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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주택 꼼수에 당한 건설사…"입주 8년 지나도 공사비 미지급, 시공사 파산"

    입력 : 2025.10.30 06:00

    [땅집고] 충북 진천의 한 지역주택조합이 아파트 완공 후 8년이 지나도록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하지 않아 뒤늦게 논란이다. 시공사 측은 2017년 ‘진천 지안스로가 2차’를 완공해 입주까지 마쳤다. 하지만 조합은 “공사비를 추가로 지급하라”는 법원 확정 판결 이후에도 공사비 약 87억원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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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충북 진천군'진천지안스로가2차 아파트'. 시공사 지안스건설은 진천2차 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8년째 공사대금 일부를 지급받지 못하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시공사, 8년째 공사비 86억여원 못받아

    29일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지안스건설은 진천 2차 지역주택조합으로부터 아파트 공사비 약 400억원 가운데 원금 51억8600만원과 이자를 포함해 총 86억9500만원을 받지 못했다. 지금도 연 15% 지연 이자가 붙고 있다.

    지안스건설은 2014년 12월 진천2차 지역주택조합과 약 333억원 규모 아파트 공사 도급계약을 체결했다. 이듬해 진천군으로부터 주택건설사업계획 승인을 받는 과정에서 연면적이 늘었고, 공사대금도 약 70억원 증가한 400억원으로 변경하는 2차 계약을 체결했다.

    조합은 2차 계약에 대해 “조합장이 대표권을 남용해 일방적으로 불리하게 체결한 계약”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시공사와 조합간 소송이 벌어졌고, 법원은 2019년 “연면적 증가에 따른 단순 공사비 증액일 뿐, 조합에 불리한 조건으로 보기 어렵다”면서 “조합이 공사비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조합은 “총회 결의가 없으니 낼 수 없다”며 이행을 거부하고 있다. 조합은 아파트 완공 후 조합원 총회를 열어 분담금을 결의하고 미지급 공사비를 납부해야 하는데 아직까지 총회를 개최하지 않고 있다.

    결국 공사비를 받지 못한 지안스건설은 경영이 악화해 2020년 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고, 현재는 사실상 폐업 상태다. 지안스건설의 공사대금채권을 양수한 대부업체는 2023년부터 조합 상대로 미지급 공사비 상환 소송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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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총회 안 열면 끝? ‘총회 결의’ 벽에 막혔다

    조합이 법원의 확정채무를 이행하지 않는 근거는 2021년 대법원 판례에 있다. 해당 판례는 조합이 조합총회를 열지 않는 한 조합원 각각에게 직접 공사대금을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합원이 조합에 돈을 내고 그 돈으로 조합이 시공사에 공사비를 지급해야 문제가 해결되는 상황이다. 조합이 총회를 열어 분담금을 결의하지 않으면 채무이행이 불가능하다. 조합원 A씨는 “비법인사단인 조합의 미지급 공사대금이나 채무와 관련해 조합원들이 분담금 채무를 부담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조합 측도 이를 내세워 시공사와 맞서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이런 구조가 채무 회피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한다. 시공사는 법원 확정채권을 갖고도 돈을 받지 못한 채 회생에 몰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상승한 공사비를 조합원이 자발적으로 추가 분담금 형태로 지급하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대부업체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시공사가 지은 아파트에 거주하면서도 공사비를 갚지 않는 것은 부당이득”이라며 “조합이 법원 확정판결까지 무시하면서 고의적으로 총회를 열지 않아 대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대부업체 측은 진천2차 지역주택조합 해산 신청을 검토 중이다. 해산하면 조합원 개인에게 분담금을 부과해 채무를 상환할 가능성이 생긴다. 조합은 아파트 소유권보존등기를 마친 2022년 해산을 결의했어햐 하는데 이 역시 미뤄지고 있다.

    ◇347곳 조합 미청산…공사대금 분쟁 장기화

    이번 사례는 진천2차 지역주택조합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난 4월 국토교통부가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17개 시·도에서 미청산 조합이 총 347곳에 달한다. 사업이 끝났지만 해산하지 않아 관리·운영비만 지출하거나 공사대금 분쟁이 장기화된 곳이 적지 않다.

    정부는 최근 지역주택조합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청산절차 강제와 총회결의 대체수단 도입 등이 논의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총회결의 대신 법원 승인으로 분담금을 확정할 수 있는 대체절차나 청산 강제 규정이 시급하다”며 “조합원 책임을 명확히 하고 법적 공백을 메우면서 제도 유지 자체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hongg@chosun.com, 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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