텍사스로 불렸다. 1980년대엔 성매매 업소가 350여 개쯤 됐다. 1998년 서울 종암경찰서장에 부임했던 김강자 총경이 ‘미아리 집창촌’을 대대적으로 단속하며, 국내에선 처음으로 ‘성매매와의 전쟁’을 벌이기도 했다. 도심 한복판에 존재했던 성매매 밀집지는 2004년 성매매특별법이 시행됨에 따라 집중 단속으로 차츰 쇠락했다. 과거 성매매 밀집지역인 청량리 588, 천호역 인근 집결지, 용산역 집결지 등은 모두 철거되고 고층 아파트가 들어섰다.
성북구청은 낙후된 지역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 ‘길음·월곡(미아)균형발전촉진’ 사업을 추진해왔다. 2009년 신월곡1구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신월곡1구역은 2020년 사업시행계획 인가, 2022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마쳤다. 이어 2023년 9월 조합원과 세입자 이주 공고를 냈고 현재 이주율이 99.4%(705가구 중 701가구)에 달한다. 보상 문제를 두고 일부 성매매 업소 업주와 종사자의 반발로 이주가 다소 지연됐다. 전체 115개 성매매 업소 중 아직 4곳이 아직 남아있는데, 이 중 3곳은 연말까지 이주를 완료할 예정이나 1개 업소는 이주를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다. 성북구청은 “이주 거부 1곳과 지속적으로 소통 중”이라고 설명했다.
철거 작업은 지난해 12월부터 주거지와 일반영업 지역 등 부분적으로 이뤄졌으며 현재 철거율 54.3%다. 사업지 내 미아리 텍사스 철거는 지난달 24일부터 진행했다. 성북구는 내년 상반기 중 철거를 완료할 계획이며, 내년 말 착공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구역 대부분 부지에 가벽이 설치돼있는 가운데 아직 미아리 텍사스 시절 걸어뒀던 ‘미성년자 출입금지’ 팻말이 곳곳에 보인다.
앞으로 신월곡1구역은 지하 6층~지상 46층, 11개동, 총 2201가구(임대 197가구 포함)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한다. 오피스텔(170실)과 상업 및 업무시설, 근린생활시설도 함께 짓는 복합단지로 조성될 예정이다. 지하 스트리트몰을 통해 단지와 길음역과 직접 연결해 초역세권 입지라는 장점을 극대화한다. 시공사로는 롯데건설이 선정돼 향후 단지명에 ‘롯데캐슬’ 브랜드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더블 역세권 입지 “재개발 마치면 국평 20억부터 시작할 듯”
신월곡1구역 재개발 사업 속도가 빨라지자 부동산 시장에서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같은 생활권을 공유하는 길음뉴타운과 미아뉴타운 일대 신축 아파트마다 국민평형인 전용 84㎡(34평) 기준으로 16억~17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신월곡1구역 재개발로 짓는 새아파트는 20억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조선일보 AI부동산에 따르면 신월곡1구역 맞은편에 있는 ‘롯데캐슬 클라시아’(2022년·2029가구) 전용 84㎡는 지난 10월 15억8500만원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인근 ‘래미안길음센터피스’(2019년·2352가구) 전용 84㎡도 해당 주택형 역대 최고가인 16억3000만원에 팔렸다.
사업지 인근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신월곡1구역은 길음역과 가깝고 동북선 정차역도 예정돼 있어 이 일대에서 입지가 상위권에 든다”며 “주변 신축 국민평형 시세를 고려하면 재개발 이후 20억원 정도는 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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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신월곡1구역에선 거래가 거의 이뤄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서울 전역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서 재개발 사업지에선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 조합원 지위 양도가 제한되기 때문이다. 현 소유자가 10년 이상 보유 또는 5년 이상 거주한 경우나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조합원 지위를 승계받을 수 있다. 신월곡1구역은 2022년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았기 때문에 거래가 어려운 것이다.
하월곡동 B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0·15 대책 이후 10년 보유하거나 5년 이상 거주 요건을 갖춘 물건이어야 하는데 조건에 맞는 매물 자체가 별로 없는 데다 초기자금이 워낙 높아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주변 단지들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이후 거래량이 많이 줄었다”고 했다.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미아리 텍사스 쪽은 주택이 많았는데 이주가 거의 다 끝났고 철거도 많이 되고 있다”면서 “재개발 매물은 거의 안나온다”고 전했다.
/yeon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