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1.06 16:35 | 수정 : 2025.11.17 15:05
[땅집고] 총 1만여 가구 규모 매머드급인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단지 내 상가에 아파트 이름을 딴 결혼정보회사가 등장해 화제다. 앞서 서초구 반포동 대장주인 ‘래미안 원베일리’의 ‘원베일리 노빌리티’에 이어, 국내 부동산 시장에서 상징성이 있는 아파트 명칭을 빌려 출범한 두 번째 결혼정보회사 사례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2018년 입주한 ‘헬리오시티’는 총 9510가구 대단지로 입주 당시 전국을 통틀어 최대 규모 아파트라 뜨거운 주목을 받았다. ‘강남 3구’ 입지면서 지하철 8호선 송파역을 끼고 있어 올해 10월 국민평형인 84㎡(34평)가 30억3500만원에 거래될 만큼 고가 아파트기도 하다.
이런 가운데 송파역 4번 출구와 맞닿아있는 이 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 올해 6월 중순쯤 ‘헬리오 결혼정보’라는 간판을 단 매장이 문을 열어 관심이 쏠린다. ‘헬리오시티’ 이름을 딴 결혼정보회사가 생긴 것. 상가 외관을 분홍색 시트지와 예식복을 입은 신혼부부 그림으로 장식하고, ‘좋은 사람 만나 결혼하세요!’란 문구를 달아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
‘헬리오 결혼정보’를 차린 서 모 대표는 송파구에서 30년 넘게 거주한 토박이면서 ‘헬리오시티’에 살고 있는 입주민이다. 그는 “별다른 온라인 광고를 하지 않았는데도 1만가구 규모 대단지인 만큼 입주민 자녀들끼리 성혼을 원하는 부모들 수요가 풍부하다”면서 “자녀들 연령층은 주로 30~40대인데, 헬리오시티 뿐 아니라 인근 강동구 둔촌동 ‘올림픽 파크포레온’ 등 다른 아파트에서도 전화가 온다”고 했다.
송파구 일대 공인중개사들에 따르면 그동안 ‘헬리오시티’ 입주민 중에선 결혼 적령기를 둔 미혼 자녀들의 결혼을 주선하려는 비공식 움직임이 이어져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6월 ‘헬리오 결혼정보’가 업체 허가 등록을 마치고 공식 출범한 것. 고가 아파트를 보유할 정도로 자산을 갖춘 입주민끼리 사돈을 맺고 싶어 하는 수요가 적지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서울 핵심 아파트마다 굳이 외부에서 짝을 찾는 대신 같은 입주민 자녀 간 만남을 주선하고자 하는 모임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올해 84㎡ 아파트가 70억원을 돌파한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다. 당초 입주민들끼리 소개팅을 주선하던 ‘원결회’(래미안 원베일리 결혼정보모임회)가 활발해지자, 아예 ‘원베일리 노빌리티’라는 이름으로 결혼정보회사를 설립했다. 당초 입주민을 중심으로 수십명 규모 소모임으로 시작했으나 올해 2월부터 서초·강남구 거주자 전체로 가입 문턱을 낮추면서 등록 회원이 600명을 돌파했으며, 성혼 사례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7월에는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 2차’에서도 결혼 적령기 자녀를 둔 입주민과 미혼 남녀를 중심으로 한 동아리 ‘아름다운 인연’이 모집을 시작했다. 이 동아리 홍보 전단에는 “서울 주요 주거지에 거주하는 분들 간의 자연스럽고 우아한 만남의 장을 마련해, 뜻깊은 인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소통의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면서 활동 내용으로는 소규모 홈 파티와 문화 모임, 맞춤형 취미 활동, 전문가 초청 특강 및 소셜 프로그램 등을 운영할 방침이라고 기재됐다.
한편, 고가 아파트 입주민 간 만남이 빈번해지는 현상에 대해 “같은 단지에 사는 만큼 신원이 확실하고, 자산이 비슷한 사람끼리 만나니 효율적일 것 같다”는 긍정적 의견이 나온다. 반면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끼리만 사돈을 맺다보면 계층 고착화가 심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눈에 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