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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철 매직 통했다…건설불황 무색하게 만든 삼성물산의 호실적

    입력 : 2025.12.09 06:00

    ‘오세철 사장’ 체제 2026년에도 유지
    올해 정비사업 9.2조 수주…내년에도 기조 유지
    급증한 수주+하이테크 공사 회복…인력난 전망도

    [땅집고] 올해 국내 건설 경기 불황 등으로 진정한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보였던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도시정비사업 집중과 신사업 확대로 위기를 넘겼다. 오세철 대표이사 사장은 10대 건설사 대표 중 유일하게 장기집권 체제를 유지하면서 2026년을 앞두고 큰 변화보다는 안정을 택했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다만 정비사업 부문 수주액이 급격히 증가한 데다 비중이 줄어들던 반도체 공장 공사 등이 다시 활기를 찾게 되면 인력을 줄이는 다른 건설사들과 달리, 오히려 인력난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땅집고] 오세철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표이사 사장./삼성물산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지난달 27일 정기 임원 인사를 통해 부사장 4명과 상무 8명 승진을 발표했다. 삼성물산은 이번 인사에 대해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도 안정적인 사업 운영으로 비즈니스 경쟁력을 강화하고 현장 일선에서 성과를 창출한 차세대 리더군을 적극 발탁했다”고 밝혔다. 동시에 2021년 3월 최초 선임된 오 사장은 남은 임기를 이어가게 됐다. 지난해 연임에 성공해 2027년 3월까지 임기가 연장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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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 출신 건설 전문가, 10대 건설사 중 유일한 ‘장기집권’

    1962년생인 오 사장은 1985년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삼성물산에 입사해 2021년부터 건설부문 최고경영자로 회사를 이끌기 시작했다. 오 사장 체제에서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영업이익이 ▲2021년 2514억원 ▲2022년 8749억원 ▲2023년 1조340억원까지 늘었다. 2024년에는 업계 불황에도 1조10억원으로 1조원대 영업이익을 유지했다.

    오 사장은 삼성물산 입사 후 해외 현장에서 랜드마크급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1994년 말레이시아 KLCC현장를 비롯해 ▲1998년 싱가포르 ▲2001년 아부다비 ADIA(현장소장) ▲2008년 두바이 EXHIBITION(현장소장 상무) 등을 거쳤다. 2020년 8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땅집고] 삼성물산 로고./삼성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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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에는 3분기까지 영업이익이 3880억원에 그쳤고, 4분기까지 연간 실적이 5000억원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럼에도 영업이익률을 3%대 중반에서 4%대 중반 사이를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업계에서는 건설 경기 불황으로 외형 성장이 정체되고 있음에도 수익성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 사장의 재신임이 이뤄진 것으로 보고 있다. 오 사장 재임기간 10대 건설사가 모두 대표이사를 교체한 것과 대비된다.

    ◇ ‘래미안’ 앞세워 도시정비 9.2조 수주…“내년도 적극적인 수주 기조”

    오 사장 체제의 삼성물산이 가장 돋보이는 성과를 낸 사업은 재건축, 재개발 등 도시정비사업이었다. 올 한해 9조2388억원의 수주액을 기록하며 미래 먹거리를 확보했다. 10조원을 돌파한 현대건설에 이어 2번째로 많았고, 올해 국내 전체 정비사업 규모 약 50조원 중 5분의 1에 근접한 액수다.

    정비사업 수주 경쟁에서 ‘래미안’의 브랜드 파워를 앞세워 ‘무패’ 행진을 이어왔다. 올해 1월 용산구 한남4구역 재개발 사업 시공사 선정 입찰에서 경쟁사인 현대건설을 꺾은 것을 시작으로 여의도, 강남 개포 등 핵심지역 사업을 잇따라 수주했다. 핵심지역 정비사업장에서는 ‘래미안 모시기’ 현상까지 나타나기도 했다.
    [땅집고] 삼성물산이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 '한남 4구역' 조합에 제안한 '래미안 글로우힐즈 한남' 조감도./삼성물산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도 주택 담당 임원들은 모두 그 성과를 인정받아 자리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물산 관계자에 따르면, 이번 승진 인사 중 상무 승진자만 주택실에 추가됐을 뿐 기존 임원들의 인사 이동은 없을 예정이다.

    기존의 구성을 유지함에 따라 삼성물산은 2026년에도 적극적으로 도시정비사업 수주전에 참여할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올해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 수주 실적이 좋았는데, 내년에도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며 정비사업 수주에 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강남구 압구정 재건축을 비롯해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 영등포구 여의도, 양천구 목동 일대 등 서울 주요 지역에서 경쟁이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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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왕관의 무게’ 일복은 터졌는데 사람이 없네

    한동안 삼성물산은 클린수주와 선별수주 기조를 내세우며 도시정비사업 사업에 소극적이었지만, 지난해부터 전략이 바뀌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불황으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공사 등 하이테크 사업 수주가 줄어든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다만 급격히 증가한 주택 사업 수주액으로 내부에서도 일감을 감당하기 힘들어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올해 4분기부터 하이테크 매출 회복이 예상된다. 한화투자증권은 리서치 보고서를 통해 “평택 P4 마감공사, 미국 테일러 설비공사 등 하이테크 매출 회복과 함께 이미 수주한 대형 플랜트 현장의 매출 본격화로 건설 부문의 실적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년 건설 부문의 매출액과 영업이익률 모두 개선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실적 반등은 반가운 일이지만, 일감이 늘어난 만큼 인력 확충이 필요하다. 삼성물산은 인력이 줄어드는 추세다. 2023년 연말 기준 삼성물산 건설부문 총 직원수는 7326명(현장채용직 1889명 포함)이었지만, 지난해 연말 6941명(현장채용직 1008명), 올해 6월 말 6675명(현장채용직 924명)으로 줄었다.

    건설부문의 사업 특성상 타 부문보다 인력이 많이 필요하고 기간제 근로자와 현장채용직이 많다. 업계 전반에 인건비 상승, 공사 기간 증가, 숙련 노동자 부족으로 인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공사 현장이 증가하면 인력난으로 인한 부담도 가중될 수 있다. 미숙련 혹은 외국인 근로자를 채용하면 잠재적인 사고 위험도 높아진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주당 근로시간 제한, 중대재해처벌법 등으로 인해 한 현장에서 시공사가 부담해야 하는 인건비 부담은 갈수록 커진다”며 “일감이 많아지면 좋은 일이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하는 무게감도 달라진다”고 말했다. /raul1649@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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