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1.18 16:00
[땅집고] 과거 경기 파주시 일대에 독특한 계단식 테라스하우스 형태로 분양해 눈길을 끌었던 ‘서미힐 테라스’가 무더기로 공매에 나왔으나 전부 유찰됐다. 최고 12억원에 달했던 가격 대비 입지·상품성 측면에서 경쟁력이 떨어지는 데다, 이 단지를 짓던 건설회사가 부도처리 되면서 현장이 공사장 수준으로 방치되는 바람에 새 주인을 찾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땅집고옥션(☞바로가기)에 따르면 경기 파주시 야당동 ‘서미힐 테라스’ 1단지 총 15가구가 올해 10월 2일부터 21일까지 총 5차례에 걸쳐 공매를 진행했다. 공매 결과 모든 가구가 5차례에서 전부 유찰돼 주택형별로 최초 7억1100만~12억2800만원이던 입찰가가 약 30% 낮아진 5억5000만~9억5000만원까지 떨어졌다. 향후 재공매 절차를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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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미힐 테라스’는 1~4단지를 합해 총 90가구 규모로 계획한 연립주택 단지이다. 마치 계단식 논처럼 10개층에 달하는 단차를 두고, 한 층마다 주택 한 채를 배치한 형태로 2019년 최초 분양 당시 주택 시장에서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테라스하우스로 짓는 만큼 인근에 약 130m 높이 황룡산을 끼고 있어 한적한 환경에서 살 수 있으면서, 경의중앙선 야당역까지 걸어서 20분 정도 걸리는 점도 내세웠다. 사업 시행은 코리아신탁이 관리형토지신탁형태로 진행하며 시공은 우솔산업개발이 맡았다. 2020년 5월 준공이 목표였다.
하지만 1단지 19가구를 준공한 후 2단지 47가구를 짓던 시점인 2022년 9월, 우솔산업개발이 자금난에 닥치면서 공사가 돌연 중단됐다. ‘서미힐 테라스’가 파주시 외곽 입지인데도 분양가가 한 채당 10억원에 달할 정도로 비싼 탓에 ‘미분양 폭탄’을 맞은 영향이 컸다. 더군다나 당시 부동산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회생에 실패한 우솔산업개발은 결국 2023년 4월 당좌 거래 정지 처리되면서 부도 처리됐고, 같은 해 6월 최종 폐업했다.
현재 ‘서미힐 테라스’는 총 28가구로 구성하는 2단지 공사가 중단된 채로 3년여 동안 방치된 상태다. 태양광 패널이 달린 주택마다 콘크리트 골조는 어느 정도 완성됐지만 내부는 텅 비어있고, 건설 과정에서 설치했던 철근과 파이프 등이 제거되지 않은 채로 빨갛게 녹슬어 있다. 현장 곳곳에 건설 자재가 널려 있어 마치 유령 마을같은 느낌이 물씬 난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준공을 마친 ‘서미힐 테라스’ 1단지 총 19가구 중 전입 신고된 주택은 총 3가구에 불과하다. 대부분이 최초 수분양자다. 코리아신탁 측이 2단지 나머지 공사를 진행할 건설사를 찾으려고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다고 전해진다. 나머지 3~4단지 개발은 사실상 백지화됐다.
야당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1단지의 경우, 공사를 마쳤다고는 해도 계단식 형태로 지은 독특한 형태 때문에 살기 불편해 이 집을 매수하려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며 “지상에서 위쪽 주택으로 가려면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데 고장난 상태라 계단을 올라야 하고, 누수가 발생하는 등 하자가 있어도 하자보수를 해줄 건설사가 없다 보니 시설이 열악한 상황”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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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코리아신탁은 ‘서미힐 테라스’ 1단지 총 15가구를 통째로 공매해 자금을 회수하기로 했다. 지난 10월에 내건 공매 공고에 따르면 주택형은 전용 84㎥부터 137㎥까지 다양하게 마련됐다. A동 101호 135㎡ 주택의 경우 감정가가 9억4382만원, 같은동 201호 84㎡ 주택은 7억1160만원 등으로 책정됐다.
‘서미힐 테라스’는 지난 10월 2일 감정가 수준으로 1회차 공매를 진행했다. 하지만 주변 대비 가격이 너무 높게 책정된 탓에 전부 유찰됐다. 인근 30평대 타운하우스 시세를 보면 5억원에도 매물로 나온 곳이 여럿 있고, 아파트와 비교해도 비싼 편이다. 인근 ‘일산 에듀포레 푸르지오’ 84㎡가 올해 10월 4억8000만원에 팔렸다. 최소 2억~3억원 이상 비싼 탓에 응찰자가 없었다는 분석이다.
이후 최초 7억1100만~12억2800만원이던 입찰가가 5회차 공매에선 5억5000만~9억5000만원까지 떨어졌으나 모든 가구가 주인을 찾는데 실패했다.
김기현 땅집고옥션 대표는 “단지가 들어선 파주시 야당동은 최근 1년 동안 실거래된 연립주택이 47건에 불과할 정도로 수요가 많지 않은 지역”이라며 “특히 같은 기간 전용 130 ㎡이상 대형 주택은 한 채도 거래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 환금성도 문제이고 주택이 장기간 공실로 남아있던 탓에 들여야 하는 수선비 등을 고려하면 공매에 도전하는 수요자가 없는 것이 당연한 상황”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