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세곡동이 강남의 실버타운?" 340억짜리 노인 목욕탕에 집단 반발

    입력 : 2025.11.15 06:00

    [땅집고] “세곡동 마지막 남은 알짜 땅인데, 노인 목욕탕이랑 치매 센터를 짓는다니요? 결사 반대합니다! 강남구청은 미래 세대를 위한 시설을 먼저 지어주세요!”

    서울 강남구 최남단에 자리잡고 있는 세곡동. 2000년대까지만 해도 그린벨트로 묶여 있어 수풀만 무성한 곳이었으나, 2010년대 들어 그린벨트가 해제된 뒤 아파트촌으로 개발되면서 주거지로 변신한 동네다. 업무지구가 몰려 있는 강남 중심지와 비교하면 한적한 분위기가 나긴 하지만 집값이 국민평형인 84㎡(34평) 기준 20억원 돌파를 코 앞에 두고 있다. 2012년 세곡동에 입주한 총 912가구 규모 ‘세곡푸르지오’ 84㎡가 올해 10월 19억원에 팔렸다.

    [땅집고] 서울 강남구 세곡동 550번지를 공공목욕탕, 치매센터 등 노인 위주 시설로 개발하는 강남구청 측 계획에 반대하는 주민들이 게시한 현수막.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세곡동 한가운데에는 10년 넘게 빈 땅으로 방치돼있는 부지가 있다. 당초 이 땅에는 우체국이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정부 우정사업본부에서 세곡동 우체국 개국을 포기하면서, 강남구청이 부지를 매입해 이 곳에 주민들을 위한 편의시설을 짓겠다고 밝혔다. 주민들 사이에선 삶의 질을 높여줄 수영장이나 자녀 교육을 위한 영어도서관 등 시설이 생겨날 것이란 기대감이 돌았다.

    하지만 최근 강남구청이 이 부지에 노인복지시설 위주로 구성하는 건물을 짓겠다고 밝히면서 세곡동 일대 주민들의 반대 목소리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이미 세곡동 일대에 노인을 겨냥한 편의 시설이 여럿 들어서있는데, 지역 한가운데 남아있는 알짜 부지에 또 노인 시설을 짓는 것은 엄연한 예산 낭비라고 항의 중인 것.

    ☞경매 초보도 돈버는 AI 퀀트 나왔다…땅집고옥션, 백발백중 투자법 제시

    [땅집고] 강남구청이 수립한 서울 강남구 세곡동 550번지 개발 계획. 총 341억원 정도를 투입한다. /강남구청

    강남구청이 공개한 ‘세곡동 550번지 건축 개요’에 따르면, 신축 시설은 부지 896㎡에 지하 3층~지상 4층, 연면적 3995㎡ 규모로 들어선다. 층별 계획안에는 ▲지하 1~3층 주차장 ▲지상 1층 공공목욕탕 ▲2층 어린이 실내 놀이터 ▲3층 치매 안심 센터 ▲4층 스크린 파크 골프장 등이 기재돼있다. 2028년 12월 완공이 목표며 건립을 위해 토지보상비 90억5200만원을 포함해 총 341억4000만원 정도가 투입될 예정이다. 강남구청이 전액 구비로 충당한다.

    세곡동 주민들은 신축하는 건물 중 2층 어린이 실내 놀이터를 제외하면 모든 층이 노인 관련 시설로 채워지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청소년이나 청년 등 미래 세대가 활용할 만한 시설이 들어서야 세곡동이 발전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일부 주민들은 세곡단이 최남단이긴 하지만 엄연히 강남구 입지인 점을 고려해 교육 측면에서 도움이 되는 영어도서관, 전자도서관 등 학업 관련 시설을 원했으나 이런 기대가 무산됐다는 볼멘소리를 내놓는 중이다.

    [땅집고] 10년 넘게 빈 땅으로 방치돼있는 서울 강남구 세곡동 550번지 부지. /네이버 거리뷰

    실제로 세곡동 550번지 건축 계획을 접한 세곡동 주민들은 강남구청 및 강남구의회 홈페이지에 개발 계획을 변경해달라는 집단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민원인 김모씨는 “세곡동은 강남구의 실버타운이 아니다”라면서 “강남구청은 세곡동이 노인들만을 위한 주거지가 아닌, 모든 세대가 살기 좋은 주거지가 될 수 있는 편의시설을 제공해야 한다”라는 글을 남겨둔 상태다. 이어 다른 민원인 역시 “이미 세곡동 안에는 구립요양병원, 민간요양병원, 데이케어센터, 실버타운, 시니어센터 등 노인복지·편의시설이 차고 넘치게 지어져있다”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강남구가 세곡동을 어떤 식으로 바라보고 이용하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상당히 괘씸하고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글을 남겨뒀다.

    ☞[놓치면 손해] 경공매 초보도 성공하는 ‘AI 퀀트 분석 툴’ 반값에 공개!

    하지만 강남구청 측은 세곡동의 인구 특성을 고려하면 해당 부지를 노인 특화 시설로 개발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곡동은 강남구에서 65세 이상 인구가 가장 많은 1위 동이라는 것. 행정기관 입장에선 지역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면서 기존 시설과 중복되지 않도록 공공목욕탕, 치매 안심 센터, 스크린 파크 골프장을 고안해냈다는 설명이다.

    강남구청은 세곡동 주민들이 남긴 민원에 “현재 투자 심사 이행 등 행정 절차를 밟고 있다”면서 “도서관, 청소년·가족 복합문화시설 등 주민들이 요청 중인 다양한 의견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세대와 계층을 아우르는 주민편의시설을 건립하도록 노력하겠다”고 답변하고 있다. /leejin0506@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