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1.13 06:00
[땅집고] 최근 정부의 강력한 부동산 규제에도 불구하고 서울의 아파트 시장 가격이 계속 고공행진하고 매수세가 끊이지 않고 있다. 코스피가 4100선을 넘어서는 등 주식 시장도 마찬가지로 역대급 활황세다. 시장 안팎에서는 조심스럽게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시장이 실제 가치보다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는 버블 상태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부동산·주식 값, 너무 빠르게 오른다”… 시장선 ‘버블의 7징후’ 솔솔
◇“부동산·주식 값, 너무 빠르게 오른다”… 시장선 ‘버블의 7징후’ 솔솔
영국 파이낸셜타임즈를 대표하는 두 경제칼럼니스트 마틴울프 (Martin Wolf)와 존 오서(John Authers)는 지난 20년간 여러 차례에 걸쳐 “버블을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를 분석하며 반복되는 징후를 지적했다.
첫째, 시장 가격이 실제 가치(Fundamentals)를 훨씬 초과한다는 점이다. 주가와 자산가치가 실제 이익, 현금흐름, 기업의 생산성으로 설명되지 않을 정도로 높다는 점이다. 주가가 주당 순이익의 몇 배 수준인가를 보여주는 선행주가수익비율(PER), 기업의 순자산 대비 몇 배인지 알려주는 지표인 주가순자산비율(PBR) 지표가 과열 구간에 있다는 평가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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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전체 지수 PBR은 최근 약 1.32배 수준으로 과거 활황이었던 코로나 팬데믹 시기를 웃돌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마찬가지다. 강남을 비롯한 서울 핵심지 집값은 강력한 정부의 규제책에도 가격이 치솟고 있으며 수요도 끊이지 않고 있다. 수도권 거주자의 평균 임금과, 임금 상승률을 고려할 때 주거비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는 우려가 나온다.
둘째,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이다. 버블이 커질수록 투자자들은 기존의 평가 기준을 무시한다는 논리다. AI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과 패러다임이 기존의 규칙을 대체하고 있다는 논리가 마치 신화처럼 버블을 형성한다는 것. 주식시장에서는 AI혁명과 금리인하 본격화를 주가 폭등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서울 부동산 시장에서는 공급 감소로 인한 물량부족과 금리인하, 해외수요 증가 등을 집값 폭등의 원인으로 분석한다.
셋째는 군중심리와 포모(FOMO) 현상, 즉 기회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공포 심리를 뜻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지난 상승장에서도 ‘벼락거지’, ‘패닉바잉’란 말이 등장하면서 투자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심리가 커졌다. 실제로 당시 집을 구입한 수요자와 구입하지 못한 수요자 간 자산격차가 크게 벌어지면서 이러한 단어가 현실화한 것도 맞다. 주식 시장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비트코인이나 테슬라 열풍 등이 이를 잘 나타낸다. 합리적인 판단보단 남들 따라가기 즉, 추격매수로 이어졌다.
넷째, 레버리지가 확대된다는 점이다. 개인과 기업이 모두 대출을 늘린다는 의미다. 대출에 근간이 되는 신용이 팽창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 어느 순간에 버블이 붕괴할 수 있다.
다섯째, 자산이 경제 전반을 지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서울 핵심지 부동산 가격, 기술주·반도체주 중심의 주식이 전체 경제와 시장을 이끌어가고 양극화가 심화하는 형태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여섯째, 과도한 대중의 참여다. 자산시장이 무너질 때, 즉 고점을 확인하는 지표는 투자 성공담이 넘치고 주식에 관심없던 일반 지인들까지 너도나도 투자하는 시점을 조심하라는 말이 있다. 투자 뉴스가 주류 문화콘텐츠로 자리잡을 때가 조심해야할 때란 의미다.
마지막으로는 현금의 흐름보다는 기업의 미래 잠재력이 과도하게 반영되는 현상이다. 적자가 나더라도 시장 점유율만 확보하면 된다는 식의 논리가 주식시장을 지배한다. 1995년~2000년, 미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 IT·인터넷 관련 주시기 폭등했던 닷컴버블이 단적인 예다. 증시에서는 특히 미래 산업(반도체, AI)이 지금 수익은 작지만 미래에 커질 것이라는 기대가 가격에 반영되는 모습이 있다. 하지만 여전히 기업 실적 증가 등이 동반되고 있어, 완전히 실적을 무시한다고 보기엔 논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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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블은 팽창 중일 때 이미 시작, 왜 오르는지 냉정하게 따져야
위 7가지 징후를 종합하면 버블의 본질은 단순히 가격이 오르는 데 있는 것이 아닌, 기대와 현실의 괴리, 그 간극이 커질 때 발생한다는 것을 시사한다. 시장의 상승이 실질적인 이익과 생산성 개선에 기반한다면 건전한 성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번엔 다르다’는 믿음과 ‘남들 다 사는데 나만 빠질 수 없다’는 불안이 가격을 밀어올린다면, 그것은 이미 거품의 전조란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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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울프와 존 오서가 경고한 바에 따르면 버블은 대개 이성보다 확신이 앞설 때, 현실보다 기대가 커질 때 만들어진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지금의 주식과 부동산 시장이 그 경계 위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며 “버블은 꺼질 때가 아니라, 팽창하고 있을 때 이미 시작되므로 남들이 사니까 나도 산다는 심리가 아니라 왜 오르고 있는가를 묻는 냉정함이 필요하다”고 했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