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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가 되팔라고 간청도" 대통령 살던 집만 싹쓸이하는 회장님 취미

    입력 : 2025.10.25 06:00

    [땅집고] 지난 25년 동안 서울 서남부권인 금천구 가산동의 핵심 쇼핑시설 역할을 해낸 ‘마리오아울렛’. 2001년 우리나라 최초의 도심형 아웃렛으로 문을 연 뒤 수도권 주민들의 발길을 사로잡아온 복합쇼핑몰이다. 이 마리오아울렛을 세운 홍성열 회장이 매물로 나온 역대 대통령 집을 싹쓸이하는 수집가 행보를 보여 눈길을 끈다. 대통령이 살던 주택을 매수한 사례만 지금까지 3건에 달한다.

    [땅집고] 패션유통업계 거물로 꼽히는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 /조선DB

    홍성열 회장이 대통령 관련 부동산 매입에 뛰어든 첫 사례는 2015년 경기 연천군 소재 허브체험농장인 ‘허브빌리지’를 115억원에 인수한 건이다. 총 5만7000m²로 허브 식물 농장과 야외 수영장, 이탈리안 레스토랑, 숙박시설, 찜질방 등을 갖춘 테마파크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장남인 전재국씨가 본인 명의로 보유했다. 그런데 전두환 전 대통령 일가가 추징금을 미납하자 검찰이 이를 환수하기 위해 허브빌리지 매각 절차를 밟게 됐다. 당초 감정가가 250억원이었는데, 주인을 찾지 못해 수차례 유찰돼 낮아진 115억원에 홍성열 회장이 매수 주문을 넣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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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허브빌리지를 시작으로 홍성열 회장은 본격 대통령 사저 매입에 나서기 시작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당하면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 주택을 매물로 내놓자, 홍성열 회장이 이 집을 67억5000만원에 인수했다. 이 집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1990년부터 2013년 청와대에 발을 들이기까지 약 23년 동안 살던 곳이다.

    [땅집고]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이 사들인 역대 대통령 사저 3곳 목록. /이지은 기자

    2020년에는 대법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확정한 일이 있었다. 이에 검찰이 벌금과 추징금을 걷기 위해 캠코에 이명박 전 대통령이 배우자 김윤옥 여사와 반반 명의로 보유 및 거주하던 서울 강남구 논현동 주택을 공매에 부쳤다. 이렇게 매물로 나온 주택을 홍성열 회장에 111억5600만원에 낙찰받았다. 김윤옥 여사 지분을 제외한 토지 면적의 66%와 건물 지분 절반에 대한 가격이다.

    이 논현동 사저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 1978년 8월 매입한 뒤 구속되기 전까지 오랜 기간 거주했던 집이다. 손길이 깃든 집인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이 홍성열 회장에게 지분을 150억원에 되팔라는 제안을 건넸으나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반쪽짜리 지분만을 갖게 된 이명박 전 대통령은 홍성열 회장에게 매달 적지 않은 월세를 지불하며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살던 경남 양산시 매곡동 사저 역시 홍성열 회장의 수집품이 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2009년 매곡동 단독주택을 8억7000만원에 매입했고, 2022년 홍성열 회장에게 26억1662만원에 팔면서 13년여 만에 17억4662만원 차익을 손에 넣었다. 이 돈을 현재 머물고 있는 양산시 지산리 평산마을 사저를 짓는데 활용했다고 한다.

    홍성열 회장이 대통령 사저를 줄줄이 사들이고 있는 이유가 뭘까. 업계에선 전직 대통령들과 특별한 친분은 없는 인물인 것으로 미루어 볼 때, 그가 한 나라의 수장이 머물던 주택이 좋은 기운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무속적 의미를 믿거나 역사적 유물을 수집한다는 개념으로 매수를 결정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홍성열 회장은 2023년 경매에서 전두환 전 대통령이 쓰던 의자를 300만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땅집고] 홍성열 회장과 그가 2001년 세운 서울 금천구 가산동 쇼핑시설 ‘마리오아울렛’ 건물. /MBC

    한편 홍성열 회장은 충남 당진 출신으로 1980년 마리오상사를 설립해 패션·유통사업에 뛰어든 기업가다. 현재 구로디지털단지로 불리는 옛 구로공단에 땅을 산 뒤 2001년 국내 최초의 도심형 패션 아웃렛인 마리오아울렛을 열면서 성공 가도를 달리기 시작했다.

    다만 소비 구조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위주로 옮겨가면서 마리오아울렛 실적은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리오아울렛 운영사인 마리오쇼핑의 2024년 매출은 406억8065만원으로 전년 대비 1.8% 증가하는데 그친 반면, 영업이익은 61억1317만 원으로 같은 기간 6.6% 줄었다. 당기순이익은 785만원으로 2023년 10억8142만원에서 99.3% 폭락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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