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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한달에 6억 폭등…'입주는 전세하락' 공식마저 깨진 강남

    입력 : 2025.11.18 11:07

    강남권 전세대란 비상, 전세금 6억 껑충
    정부 부동산 대책의 역설
    토허제+계약갱신, 매물 잠김이 근본 원인

    [땅집고] 서울 강남권 주요 단지에서 전세금이 단숨에 수억원씩 치솟는 ‘이상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통상 입주 물량이 쏟아지면 전세 매물이 늘어나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강남은 오히려 전세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며 세입자들의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전세시장 공식이 깨지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땅집고]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강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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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 전용 101㎡(40평) 전세는 이달 8일 31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해당 평형 기준 역대 최고가다. 지난달 25억~25억5000만원 수준이던 전세금이 한 달도 안 돼 6억원 이상 뛰었다.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도 분위기가 비슷하다. 6월 3300여 가구가 한꺼번에 입주하며 서초구 일대 전세금이 단기간 하락하기도 했다. 입주 시점에 전용 84㎡(33평) 전세금은 15억원이었으나 이달 19억원으로 상승했다. 매달 1억원씩 오른 셈이다.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 전용 98㎡(38평) 전세 매물은 두 달 만에 2억이 올라 17억원에 거래가 됐다.

    11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7242가구로 올해 전체 입주물량의 22.8%가 이달에 집중됐다. 강남구 청담르엘(1261가구), 서초구 래미안원페를라(1097가구) 등 대규모 단지가 입주장을 맞았다. 통상 특정 지역의 입주가 몰리면 전세 매물이 늘고 가격이 하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강남권에서는 오히려 집주인들이 전세 호가를 올려 부르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땅집고] 11월 둘째주 시도별 전세가격지수 변동률./한국부동산원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전세금은 10·15 대책 직후인 10월 셋째 주 0.13% 오른 뒤, 10월 넷째 주 0.14%, 11월 첫째 주 0.15% 등으로 오름폭이 커졌고, 11월 둘째주에는 지난주와 동일한 상승폭을 보였다. 매매가 상승폭이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근본 원인은 매물 자체가 부족하다는 점이다. 17일 아파트실거래가(아실)에 따르면 이달 1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6335건으로 올해 초(3만1814건) 대비 17.2%(5479가구) 감소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에 따른 매물 잠김 현상과 전세 재계약 증가가 겹치면서 가용 매물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실제 전월세 갱신계약 비중은 뚜렷한 증가세를 보인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계약 기준으로 2023년 23.7% 수준이었던 갱신계약 비중은 지난해 29.8%로 늘더니 올해에는 37.5%로 증가했다. 정부의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2일까지 갱신계약 비중은 43.1%로 더욱 커졌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10·15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지만 오히려 임대차 시장을 자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월세 물량 부족이 장기화하면서 전세금 오름폭이 더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월세 가격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치솟으면서 서민 주거비 부담이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현재 서울 아파트 전세가율이 약 50% 수준으로 매매가 대비 전세금이 낮게 형성돼 있으나, 전세대출과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부담으로 보증금 인상에는 한계가 있어 월세 전환이 빠르게 늘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뉴욕·도쿄 등 주요 도시 대비 국내 임차료가 낮은 편이라 향후 월세 상승 압력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kso@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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