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1.04 17:29 | 수정 : 2025.11.05 10:07
[땅집고]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메인 대로변 입지인데도 경매로 나와 주목받았던 ‘에어드롭’ 건물이 최초 감정가 대비 64% 수준인 408억원에 주인을 찾았다. 거듭된 유찰로 가격이 폭락하자 이 건물 채권자인 한 유동화전문회사가 방어 입찰에 나서면서 자산을 회수한 것으로 보인다.
◇입지는 좋은데…자루형 토지 한계로 경매행
땅집고옥션(▶바로가기)에 따르면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가로수길 545-18 일대 ‘에어드롭’ 건물이 올 10월 15일 진행한 3회차 경매에서 408억원에 낙찰됐다. 최저입찰가인 386억1318만원 대비 5% 정도 높은 금액이지만, 최초 감정가(603억3309만원)와 비교하면 35% 낮은 것이다. 올 10월 전국에서 이뤄진 경매 중 최고가 낙찰 사례다.
2019년 준공한 이 건물은 대지면적 725㎡(220평), 연면적 2365㎡(715평)에 지하 2층~지상 5층 규모다. 서울 지하철 3호선 신사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 역세권으로 가로수길 메인 위치다. 애플의 국내 최초 진출 사례인 ‘애플스토어 1호점’ 맞은편으로 입지는 좋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초 이 자리에는 가수 싸이(본명 박재상)의 부친인 박원회 회장이 운영하는 반도체 검사 장비업체 주식회사 디아이 소유 건물이 있었다. 그러다 2017년 국민은행으로 소유주가 바뀌었고 2019년 7월 에어드롭 건물이 새로 들어섰다.
에어드롭 건물은 준공 직후 유명 브랜드 팝업 스토어로 활용했다. 명품 거래 플랫폼인 ‘파페치’와 영국의 드라이 진 브랜드 ‘봄베이 사파이어’ 등이다. 이후 층마다 ‘에어드롭’ 명칭을 붙인 카페·분식집·식당 등 다양한 매장이 들어섰다. 하지만 가로수길 상권이 침체하면서 지금은 모든 층이 텅 비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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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보연 세종대 부동산AI융합학과 전공지도교수는 “준공 당시 외관 디자인이 깔끔하고 감각적이라 주목받았던 건물이지만, 토지 특성상 전면부가 좁아 가시성이 떨어지는 한계 탓에 상권 침체기에 공실을 면치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자루형 토지는 인근 땅을 함께 매입해 건물을 개발하는 게 좋다”고 했다.
◇잇따른 유찰로 가격 폭락…채권자가 ‘방어 입찰’ 나서
이번 경매에서 눈에 띄는 점은 단독으로 입찰한 낙찰자가 개인이나 일반 기업이 아니라, 유동화 사업을 전문으로 하는 ‘케이에프더블유이사공삼(KFW2403) 유동화전문유한회사’라는 것이다. 등기부등본상 이 건물 채권자로 올해 1월 임의경매를 신청했던 회사다.
2024년 3월 설립한 이 회사는 우리은행이 보유한 부실채권에 대한 자산유동화 작업을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우리은행 부실채권 최초 매수자는 키움에프앤아이였으나, 이후 케이에프더블유이사공삼으로 자산이 넘어갔다. 이 때 양도한 자산 중 ‘에어드롭’ 부지와 건물 대출 과정에서 발생한 채권이 포함됐다.
유동화전문 유한회사는 금융기관이 보유한 부실채권이나 토지 등 자산을 양도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증권을 발행하고 판매하며 수익을 올린다. 부동산의 경우 신축·재개발·용도변경 등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운영한다.
케이에프더블유이사공삼은 이번 경매에서 408억원을 써내 ‘에어드롭’ 건물을 낙찰받았다. 대법원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이 건물 말소기준권리는 2019년 10월 우리은행이 설정한 채권최고액 408억원 규모 근저당이다. 즉 낙찰 회사가 본전을 고려해 채권최고액 동일한 입찰가를 써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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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해당 부동산 채권을 보유한 자산유동화회사가 경매에 직접 참여하는 ‘방어 입찰’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한다. 자산유동화회사 입장에선 잇따른 유찰로 가격이 계속 떨어지는 일을 막아야 배당을 통한 원금과 이자 회수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경우 경매대금을 일부러 미납한 뒤 부동산을 재경매에 부치곤 한다.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경매를 통한 충분한 자금 회수가 어렵다면 직접 낙찰받아 소유자로 전환한 뒤 추후 되파는 운영 방식을 선택하는 경우도 있다.
김기현 땅집고옥션 연구소장은 “이번 낙찰 사례는 일반 투자자들처럼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채권을 회수하려는 목적”이라며 “잔금 납부 기한이 오는 12월 4일로 정해졌는데, 낙찰자가 대금을 미납해 재경매를 진행할지, 건물 인수를 선택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