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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경주' 숙박대란 책임진 1100실 호텔의 비밀

    입력 : 2025.10.31 11:45


    [땅집고] 이달 경북 경주시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본격 개막했다. 대한민국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APEC인데다 역대 최대 규모로 개막하는 행사라 경주시 일대 숙소가 크게 부족하다는 문제가 제기됐는데, 기지를 발휘해 ‘크루즈호’ 숙소를 재빠르게 마련해 눈길을 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APEC 행사 기간 동안 경북 경주시 숙소 부족 현상을 고려해 크루즈선 2척을 임시로 섭외했다고 밝혔다. 총 7만톤급으로 850개 객실을 보유한 ‘피아노랜드호’와 2만6000톤에 250개실 규모인 ‘이스턴비너스호’다. 이 크루즈선은 각각 홍콩~일본, 부산~일본을 오가는 비정기노선 선박인데 APEC 기간 동안 운행 계획이 없어 활용 가능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땅집고] 지난 28일 APEC 회의 기간 동안 글로벌 CEO 들의 숙소로 사용할 크루즈선이 경북 포항시 북구 영일만항에 입항했다. /뉴스1

    대한상공회의소가 크루즈선 2개호를 통해 확보한 객실은 1100명. APEC 기간 동안 21개 회원국 경제인 1700명 중 약 65%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다. 주로 일본인, 중국인 기업인이 사용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행사가 열리는 경주 도심으로부터 약 40km,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영일만에 정박해 다소 멀긴 하지만 1시간 간격으로 셔틀버스를 운영해 이동 편의를 도왔다.

    업계에선 크루즈선을 임시 숙소로 활용하는 방안이 기발한 아이디어라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경주시는 인구가 24만5000명을 밑도는 지방 소도시다. APEC이 경주시에서 열리는 것 자체가 의미있긴 하지만 단기적으로 열리는 행사를 위해 수천실 규모 숙소를 한꺼번에 짓는 경우 지역 관광 수요를 크게 상회하면서 향후 공실화 우려가 크다. 반면 크루즈선을 활용하면 이런 걱정이 없는 것은 물론 별도 건축비와 시간을 쓸 필요가 없고, 대규모 숙소 개발로 인한 지역 환경 저해도 발생하지 않는다.

    크루즈선이 웬만한 5성급 호텔보다 화려한 시설을 갖춘 것도 장점이다. 각 선박마다 수영장, 체육관, 레스토랑, 회의실 등이 마련돼있는 것. 이 시설들을 통해 APEC을 방문한 각국 경제인들이 따로 밖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배 안에서 회의는 물론이고 네트워킹, 관광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셈이다.

    [땅집고] APEC 임시 숙소로 마련한 피아노랜드호 내부. /해양경찰

    아쉬운 점은 APEC 참석자들의 숙박 장소가 경주시 외 인근 지역인 울산·포항·김천 등으로 유입되면서 크루즈선에 숙박하는 기업인이 크게 줄었다는 것. 특히 중국 대표단 인원이 축소되면서 당초 일본·중국인들을 위해 마련했던 크루즈선 객실 수요가 감소했다. 결국 대한상공회의소는 사회 공헌 차원에서 빈 객실을 APEC 참가 경제인들 외 일반 시민들과 재난 피해 이재민들에게도 개방하는 결정을 내렸다.

    한편 APEC은 이달 29일부터 31일까지 경주시 화백컨벤션센터(HICO) 일대에서 개최한다. 21개국 정상과 글로벌 기업 CEO, 정부·국제기구 대표 등 3000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행사다. 이번 행사는 2005년 부산 이후 20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다. 개최지인 경주·부산시를 중심으로 핵심 회의와 문화 행사가 이어진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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