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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빠져나가고 노인만 남아서…" 40년 노후 아파트 대참사

    입력 : 2025.11.27 17:18 | 수정 : 2025.11.27 17:36

    [땅집고] 지난 26일 홍콩 신계 타이포 지역의 정부 보조 분양 아파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최소 44명이 숨지고 279명이 실종됐다. 화재가 발생한 ‘왕푹코트’는 준공 40년이 넘은 고층 공공주택 단지로, 고령 거주민이 다수 밀집한 곳이다. 노인들은 청력, 시력 저하로 화재 경보를 늦게 인지하거나 상황 판단 능력이 떨어져 초기 대피에 실패하면서 참사를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홍콩 당국과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 화재는 수십 년 만에 발생한 최악의 인명 피해 화재로 기록될 가능성이 크다. 알자지라와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번 사고가 1962년 샴수이포(Sham Shui Po) 화재(사망 44명) 이후 가장 치명적인 화재라고 전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부상자도 60명을 넘어섰으며 이 가운데 상당수가 중상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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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화염·연기에 휩싸인 아파트 지난 26일 홍콩 타이포 지역 아파트 단지 왕푹코트에서 발생한 대형 화재로 건물 여러 채가 화염과 연기에 휩싸여 있다. 건물 외벽 공사를 위해 설치돼 있던 대나무 비계가 화재를 키운 것으로 추정된다. /AFP 연합뉴스

    화재가 발생한 왕푹코트는 홍콩 신계 타이포 타운센터에 위치한 정부 보조 분양 주택 단지다. 홍콩 주택관리국(Housing Authority)이 참여한 보조금 분양 방식으로 1983년 준공됐으며, 31층짜리 고층 건물 8개 동, 약 2000가구 규모다. 2021년 기준 거주 인구는 약 4600명으로, 타이포 일대에서 가장 큰 고층 주거 단지이다.

    왕푹코트는 중·저소득층을 대상으로 조성된 정부 보조 분양 단지다. 하지만 준공 이후 40여 년이 흐르면서 건물은 노후화됐고, 초기 입주자 상당수가 고령층으로 전환됐다. 노후 단지라 젊은층은 입주를 꺼리면서 고령자 거주단지로 전락한 것이다. 일부 현지 언론은 65세 이상 고령자가 40%를 차지한다고 보도했다.

    이번 참사가 특히 충격을 주는 배경으로 ‘노후화된 공공주택’과 ‘고령 거주민 밀집’이라는 두 조건이 동시에 겹쳤다는 점이 지적된다.

    불은 단지 전체가 외벽 보수 공사를 진행 중이던 상황에서 발생했다. 왕푹코트는 최근 대규모 개·보수 작업으로 건물 외곽이 대나무 비계와 방염 성능이 떨어지는 플라스틱·폼 자재로 둘러싸여 있었다. 당국은 화재가 이 대나무 비계와 외벽 부근에서 시작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강한 바람과 가연성 자재가 겹치며 불길은 8개 동 가운데 7개 동으로 빠르게 번졌다.

    소방당국은 최고 수준인 ‘5급 화재 경보’를 발령하고 소방차 100여 대와 소방관 수백 명을 투입했지만, 고층부와 외벽에서 동시에 불길이 치솟으며 진화와 수색 작업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 한때 단지 외부에서는 화염과 검은 연기가 밤하늘을 뒤덮었다는 증언도 이어졌다.


    [땅집고] 홍콩 타이포 지역 아파트 단지 '왕푹코트' 외관 모습. /미드랜드 리얼티 홈페이지 캡처.

    주거지 특성상 30층 이상까지 피난 동선이 길고, 계단과 복도 구조도 복잡한 데다 외벽 공사로 대나무 비계와 자재가 출입구와 창문을 둘러싸 대피를 더욱 어렵게 했다는 증언도 나온다. 여기에 거동이 느린 고령자들이 적지 않았던 점이 인명 피해를 키운 원인으로 거론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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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지 보도에는 피난 도중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를 두고 나오지 못한 노인들, 화재 이후 가족과 연락이 끊긴 고령 거주자들의 사연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이번 왕푹코트 화재는 대규모 인명 피해를 낳으며 ‘홍콩 현대사에서 가장 치명적인 화재 가운데 하나’로 기록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고가 단순한 시공사 과실이나 공사장 관리 문제를 넘어, 노후 공공·보조주택 단지에 고령층이 밀집돼 있는 구조적 현실을 드러낸 사례라고 평가한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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