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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누가 모텔 가요?" 5년간 30% 감소, 러브모텔의 몰락

    입력 : 2025.12.07 06:00

    [땅집고] 한때 도시 유흥과 단기 숙박의 중심이던 모텔산업이 무너지고 있습니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서울에서 여관·모텔을 운영하는 사업자 수는 2019년 2058명에서 2024년 1469명으로 5년 동안 약 30 % 감소했습니다. 특히 지방은 여행 수요 감소와 인구 유출이 겹치면서 공실과 폐업 간판만 남은 모텔들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요. 특히 제주특별자치도가 공개한 ‘도내 숙박시설 현황’을 따르면 지난해 제주에서 폐업한 숙박시설은 541곳, 3134실로 2023년 대비 약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땅집고] 서울 여관·모텔 운영 사업자 수

    모텔업계의 전성기는 러브호텔 붐이 불던 198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입니다. 이 시기는 일본과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에서 러브호텔 산업이 급성장하던 시기인데요. 특히 도심과 교외 지역에 다양한 테마와 고급 시설을 갖춘 러브호텔들이 등장, 하나의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았습니다. 성매매와 불륜 등 욕망의 배출구라는 비판도 나오면서 영화와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했습니다.

    모텔업계의 몰락은 일시적 불황으로 보기 어렵습니다. 플랫폼 중심 유통 구조, 소비 기준 변화, 비용 상승 등 숙박업 전반을 흔드는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는데요. 최근 스마트폰 기반 예약이 일반화되자 여관·모텔을 포함한 대부분의 숙박업소는 플랫폼을 통해 손님을 유치하는 데 크게 의존하는 형태로 변했습니다. 특히 야놀자와 여기어때와 같은 플랫폼이 주요 창구가 되었는데요. 고객 입장에서는 가격, 위치, 후기를 한 번에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인기 비인기 모텔의 양극화가 극단적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업주 입장에서 보면 ‘플랫폼 없이는 손님을 만나기 어려운 구조’가 된겁니다.

    편리하고 싸게 이용해 오히려 모텔의 이용률이 높아질 것 같았지만 사실 점주들에게 독이 되고 있던 건데요. 중소기업중앙회가 발표한 '2024년 온라인 플랫폼 입점 중소기업 거래 실태조사'에서 야놀자, 여기어때와 같은 숙박 플랫폼 입점 업체들은 예약이 성사될 때마다 약 8~17%의 수수료를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한 노출 광고비 약 82만2200원, 쿠폰 광고비 약 25만7100원 등을 포함해 한 업장에서 한달간 플랫폼에 지출하는 월평균 금액은 107만9300원으로 조사됐습니다. 광고를 줄이면 매출이 떨어지고 광고를 늘리면 수익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땅집고] 2025년 1분기 소상공인 분향 리포트


    물론 경기 둔화도 모텔업 전반에 부담을 주고 있습니다. 2025년 1분기 국내 숙박·여행서비스업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1.8 % 감소했습니다. 저가 숙박 업소들도 매출 감소를 피하지 못해 단순한 가격 경쟁만으로는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경기가 나빠질수록 소비자들은 여행, 유흥비부터 줄이고 숙박업소는 매출 감소를 만회하기 위해 다시 가격, 광고 경쟁에 뛰어드는 겁니다.

    소비 기준도 달라졌습니다. 최근 숙박업소는 단순히 잠을 자는 공간이 아니라 취향과 경험을 표현하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일부 업소는 PC방룸, 영화관룸, 파티룸처럼 객실 자체를 콘텐츠화해 차별화된 전략을 시도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이런 변화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인테리어 비용, 콘텐츠 기획, 시설 유지 비용 등이 필요해 자금과 인력이 부족한 업장에서는 대응하기 어렵습니다. 결국 소비자는 숙박 플랫폼의 ‘리뷰’와 ‘경험’을 기준으로 숙소를 고르는데 상당수 노후 모텔은 여전히 ‘잠만 자는 공간’ 수준에 머물러 있어 업계의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 단계 고급 시설인 생활형숙박시설, 비즈니스호텔, 에어비앤비 등 강력한 경쟁자의 등장도 모텔업계의 몰락을 촉진시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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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물가 상승으로 인건비, 객실 관리, 시설 유지, 청소 인력 등 고정 비용이 증가하자 대안으로 무인 체크인, 원격 응대, 키오스크 등 자동화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초기 설치 비용과 시스템 유지 비용, 서비스 품질 저하 등을 고려한다면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보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악화된 수익성과 수요 구조 속에서 일부 업장은 숙박업을 계속하기보다 건물 자체를 다른 방향으로 활용하는 전략을 선택하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모텔을 게스트하우스나 호스텔 등 다른 형태의 숙박업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는데요. 유동 인구가 많지 않은 상권에서는 건물을 철거하거나 상업·주거시설로 개발하려는 움직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개발도 서울의 대학가나 관광지처럼 수요가 높은 입지에 한정될 뿐, 지방의 노후 모텔촌은 장기 공실로 남아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단기 숙박 위주의 전통적인 모텔 모델을 유지할 것인지, 중장기 체류나 외국인 등 특정 타깃을 겨냥한 숙소로 전환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적 선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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