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일주일간 서울 아파트 매물 '7000채' 실종 미스터리

    입력 : 2025.10.23 17:17 | 수정 : 2025.10.24 10:27

    [땅집고] 일주일 사이 서울 아파트 매매 시장에서 매물 7000여 채가 사라졌다. 매물 건수가 7만4000건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매물 10채 중 1채가 사라진 셈이다. 정부의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으로 서울 전 자치구와 경기 일부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이면서 집주인들이 급히 매물을 처분하거나 거둬들인 영향이다.

    [땅집고]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은 지난 일주일 사이 9.5% 줄었다. /아실



    ◇ 일주일간 서울 아파트 매물 10% 증발

    23일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불과 7일 전, 7만4044건이던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건수는 이날 기준, 6만7027건으로 급감했다. 감소율은 9.5%다. 매물 건수가 6만7000대로 떨어진 것은 2023년 8월 이후 처음이다.

    서울 증감율은 전국 타 지역보다 배로 높다. 일부 지역이 규제 지역이 된 경기(-3.7%)와 비교해도 감소폭이 크다. 규제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의 경우 전북(-1.6%), 대구(-1.5%)처럼 1% 대에 머물거나 외려 매물이 늘어나는 모습이었다.

    [땅집고]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뉴타운 일대 부동산 중개사무소가 줄줄이 있는 모습. /김서경 기자

    ◇ “5일장 성황” 동대문·성동·성북·동작 매물 소진 빨랐다

    서울에서 가장 빠르게 매물이 사라진 곳은 서울 동대문구다. 같은 기간 2577건에서 2118건으로 17.9% 쪼그라들었다. 답십리뉴타운 대단지 아파트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쏠린 영향이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동대문구 전농동 ‘래미안크레시티’ 전용 84㎡의 경우 10월 12일부터 15일까지 3일 동안 7건의 매매 계약을 체결했다. 10월 매매 거래 건수(11건) 중 절반 이상이 최근에 이뤄졌다. 부동산 실거래 거래 신고 기간(30일)을 고려하면 실제 거래 건수는 이보다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답십리동 한 부동산공인중개사 관계자는 “규제 적용 직전 5일 동안 집을 보겠다는 사람들이 줄을 섰었다”며 “그동안 매수자 우위이던 저층·못난이 매물도 싹 다 나갔다”고 했다.

    왕십리뉴타운을 끼고 있는 성동구도 1556건에서 1299건으로 16.6% 감소했다. 성북구(-15.8%)와 동작구·강서구(-15.7%), 마포구(-15.1%) 등이 뒤를 이었다.

    [땅집고] 서울 노원구 상계동 아파트 단지 일대. /땅집고DB

    ◇ “매도 포기했다” 금관구·도노강은 침체 분위기

    외곽에서는 아파트가 많은 노원구가 직격탄을 맞았다. 도심 접근성이 보다 우수한 지역보다는 감소율이 적었으나, 6803건에서 5999건으로 11.9% 줄었다. 이곳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대규모 택지개발사업이 이뤄지면서 아파트가 대거 공급됐다. 상계주공·중계주공 등이 당시 작품이다.

    종로구(-11.5%)와 영등포구(-10.1%), 강북구(-10.0%) 등도 두자릿수 감소율을 기록했다.

    노원구 중계동 한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지역이라서 살짝 매수세를 기대했는데, 사람들이 경기도 역세권 신축으로 눈을 돌리는 것 같다”며 “매도가 더욱 어렵다고 생각한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두는 상황”이라고 했다.

    ◇ 강남 때려잡으려다…초가삼간 다 태운다

    업계에서는 당초 예상보다 토허구역이 광범위하게 지정되면서 이를 예상치 못했던 서울 외곽지역 부동산 시장이 더욱 위축되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정부가 그간 규제 대상으로 겨냥했던 강남권(강남·송파·서초)과 용산의 경우 타 자치구에 비해 매물 증감율이 적었다. -3.0%을 기록한 송파구를 제외하면 모두 1%대 낙폭을 보였다. 서초구는 5917건에서 5890으로, 1.4% 줄어드는 데 그쳤다.

    관련 기사 : "하급지까지 무차별 규제"…서민층 주거사다리 박탈

    업계에서는 규제가 서울 외곽 지역 부동산 시장에 더욱 큰 영향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세를 낀 매물이 사라지면서 자연스레 전세 공급이 줄게 됐다. 수요보다 공급이 적으면 가격이 올라 ‘전세 대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이번 규제가 서울 전역에 실거주 의무를 적용해 사실상 전세 공급자인 갭투자자를 막았다”며 “거래가 일어날 때마다 세입자가 빠지고 임차 매물이 한 채씩 줄어드는 구조가 됐다”고 했다.

    이어 “정부가 풍선효과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강한 규제를 했다지만,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하락한 지역까지 규제해 선의의 피해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westseoul@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