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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온다더니" 10년 방치 송도 28만평 땅, 가격만 6배 올라

    입력 : 2025.10.26 06:00

    [땅집고] 인천 송도 연수구 도심 한가운데 92만㎡가 넘는 대규모 부지가 장기간 방치되고 있다. 송도 유원지와 일대를 개발하는 ‘송도 르네상스’ 사업지로, 특히 부영그룹이 매입한 테마파크 예정지와 아파트가 들어설 도시개발사업 부지가 핵심 논란의 대상이다. 현장 곳곳엔 관리가 안 된 흔적이 남았고, 부지 펜스가 열려 있으며, 오랜 방치로 바랜 부영 로고가 눈에 띄었다.

    [땅집고]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테마파크 개발 부지./강태민 기자

    2015년 10월 부영그룹은 92만6000㎡(약 28만평)를 사들였다. 당시 인천시와의 약속은 분명했다. 매입 부지를 ‘테마파크’와 ‘도시개발사업’으로 구분하고, 테마파크를 먼저 착공·준공해야만 주택사업에 착수할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시는 “테마파크 준공 3개월 전까지는 도시개발사업을 시작할 수 없다”는 조항도 계약에 넣었다. 그러나 부영은 테마파크 실시계획 인가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인천시는 사업기한을 9차례 연장했다. 7년 넘도록 진전이 없자 시는 테마파크 부지에 도시개발을, 기존 도시개발 부지에 공공기여를 전제로 하는 대안을 내놨지만 결국 협상은 결렬됐다. 최근 인천시는 “부영 부지를 제외하고 마스터플랜을 다시 짠다”고 밝혔다.

    정화명령 4차례에도 ‘미이행’…벌금 1000만원, 그 사이 땅값은 급등

    사업 지체보다 더 큰 문제는 토양오염이다. 환경당국 조사에 따르면 테마파크 예정지의 77%에 해당하는 38만6449㎡에서 석유계총탄화수소(TPH), 벤젠, 납, 비소, 아연, 불소 등 다수 항목이 토양오염 우려기준을 초과했다. 연수구는 2018년부터 올해 3월까지 네 차례 정화명령을 내렸고 형사고발과 유죄판결도 이어졌지만, 부과된 벌금은 1000만원에 그쳤다.

     
    [땅집고]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개발 부지./강태민 기자

    그 사이 땅값은 치솟았다. 취재에 따르면 인근 토지 시세는 평당 약 700만원으로 추정된다. 전체 면적을 적용하면 현재 시장 가치는 약 1조9600억원. 2015년 인수 당시 3150억원 수준이던 가격은 10년 사이 6배 넘게 뛰어 시세차익만 약 1조6450억원으로 추산된다. 반면 추정되는 정화비용은 1000억원 이상으로 보고 있지만, 그조차 지출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벌금 1000만원으로 정화비용을 사실상 ‘면제’받은 것이나 다름없는 구조인 것이다.

    황용운 전 연수구 의원은 땅집고와의 인터뷰에서 “오죽하면 ‘인천시가 을, 부영이 갑’이라는 말까지 나온다”며 “은행 금리보다도 땅값 뛰는 게 더 이득이니까 정화 작업할 필요성을 못 느끼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인근 송도파크자이 입주민 A씨는 “입주할 때만 해도 세계 최고의 테마파크를 만들겠다며 홍보하더니 정작 기본적인 정화 작업도 안 했다”며 “정화를 우선 진행한 뒤 개발을 논의해야 한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부영 측은 정화를 안 한게 아니라 늦어지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부영그룹 관계자는 "부지 내 맹꽁이 이주와 부지에 대한 인천시의 토지이용계획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부지가 1지역(주택), 2지역(테마파크), 3지역(잡종지)로 나뉘어져 있고 지역마다 정화기준이 달라 인천시가 토지이용계획을 확정한다면 이후 정화를 실시하겠다"고 했는데요. 인천시에 부지 변경을 원하는 조건이 있냐는 질문에는 "아직 정확하게 나온 건 없다"고 답했다.

    그러나 연수구에 따르면 맹꽁이 이주는 2023년 11월 완료됐고, 현재까지 정화 설계 용역 계약도 체결되지 않았다. 더구나 2024년 시행규칙 개정으로 정화 대상 면적이 82%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며 “버티기” 논란은 더 커졌다.

    인천시는 ‘부영 배제 카드’…국회는 ‘부영방지법’ 잇따라 발의

     
    [땅집고] 송도유원지 르네상스 마스터플랜 구상안. 제공 = 인천시

    송도 유원지 부지는 처음부터 버려진 것은 아니었다. 애초 대우자동차 주도로 추진됐던 송도유원지 개발이 대우자판 파산으로 중단된 뒤, 2015년 부영이 인수하면서 사업 재개가 기대됐다. 하지만 10년 동안 오염토가 방치되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심지어 부영이 지자체와 정화작업으로 갈등을 빚고 있는 곳은 송도 뿐만이 아니다. 창원시 진해화학 터, 서울 금천구 옛 대한전선 공장부지에서도 유사한 논란이 제기됐다. 일각에서는 부영이 땅을 헐값에 사기 위해 일부러 오염 부지를 고르고 있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배짱 경영'에 제동을 걸기 위한 움직임도 시작됐다. 올해에만 이른바 ‘부영방지법’으로 불리는 토양환경보전법 일부 개정안이 국회에 3건 발의된 것. 정화 명령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감정가 또는 공시지가의 최대 25%까지 이행강제금을 부과하거나, 상습 위반 기업에 가중처벌을 하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전찬기 인천대 도시공학과 명예교수(연수구 환경정책 자문단 위원장)는 “오염토가 오래될수록 주민 건강 피해 우려가 커져 신속한 정화가 우선”이라며 부영에 정화 명령 이행을 촉구했다./0629aa@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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