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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폭탄에 엘리베이터 하자까지" 하자 무덤 된 인천 신축 오피스텔

    입력 : 2025.11.29 06:00

    입주 두 달 만에 천장서 물 쏟아진 청라 오피스텔
    하자 분쟁에 청약 경쟁률 조작 의혹까지

    [땅집고] 올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인천 청라국제도시의 한 대형 오피스텔에서 대규모 누수·설비 하자가 발생했다는 입주자들의 호소가 이어졌다. 폭우 이후 지하주차장과 세대 내 곳곳에서 물이 새고 곰팡이까지 피었지만, 시공사와의 보수·보상 갈등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여기에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을 부풀렸다는 의혹까지 제기되며 법적 분쟁으로 번지고 있다.

    [땅집고] 인천 청라국제도시아이파크 전경./강태민 기자


    올해 7월부터 입주를 시작한 인천 서구 청라국제도시의 한 주거용 오피스텔 ‘청라국제도시아이파크’. 지난 여름 폭우가 내린 뒤 지하주차장 천장에서는 물이 쏟아지고, 일부 세대의 실내 에어컨에서 물이 떨어지는 등 여러 하자가 발생했다. 누수가 심한 세대는 곰팡이 때문에 바닥을 뜯어내는 보수까지 받은 상황이다. 하지만 수분양자들은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하자 보수·보상에 소극적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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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인천 청라국제도시아이파크 지하주차장 하자./제보자 제공

    신태희 청라국제도시아이파크 수분양자모임 대표는 “폭우 이후 시공사 측에서 브리핑을 열고 ‘피해 입은 세대는 회사 내부 보상팀을 통해 따로 보상하겠다’고 했지만, 이후 구체적인 보상 논의는 거의 없었다”며 “고쳐주겠다는 말은 많았지만 입주민이나 수분양자들이 체감하는 실제 보수는 미흡했다”고 말했다.

    2021년 분양한 ‘청라국제도시아이파크’는 총 1020실 규모의 대형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분양가는 전용 59㎡ 기준 4억8000만~5억6000만원대, 전용 84㎡는 8억9000만원대에 형성됐다. 청약 접수 당시 평균 14.8대 1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라 랜드마크 오피스텔로 주목받았다. 특히 가장 큰 평형인 전용 84㎡의 최고 경쟁률은 658대 1까지 치솟았다.

    수분양자들은 “사전점검 때만 해도 이런 대규모 하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입을 모은다. 그러나 본격 입주를 앞두고 폭우가 내리자 누수와 냉·난방 설비 하자 등이 한꺼번에 드러나면서, 많은 세대가 입주를 미루거나 보수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상황이다. 수분양자 모임 측 제보에 따르면 “현재 절반 정도의 입주 예정·입주 세대에서 누수와 냉·난방 설비 문제 등이 완전히 해결되지 않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실거주자는 물론 투자 목적 수분양자들도 세입자를 받지 못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폭우 이후 모든 엘리베이터가 멈춰 집을 보러 왔다가 발길을 돌린 임차 희망자들도 있었다고 입주민들은 전했다.

    폭우 사태 이후 세 달가량이 지났지만, 일부 동에서는 엘리베이터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동에서는 엘리베이터 운행 과정에서 이례적인 굉음이 발생해 입주민들의 불안이 커졌고, 비상용 엘리베이터는 아예 작동을 멈춘 상태였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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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시공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은 하자 보수는 이미 대부분 마무리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지하주차장 누수는 지하실 설비실에서 밸브가 잠겨 발생했던 사고로, 당시 조치를 완료했다”며 “세대 내에서 문제가 됐던 부분들도 현재는 모두 보수를 마친 상태”라고 설명했다. 보상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보상을 청구한 주민이 없었을 뿐, 합당한 범위 내에서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땅집고] 11월 17일 청라국제도시아이파크 허위청약·건축물분양법 위반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소유주 모임이 인천시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 등 관계기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제보자 제공

    수분양자들의 분노는 단순 하자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이들 사이에서는 최근 분양 당시 청약 경쟁률을 인위적으로 부풀린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수분양자 모임에 따르면, 분양대행사인 태원씨아이앤디가 시행사인 홈에이스개발과 함께 실제 청약 의사가 없는 다수 인원을 동원해 허위로 경쟁률을 높였다는 주장이다.

    수분양자 모임 측은 “당시 분양대행사에서 일했던 분이 직접 제보를 해왔다”며 “분양대행사 직원들이 가족과 지인 명의까지 동원해 청약을 넣었고, 그 세대 수만큼 위쪽(시행사)에서 세대를 배분해줬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또 분양대행사가 청약 신청자들의 개인정보를 동의 없이 활용해, 청약 탈락자들에게 개별 연락을 돌린 뒤 “회사 보유분을 분양한다”며 사실과 다른 설명을 하고, 프리미엄(웃돈)을 입금하도록 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제보 내용을 종합하면 호실에 따라 프리미엄 금액은 수백만~수천만원까지 다양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소유주 모임에서는 문제 해결에 동참하고자 하는 일부 수분양자들을 모아 집단행동을 진행 중이다. 법률대리인을 선임해 시행사 등을 상대로 분양계약해제소송·채무부존재확인소송을 제기하고, 입주거부, 잔금납부거부 동의서를 받는 등 본격적인 행동에 나섰다. 소송참여자는 약 200명에 달한다. 땅집고는 관련 의혹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시행사 측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여러 논란에도 불구하고 인천시는 이 건물에 대해 건축물 사용 승인을 내린 상태다./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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