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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만 잘못 사도 수십억 날린다" 부동산 개발 실패 부르는 6대 함정

    입력 : 2025.11.14 12:34

    [신보연의 부동산 처방전] 부동산 개발 사업은 왜 실패하는가

    [땅집고] 우리나라 도시 부동산 개발 시장이 위기를 맞고 있다. 굵직한 재건축 재개발 현장에선 공사비가 기존 대비 40% 가까이 뛰고, 꼬마빌딩도 준공 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해 건물주마다 큰 손실을 감당하고 있는 사례가 수두룩하다.

    [땅집고] 경기 고양시의 한 상가가 준공 후 공실로 방치돼있다. /이지은 기자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3월 말 기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연체율은 4.49%로, 사상 처음으로 4%대를 돌파한 것으로 집계됐다. 부실우려 여신 규모는 21조9000억원에 달한다. 더 심각한 것은 저축은행, 상호금융 등 제 2금융권 토지담보대출 연체율이 28%를 웃돌 정도로 치솟았다는 사실이다.

    대체 왜 이렇게 많은 개발 사업이 실패하고 있을까.

    모든 문제는 ‘땅 잘못 사서’...개발 리스크 6가지

    업계 전문가들은 대부분의 개발 실패는 철저한 검토 없이 부지를 매입하면서 시작된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장마다 지금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 상황에서 공통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실패 요인을 총 6가지로 나눠서 정리해보자.


    부지 검토 미흡
    공급하려는 부동산 상품이 아무리 좋은 시설과 조건을 갖췄더라도, 입지가 어긋난다면 부지 검토를 제대로 했다고 볼 수 없다. 예를 들어 주택가 한가운데 근린생활시설을 신축하거나, 상권 분석 없이 상가를 과다 공급하는 사례가 전형적이다. 실제로 경기 성남 판교신도시의 한 오피스텔 단지의 경우 300개가 넘는 상가를 배치했지만 대부분이 공실로 남으면서 개발에 실패했다. 배후 세대가 충분하지 않거나 지역 소비 동선에서 벗어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 이처럼 공실 위험을 피할 수 없다.

    ②사업성 과대평가
    임대료를 주변 시세보다 높게 책정하거나, 건축비 상승 추이를 간과한 채 사업을 진행하면 사업성 측면에서 문제가 생긴다. 지금처럼 건설 자재값과 인건비가 날로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선 실제 착공 시점에 공사비가 계획했던 것보다 30% 이상 증가하는 일이 충분히 발생할 수 있다. 사업주·건축주의 낙관적 전망이 향후 수십억원대에 달하는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③자금 계획 부실
    기대했던 대출 한도보다 실제 대출 가능한 자금이 낮거나, 금리 상승 리스크를 적절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이자 부담이 불어나는 경우가 많다. 준공 후 공간 임대차가 모두 채워질 것이라고 확신하는 것도 오산이다. 현금 흐름 악화하면서 자금난에 닥치면 사업 중단은 물론이고 추후 강제 매각까지 이어질 수 있다.

    ④ 부실한 설계
    건축물 설계는 반드시 사용자 입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를 무시하고 건축물에 본인의 개인적인 이상을 투영하는 사례가 있다. 더불어 관련 지식과 경험이 없는 건축주가 설계도면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고 자재 명세도 정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를 시작하면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 공사 중 설계 변경을 수 없이 거치면서 공사비 상승을 부르게 된다.

    ⑤부실한 공사 계약
    :시공사에게 견적서와 계약서를 전적으로 맡기면서 공사 범위와 자재 명세를 검토하지 않는 경우에도 문제가 터질 수 있다. 심지어 계약이행보증, 선급금보증, 하자이행보증 등 필수 보증 조건까지 누락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해진다. 공사 일정은 지연되고, 추가 공사비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계약과 동시에 건축주가 지고 시작하게 되는 셈이다.

    사용승인 후 운영관리 미흡
    사용승인을 받은 신축 건물은 내외부 모든 깔끔하다. 하지만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서 노후하고 감가되는 자산이다. 따라서 준공 후 기본적인 시설 관리를 소홀히 하면 인근 건물 대비 낮은 임대료로 세입자를 모셔야 할 위험이 있다. 결국 이는 자산가치의 하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그래도 부동산 개발은 계속된다

    부동산 개발 과정에서 이처럼 많은 리스크를 마주하게 되지만 무작정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지금이야 말로 준비된 건축주에게는 기회의 시기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이재명 정부 들어 발표된 총 세 차례의 부동산 대책으로 주거용 부동산 대출 규제는 역대급으로 강화됐다. 반면 오피스텔, 상가, 근린생활시설 등 비주거용 건물에 대한 대출은 여전히 열려 있다.

    /서울시

    서울시에선 건축주들에게 인센티브를 주고 있기도 하다. 올해 5월 19일부터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제2종·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기존 용적률 대비 50%p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 이에 따라 제2종 일반주거지역은 200%에서 250%로, 제3종 일반주거지역은 250%에서 300%로 상향 조정돼 건축주가 거둘 수 있는 사업성이 커졌다.

    일조권 사선제한도 완화됐다. 당초 북쪽 대지경계선으로부터 건물 높이에 따라 10m 이하는 1.5m 이상, 10m 이상은 1/2이상을 띄워야 했다. 올해부터는 높이 10m 초과~17m 이하인 부분에 대해서는 종전의 절반이 아닌 5m만 이격하면 된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건물 높이가 16m일 경우 북쪽 8m 이격이 필요했지만, 개정 후 지금은 5m만 확보하면 되는 셈이다.

    도시 전체적으로 보면 건물 노후화로 기존 건물에 대한 리모델링과 신축 수요가 꾸준한 점도 개발 사업이 필요한 이유다. 고품질 근린생활시설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제대로 된 입지 분석과 설계, 합리적인 임대료 수준을 지킨다면 충분히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

    ◇수십억대 손실 막는 개발 성공 공식은

    그렇다면 부동산 개발 사업에서 성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부지 매입 전 철저한 사전조사가 필요하다. 단순히 땅값이 저렴하다거나 지인이 소개해줬다는 이유만으로 매입을 결정하면 안된다. 시장조사, 주변 환경, 배후 수요. 경쟁 현황 등을 면밀히 검토 한 후 의사결정을 내린 뒤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

    이어 토지 용도에 따른 검토도 진행해야 한다. 부지가 유명 상권에 속해있다면 상가 중심 건물로, 역세권 중급 상권이라면 1~2층은 상가, 3~4층은 사무실·주거시설로 구성하는 것이 좋다. 동네 상권이면 1층만 상가로 채운뒤 나머지는 주거시설로, 조용한 주거전용지역이라면 모든 층을 주거시설로 계획하는 것이 업계 원칙이다.

    더불어 무조건적인 장밋빛으로 전망하기보다는 철저한 사업성 분석으로 수익을 현실적으로 예측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보수적인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토지비, 공사비, 금융비 등 비용과 함께 예상 임대료와 공실률을 산정해본다. 예상치 못한 최악의 경우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까지도 고려해야 사업 성공에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설계 단계에선 임차인과 최종 사용자가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을 꾸려야 한다. 평면·동선·채광·환기 등 모든 측면에서 사용자 만족도를 우선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사업 구상부터 부지 검토, 자금 계획, 사업 타당성 분석, 부동산 매입 계약, 설계사 선정과 용역 계약, 시공사 선정, 도급계약, 공사 관리, 사용승인 전 마케팅, 사후 관리까지 각 개발 단계마다 명확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

    부동산 개발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제대로 된 원칙과 체계적인 접근법을 갖추고 도전한다면, 자칫 발생할 수 있었던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달하는 손실을 막고 기대했던 수익률을 거둘 확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글=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 편집=이지은 기자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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