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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 국제영화제 '그 도시'도 영화관 줄폐점…멀티플렉스의 몰락

    입력 : 2025.11.22 06:00

    [땅집고] “영화관이 없는데 영화제를 어떻게 개최하죠?”

    충북 제천 이야기다. 제천은 올해로 21회를 맞는 ‘제천국제음악영화제’라는 유명 문화 행사를 치르고 있으나, 영화관이 없다. 영화제 명성에 걸맞게 메가박스와 CGV 등 유명 멀티플렉스가 모두 문을 열었으나, 줄줄이 폐점했다.

    [땅집고] 2025년 충북 제천에서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식에 개그우먼 장도연, 배우 강하늘, 배우 이준혁이 서 있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 홈페이지

    ◇ 20년 역사 국제영화제있으나 영화관 불모지

    제천은 2005년 8월 국내 최초 음악 영화제 ‘제천국제음악영화제’를 선보인 이후 영화제 도시로 자리잡았다. 이 행사는 올해도 개최되는 등 20년간 꾸준히 열리고 있다. 현재는 부산 국제영화제(BIFF)와 함께 국내 4대 영화제 중 하나로 불린다. 음악과 영화가 동등한 비중으로 다뤄지는 종합문화축제적 성격을 띤다.

    개최 당시만해도 극장이 있었으나 규모가 작았다. 행사가 주로 열리던 곳은 4개 상영관을 갖춘 제천 TTC극장이다. 그러다 2011년 제천 최초의 멀티플렉스 영화관 ‘제천 메가박스’로 탈바꿈하면서 화제가 됐다. 상영관 규모가 커지자 영화제도 더욱 풍성해졌다. 이 곳은 총 7개관·1200석 규모로, 5층짜리 건물 전체가 영화관으로 쓰였다. 제천 유일의 3D상영관도 갖췄다.

    그러나 전국을 휩쓴 코로나19로 인해 제천에도 위기가 닥쳤다. 제천 메가박스는 2021년 코로나19 로 인해 임시휴업에 들어간 뒤 재개하지 못했고, 끝내 2023년 폐업에 이르렀다.

    [땅집고] 충북 제천 유일한 영화관 'CGV제천'이 공매 매물로 나왔으나, 7차례 유찰 끝에 공매 중지됐다. /캠코 홈페이지

    2022년 코로나19를 뚫고 개관한 CGV제천은 2년 운영한 뒤 ‘내부 수리’를 이유로 돌연 문을 닫았다. 2027년 5월까지, 5년간 CGV측과 위탁계약을 맺었으나 계약기간을 다 채우지도 못한 채 경영난에 빠진 것. 결국 운영사인 더캐슬주식회사는 KB부동산신탁을 통해 건물을 공매 시장에 넘겼다.

    제천의 마지막 상업 영화관은 7차례 유찰을 거치면서 반값이 됐다. 7차 최저입찰가 218억7000만원은 최초 감정가 377억8840만원의 57%에 불과하다. 현재는 찾는 이가 없어 공매가 중단된 상황이다.

    제대로된 영화관 없이 영화제를 열어야 하는 처지가 되자, 시와 영화제 사무국은 부랴부랴 영화관 확보에 나섰다. 그 결과, 영화제 사무국은 안정적인 영화제 개최를 위해 폐점한 메가박스 건물을 재단장해 올해 하반기 ‘짐프시네마’를 선보였다. ‘제천국제음악영화제(JIMFF)’ 약자를 땄다. TTC극장의 세번째 이름이다.

    ◇ 인구 6만 제천, ‘영화관 없는 영화도시’ 벗어날 수 있을까

    이제 막 첫발을 뗀 짐프영화관이 안정적인 운영을 이어갈 지는 미지수다. 제천을 비롯해 전국에서 영화관 위기가 이어지고 있어서다. 인구 100만이 훌쩍 넘는 대구와 부산 등 광역시 소재 영화관마저 줄줄이 문을 닫는 처지다.

    제천의 경우 인구가 6만명대에 불과해 영화관 운영이 더욱 쉽지 않다. 영화관 회생을 위해 정치권이 목소리를 낼 정도다. 영화관 없이 영화제를 치러야 할 뿐 아니라, 지역민들의 강원도·충남 등으로의 영화원정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국민의힘 엄태영 의원은 지방선거 당시 “제천·단양 주민들은 영화관이 문을 닫아 (영화관이 있는) 인근 도시로 원정을 떠난다”며 “지방 도시의 문화 인프라 지원에 대기업이 나서 달라고 요청했다”고 말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지방 영화관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면 사실상 지자체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제한적인 영화 상영 수요만으로 임대료와 수수료 등을 감당하기 어렵다. 한 업계 관계자는 “소도시일수록 영화관을 찾는 젊은 층이 더욱 적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안정적으로 상영관을 운영할 요인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방치된 지방 영화관을 새로운 공간으로 활용하자는 의견도 있다. 상영관을 최소한으로 유지하면서 유휴 공간에 다른 기능을 배치해 배후 수요를 늘리자는 것이다.

    한 개발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줄었어도 영화관이 접근성 좋은 곳에 있다는 사실은 변함없다”며 “영화관이 가진 높은 층고, 넓은 면적 등 이점을 가지고 새로운 공간을 창출한다면 먼 지역에서도 영화 등을 즐기러 올 수 있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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