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1.05 11:15
은행들, 공실 늘자 대출 한도 줄여
[땅집고] 수도권의 한 지식산업센터 10개 호실을 분양받은 A씨는 요즘 밤잠을 설친다. 직원 증가로 사무실 확장을 위해 분양받았다가 입주를 앞두고 잔금 마련에 비상이 걸렸다. 당초 분양가의 70%까지 대출이 가능해 현금 5억원만 준비했다. 그런데 막상 은행 상담을 받아보니 대출 가능액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 잔금을 내려면 현금 12억원이 필요한 상황이다. 그는 “기존 사무실 임대 계약은 지식산업센터 입주에 맞춰 끝나는데 잔금 대출이 막혀 큰 일”이라며 “사채라도 써서 잔금을 내야 할지 막막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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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지식산업센터 시장이 이른바 ‘대출 절벽’에 부닥쳐 수분양자와 시행사, 시공사가 연쇄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금융권이 작년까지 분양가의 70% 이상 해주던 대출을 올 들어 40% 이하로 줄였다. 일부 사업장은 아예 대출을 중단했다. 잔금을 내지 못한 수분양자들이 줄줄이 입주를 미루거나 포기하면서 시행사와 시공사는 자금난을 겪고 있다. 특히 2022~2023년 대거 분양했던 지식산업센터가 올해부터 본격 입주를 시작하면서 상황은 더 나빠지고 있다.
◇공실 급증→담보가치 하락→대출 축소 ‘악순환’
은행들은 최근 지식산업센터 공실률 증가와 이에 따른 담보가치 하락으로 대출을 틀어막기 시작했다. 지난 4일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전국 지식산업센터 1066곳 중 40% 가량이 비어있다. 공실 증가로 감정평가액이 낮아지고, 은행은 이를 근거로 대출 한도를 줄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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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 제한에 따른 최대 피해자는 입주를 앞둔 지식산업센터. 분양 당시에는 가능했던 잔금 대출이 갑자기 막히면서 수분양자와 시행사 모두 망연자실하고 있다. 시행사 관계자는 “수분양자들이 자납으로 잔금을 치러야 하는데 한꺼번에 수억원씩 마련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했다. 일부 수분양자는 무리하게 자금을 끌어오다가 신용불량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잔금을 내지 못해 법원 경매로 넘어가는 지식산업센터도 급증세다. 지식산업센터114에 따르면, 올 들어 8월까지 경매에 나온 수도권 지식산업센터는 총 1529건이다. 지난해 전체(1229건)보다 24% 늘었다. 2022년에는 315건, 2023년에는 562건에 불과했다. 수분양자 B씨는 “정부와 금융당국은 부동산을 죄악시해 대출을 틀어막는데만 혈안이고, 중소기업 살리기엔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중도금은 빌려주더니 잔금대출은 막아”
수분양자들은 은행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서도 울분을 터트린다. 분양 당시에는 가능했던 잔금 대출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갑자기 막혔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지식산업센터 대출의 부실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간접 압박을 우려해 대출 규제를 강화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일부 은행 지점에선 잔금대출 설명회를 준비하다가 갑자기 중단되기도 했다. 시행사 관계자는 “은행은 중도금 대출 영업에 적극적이었는데 이는 잔금대출을 연계하기 위해서였다”며 “중도금 대출을 내준 뒤, 정작 잔금대출 단계에서 빠져버리면 수분양자는 물론 시행사, 시공사 모두 피해자가 된다”고 했다.
◇신도시 자족시설 용지 기능 마비 우려
업계에선 정부 책임론도 제기한다. 수도권 2기 신도시 등지에서 자족시설 용지를 활성화하겠다며 지식산업센터 개발을 장려했던 정부가 갑작스런 대출 규제로 수분양자 피해가 커지고 있는데 이를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행사 대표는 “정부가 베드타운 탈피를 위해 산업·업무시설을 늘리겠다던 정책 방향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이대로라면 신도시 내 자족기능은 완전히 마비될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실수요자와 투자자 간 구분 대출 △신용도·사업성 기반 선별 심사 등 현실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이미 사업승인 받고 분양까지 끝난 지식산업센터에 대한 일괄적 대출 규제는 과도하다”며 “담보가치와 신용평가를 병행해 대출이 필요한 곳에는 정책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했다./hongg@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