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1.17 14:39
[땅집고] 경기 침체 장기화로 기업들의 상환 능력이 떨어지면서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을 가리지 않고 부실채권(NPL)이 급증하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들은 건전성 관리를 위해 NPL 매각을 늘리고 있으며, 지방은행들은 NPL인 고정이하여신이 빠르게 불어나면서 지역 금융권의 부실 위험이 현실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NPL은 3개월 이상 원리금을 갚지 못해 부실로 처리된 대출 채권을 의미한다.
◇시중은행, 방어했지만 매각 확대로 간신히 관리…4분기 2조대 매각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5년 6월 말 국내은행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부실채권(NPL) 규모는 16조6000억원으로, 전년 동기(14조4000억원)보다 2조2000억원 늘었다. 총여신 대비 부실채권 비율은 0.59%로, 전년 동기(0.53%)보다 0.06%포인트 상승했다. 고금리와 소비 위축 등 경기 여건이 개선되지 않으면서 추가 악화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
금융통계정보 시스템 개별 자료를 보면, 시중은행 7곳 중 가장 높은 NPL 비율을 기록한 곳은 한국씨티은행(1.42%)이다. 전체 총여신이 8157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가운데, NPL은 115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한국씨티은행은 2023년 6월부터 줄곧 1%대의 NPL 비율을 유지하고 있으며, 국내 은행 중 유일하게 꾸준히 1%를 넘기고 있다. 지난 수년간 소매금융을 철수하고 기업금융 중심으로 전환했지만, 부실자산 관리는 여전히 숙제로 남은 모습이다.
아이엠뱅크도 같은 기간 NPL 559억원에 총여신 5조9154억원으로, 작년 12월 이후 NPL 비율이 꾸준히 1% 수준을 기록 중이다. 사실상 5조원이 넘는 대출 자산 가운데 500억원 이상이 회수가 어렵거나 손실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2023년까지만 해도 0.6~0.7%대였던 점을 감안하면 가파른 상승이다.
국민은행·신한은행·우리은행·하나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은 그나마 낫다. NPL 비율은 0.3~0.4%대를 유지하고 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 하나은행도 0.3% 중반 내외에서 안정세를 보인다. 다만 경기 침체 장기화로 대출을 갚지 못하는 기업이나 소상공인이 늘어나자, 시중은행들도 대규모 NPL 매각에 나서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신한은행은 NPL 매각을 위한 자문 용역 업체 선정에 돌입했다. 4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을 포함하면 4분기에만 2조원가량의 은행 부실채권이 시장에 나올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은행의 상반기 부실채권 매각 규모는 2조8000억원 수준이었다.
국민은행은 연말까지 3000억원의 NPL을 매각하고, 올 상반기에만 약 5000억원의 NPL 매각에 나선 우리은행 역시 총 4000억원 추가 매각에 착수했다. 올해 상반기 NPL 7000억원 어치를 매각한 기업은행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3500억원 규모의 NPL을 매각한다. 하나은행도 4분기 부실채권 매각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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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방은행이 더 심각했다…1년 새 NPL 50%↑ '경고등'
지방은행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은행 등 지방 5대 은행은 NPL 비율이 대부분 상승세를 보이며, 특히 기업여신 부문에서 부실 리스크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의 채무상환 부담이 높아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경남·광주·부산·전북·제주 등 지방은행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1조4252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9456억원보다 51%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도 39% 증가했다. 부산은행의 기업여신 고정이하여신 규모는 5112억원에 달한다. 이는 1년 전인 2024년 6월(3731억원) 대비 약 37% 급증한 수치다.
부산은행은 전체 기업여신 가운데 중소기업 대출이 35조원을 넘어서면서 여신 포트폴리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경남은행의 기업여신 고정이하여신은 2815억원으로, 1년 전 1083억원에서 약 2.6배 수준으로 증가했다. 광주은행의 부실 여신도 확대 중이다. 작년 6월 840억원에서 1년 만에 1029억원으로 늘었다. 대부분은 중소기업 대출에서 발생했고, 개인사업자 부문은 195억원에 이른다.
전북은행 역시 전체 기업여신에서 부실채권이 늘고 있다. 1203억원으로, 1년 전 796억원 대비 약 51% 증가했다. 제주은행은 기업대출 전체 규모는 작지만, NPL 증가율이 높다. 올해 785억원으로, 1년 전 481억원 대비 63% 가까이 증가했다.
그동안 지방은행의 NPL은 작년 6월 1조원에서 올 6월 1조5060억원으로 1년 새 약 51% 급증했다. 같은 기간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은 약 22% 늘어나는 데 그쳐, 지방은행의 증가폭이 두 배 이상 컸다. NPL 비율 역시 지방은행은 0.65%에서 0.96%로 0.31%포인트 상승해, 국내 은행 전체 평균인 0.59%를 크게 웃돌았다.
전문가들은 시중은행이든 지방은행이든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특징은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 대출 부실이 부각되고 있다고 우려한다. 지금은 건전성 지표의 구조적 악화로 진입하는 초입 단계로 볼 수 있어 자영업자·중소기업 중심의 지역은행이 먼저 타격을 입고 있으며, 시중은행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방·시중은행 모두 부실채권 리스크가 확대 국면에 진입했다는 데 시장이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당국과 은행 모두 자산 건전성 관리와 위기 조기 식별을 위한 선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 pkram@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