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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마 재건축 결말은 대치동 학원가 '주차 맛집'?…400대 공공주차장 조성

    입력 : 2025.10.25 06:00

    [땅집고] “은마아파트가 대치동 황금 입지 재건축 단지인데도 공공주택을 1000가구 넘게 지으라는 것도 화나는데, 이젠 모두가 드나드는 대치동 학원가 주차장 노릇까지 하라니… . 재산권 침해 정도가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오세훈 서울시장이 최근 강남구 대치동 핵심 재건축 사업지인 은마아파트를 직접 찾아 조합원들을 만났다. 은마아파트가 이른바 ‘오세훈표 정비사업’으로 통하는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적용한 재건축을 거칠 예정이라, 앞으로 이 단지 사업 속도를 앞당기기 위해 서울시가 인허가 절차를 전격 지원할 것을 약속하는 의미를 가진 방문이었다.

    1979년 대치동 한복판에 들어선 은마아파트는 현재 14층 높이에 총 4424가구인 노후 단지다. 앞으로는 재건축을 거쳐 최고 49층, 총 5893가구 규모 새아파트로 탈바꿈할 예정이다. 이날 오 시장은 은마아파트가 2030년 재건축 공사에 착공해 2034년 입주할 예정이라고 공언했다. 단지가 2015년부터 재건축 사업을 추진한 이후 10년 만에 사업 기간이 가시화됐다는 점에서는 의미있는 성과다.

    하지만 주민들사이에선 여전히 재건축 계획안을 놓고 찬반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공공주택이 총 1090가구로 전체 가구수의 18% 이상을 차지하는데다, 단지 내부에 대치동 학원가 주차난을 해결할 수 있는 400대 규모 공영주차장까지 지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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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마아파트는 신속통합기획이 적용된다. 사업 단계마다 중복돼왔거나 불필요했던 인허가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으로 사업 속도를 높이는 개념이다. 조합이 새아파트를 빨리 지을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하는 대신, 정비사업계획을 기획하는 단계부터 서울시가 참여·관여하고 있다. 용적률을 높여주는 대신 단지 안에 공공·임대주택이나 해당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공시설을 짓도록 요청하는 등이다.

    이달 10일 최근 공개된 은마아파트 재건축 사업 정비계획 결정 및 지구단위계획 결정 재공람 공고에는 이런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제도의 취지가 담겼다. 당초 소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던 은마아파트 서북쪽 부지에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영주차장을 만들어야 하는 것. 유명 입시 학원가를 끼고 있는 대치동이 고질적인 주차난과 대로변 불법 주정차로 몸살을 앓고 있는 점을 해소하기 위한 취지다. 주차장은 계획 위치 지하 1~2층에 연면적 1만2566㎡, 약 400대 규모로 조성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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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소식이 퍼지자 은마아파트 인근에는 ‘대치동 주민 일동’ 명의로 된 현수막이 내걸렸다. 현수막에는 ‘은마아파트 지하 공영주차장 400대 신설! 대치동 학원가 주차난 해소, 오세훈 서울시장님 정말 감사합니다’란 문구가 적혔다. 일부 조합원 사이에선 불만이 터져나오는 분위기다. 그동안 대치동 일대 도로변을 꽉 채우던 자녀 라이딩 목적 차량들이 앞으로는 전부 은마아파트 내부로 유입되면서 입주민들의 생활권이 침해되고, 재산 가치 하락까지 걱정된다는 것.

    은마아파트 조합원이라고 밝힌 A씨는 “매일 대치동 학원가로 오가는 라이딩 차량들이 어마어마한데 우리 단지가 아주 ‘주차 맛집’이 되겠다”면서 “신속통합기획이라는 칼자루를 쥐었다는 이유로 서울시와 강남구가 조합원들 재산으로 공공시설 건립을 떠넘기고 있는 것 아니냐”고 전했다.

     

    당초 계획보다 공공주택 비율이 크게 높아진 것도 조합원 불만을 부르는 요소 중 하나다. 2017년까지만 해도 추진위원회가 계획했던 공공주택 물량은 840가구 정도였다. 하지만 이번 공람안에선 공공임대아파트가 총 909가구, 공공분양주택이 195가구로 도합 1090가구로 불어났다. 재건축을 마친 은마아파트 전체(5893가구) 대비 18.4%에 달하는 비율이다. 공공아파트가 늘어난 것은 용적률 특례를 적용해 용적률을 300%에서 331.9%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1996년부터 시작됐지만 30년 가까이 난항을 겪었다. 용적률 200%로 재건축 사업성이 떨어지는데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재임 시절 은마아파트 재건축에 대해 "초고층 재건축은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사업추진이 지지부진했다. 오세훈 시장의 규제완화로 은마아파트 재건축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2030년 착공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다.

    한편 서울시 입장에선 은마아파트를 비롯한 핵심 현장 재건축·재개발 속도를 높여 새아파트를 공급해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기여하는 동시에, 지역 사회에 필요한 인프라를 조성할 수 있는 신속통합기획 제도를 확대하는 기조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9월 29일 서울시가 마련한 신속통합기획 추진 계획 관련 발표에서 오 시장은 "주택시장 안정화의 해법은 단순하다, 시민이 원하는 지역에 충분한 물량을 공급하는 것"이라며 “집값 상승을 견인하는 지역에서 얼마나 공급이 이뤄지느냐가 가장 중요하고, 한강벨트 물량 중에서도 강남3구가 압도적 비중을 차지해 실질적인 부동산시장 안정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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