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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만 믿었는데…" 성수기에도 80%가 예약취소, 초토화된 여행지

    입력 : 2025.10.24 18:22

    [땅집고] “괌·사이판은 물가 부담이 커서 베트남 푸꾸옥을 예약했는데, 이번에 캄보디아 사태로 인접한 베트남도 무섭습니다. 어린 딸들과 함께 가는 여행이다 보니 더 조심할 수밖에 없네요. 동남아 여행도 당분간 취소하는 게 맞겠죠?”

    [땅집고] 최근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사망 사건이 발생하며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여행 전반에 적신호가 켜졌다./연합뉴스

    한 동남아 여행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괌·사이판은 가족 휴양지의 대명사, 캄보디아는 유네스코 세계유산 ‘앙코르와트’를 품은 동남아 관광지로 한국인들에게 인기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한국인이 발길을 돌리자 불황의 늪에 빠진 괌·사이판처럼 앙코르와트 등 동남아 도시도 ‘한국 관광객’이 급감, 전전긍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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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납치·살인 사건 여파… 앙코르와트마저 '텅'

    최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납치·사망 사건이 연이어 발생하며 여행경보가 격상됐다. 외교부는 지난 16일부터 캄폿·포이펫·바벳 일대를 ‘여행금지(4단계)’ 지역으로 지정했다. 4단계는 생명에 위험이 있어 여행을 전면 금지하는 최고 단계다. 프놈펜·시하누크빌 등 주요 도시는 ‘특별여행주의보(2.5단계)’로 상향됐다.

    이 여파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앙코르와트와 킬링필드 등 대표 관광지 예약이 줄줄이 취소됐다.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프놈펜 상품은 이미 판매를 중단했고, 유명 관광지 씨엠립도 신규 예약이 끊겼다”며 “11~12월이 캄보디아 성수기임에도 예약의 80% 이상이 취소됐다”고 했다.

    여행 커뮤니티에도 불안감이 확산됐다. “믿을 수 있는 여행사를 통해 가더라도 한국인이 고문당해 숨진 나라를 찾기는 꺼려진다”, “캄보디아 범죄조직이 베트남으로 넘어오고 있다던데 동남아 여행 자체를 미뤄야겠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 괌·사이판 대체지였던 베트남… 캄보디아 여파에 '찬물'

    캄보디아 사태의 충격파는 동남아 전역으로 번지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응답자의 82.4%가 “캄보디아 사건이 해외여행 인식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특히 20~30대의 88%는 “동남아 여행을 당분간 미루겠다”고 응답했다.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곳은 베트남·필리핀 등 동남아 주요 관광지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9월까지 우리 국민 출국자 1942만명 중 30.2%인 586만명이 베트남·태국·필리핀·캄보디아 등 동남아 지역을 찾았다. 하나투어의 경우 같은 기간 동남아 송출 비중이 40.2%로 단일 지역 중 가장 많았다.

    이들 국가는 고물가로 외면받는 괌·사이판을 대신할 가족 휴양지로 부상했지만, 캄보디아 사태 이후 동남아 방문을 꺼리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여행업계는 안전 이슈에 민감한 국내 여행 소비 특성상 부정적 인식이 퍼지면 회복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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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괌·사이판은 여전히 '고물가의 벽'

    동남아마저 불안해지자 한국인의 선택지는 더욱 좁아졌다. 그렇다고 과거 인기 여행지였던 괌·사이판으로 돌아가기에는 물가 부담이 여전하다.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작년 사이판 방문객은 34만명으로 2019년(57만명) 대비 약 40% 감소했다. 괌도 같은 기간 153만명에서 75만명으로 반 토막 났으며, 한국인 관광객은 사이판에서 29%, 괌에서 51% 줄었다.

    최근 5년간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에서 1400원대로 오르며 물가 부담이 커진 것이 원인이다. 4인 가족 기준 3박 4일 여행비가 400만원에 달하고, 맥도날드 빅맥 세트는 1만3000원을 넘는다. 또한, 2023년 태풍 ‘마와르’ 때 3000여 명의 한국인이 현지에 고립된 ‘괌옥(괌+감옥)’ 사태도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저비용항공사(LCC) 노선 축소까지 겹치며 접근성도 떨어졌다.

    이처럼 괌·사이판은 비용 부담, 캄보디아를 비롯한 동남아는 치안문제로 ‘불안한 여행지’가 됐다. 안전하고 저렴한 곳을 찾는 여행객들이 갈 곳을 잃은 셈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로 동남아 전반의 여행 수요가 주춤하면, 당분간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접근성이 높은 지역 중심으로 수요가 분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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