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30 06:00
[땅집고] 서울 전역과 경기 일부 지역이 규제지역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인 사이, 규제에서 비껴난 주거용 오피스텔이 반사 이익을 보고 있다. 특히 역세권이나 쇼핑몰·공원 등을 품어 입지가 우수하다는 단지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쏠리고 있다.
◇ 반값됐던 위례 아파텔, 한달에 15채 팔렸다
28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18년 준공한 경기 하남 학암동 784호실 오피스텔 ‘위례지웰푸르지오’ 전용 84㎡는 이달 들어 15건의 손바뀜이 일어났다. 7월과 8월, 9월에 각각 4건과 3건, 9건이 팔렸는데, 한달 만에 3달치 매매 거래량을 기록했다.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 기간(30일)을 감안하면 실제 거래량은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저가 매물이 빠르게 소진되자 가격이 오르는 추세다. 8월에는 고층 호실이 8억3000만원대에 팔렸는데, 10월에는 저층도 9억원에 거래됐다. 현재 최저 매매 호가는 10억원이다.
학암동 한 부동산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실거래가 신고 전이지만, 이미 10억원대 계약서를 썼다고 들었다”며 “2022년 아파텔로 수요가 쏠렸을 때 처럼 신고가 경신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이 단지 전용 84㎡ 최고가는 2022년 2월 기록한 14억5000만원(15층)이지만, 1년 뒤 부동산 침체 여파로 최고가 대비 45% 하락한 7억8700만원(13층)에 거래됐다. 이후 약상승세를 보였다. 위례신도시 아파트가 신고가를 기록한 것과 달리, 여태 최고가에 근접하지 못했다.
바로 앞에 ‘스타필드 시티’가 있어 ‘몰세권’(복합쇼핑몰이 가까운 단지)이다. 내년 개통 예정인 위례트램 신설역에서 약 400m 떨어져 있어 교통 편의성이 개선될 예정이다.
◇ 서울 역세권 20년된 아파텔도 가격 상승
경기 안양 동안구 관양동 ‘평촌푸르지오센트럴파크’ 전용 84㎡도 이달 중순 8억8700만원(39층)에 팔리면서 신고가 기록을 세웠다. 2024년 준공해 노후 주택 비중이 높은 평촌신도시에 2024년 준공한 690호실 규모 오피스텔이다.
이러한 분위기는 신축 오피스텔만의 일이 아니다. 서울 역세권 오피스텔도 하나 둘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다.
2호선 문래역 초역세권에 위치한 2004년 준공 단지 ‘벽산메가트리움’ 전용 99㎡ 거래 건수는 올해 1~9월동안 총 6건(직거래 제외)이었는데, 10월에만 3건이 늘었다. 5개 동, 421호실 규모다. 바로 앞에 지하철역과 홈플러스, 문래근린공원 등이 있어 생활 편의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는다.
2005년 준공 단지 강남구 도곡동 174호실 규모 ‘SK리더스뷰’ 전용 167㎡도 올해 6월 26억8000만원(5층)에 팔린 뒤 이달 중순 5억원 정도 오른 32억원(21층)에 매매 거래됐다. 방 3개에 대형 드레스룸, 욕실 2개를 갖춘 대형 오피스텔이다. 3호선 매봉역 초역세권 단지로, 대치동 학군을 도보로 이용 가능하다.
◇ “대출 70% 가능하다니…이 아파텔 어때요?”
주거용 오피스텔이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는 6·27 대책, 10·15대책 등 고강도 주택 규제 대상이 아니라서다. 정부가 규제 지역에 한해 LTV(담보대출비율)을 40%로 줄였지만, 오피스텔은 여전히 70%가 가능하다.
이로 인해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초역세권 아파텔과 재건축 어려운 구축 아파트 중 어디가 나은가” “수도권 역세권 아파텔은 아묻따(아무것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다)” 등 아파텔 관련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이른바 ‘아파텔’로 불리는 중대형 오피스텔은 고강도 아파트 규제로 인해 빠르게 아파트 대체재가 되고 있다. 외관이나 거주 환경이 신축 아파트와 유사하고, 대개 상업지구에 위치해 다양한 생활 인프라를 확보했다. 편의성을 중시하는 신혼부부나 젊은 층 실거주·갭투자 수요를 흡수한다.
다만, 오피스텔의 경우 금리 변동·경기 여파에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주택 대비 환금성이 낮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아파트 대출을 옥죄는 규제로 인해 오피스텔을 투자 목적을 너머 실거주 선택지로 보는 시각이 늘고 있다”며 “오피스텔도 입지와 조건을 따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