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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이 재개발-재건축, 강제 현금 청산당한다"…10.15대책 소급 규제 논란

    입력 : 2025.10.23 16:08 | 수정 : 2025.10.24 10:33

    [땅집고]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은 표면적으로 ‘투기 수요 차단’을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실상은 훨씬 강력한 규제 장치를 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은 “이번 대책의 핵심은 재당첨 제한”이라며 “단순한 투기 억제책을 넘어 시장 공급 파이프라인을 흔드는 수준”이라고 했다.

    ‘재당첨 제한’은 조합원 분양 또는 일반분양을 받은 사람과 그 세대 구성원이 5년간 다른 정비사업 청약에 참여할 수 없도록 한 제도다. 한 번 분양권을 얻으면 최소 5년간 다른 재건축·재개발 구역에는 참여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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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23일 서울 용산구 한 공사장 모습. /연합뉴스


    ◇예외 조항 없는 10.15 대책…강제 현금 청산 우려 확산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된 지역의 재건축은 조합설립 인가 이후, 재개발은 관리처분계획 인가 이후부터 조합원 지위 양도가 금지된다. 여기에 조합원으로 분양 자격을 얻었더라도 ‘10년 보유·5년 실거주’ 요건을 충족하지 않으면 등기 이전까지 매매가 불가능하다.

    김 소장은 이 제도의 직접적인 목표를 “투기적 순환 청약을 차단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단지에서 분양을 받아 차익을 얻고, 다시 다른 구역으로 이동하는 돌고 도는 투자 행태를 끊겠다는 의도”라며 “하지만 이번 대책에는 예외 조항이 전혀 없어 사실상 퇴로가 없는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과거 2017년 도정법 개정 당시에는 ‘법 시행 이전 매수자’ 보호 조항이 있었다. 부칙 제2조에 따라 법 시행 이전에 조합설립 인가를 받은 사업장과 시행 이전 매수한 조합원은 재당첨 제한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해 기존 권리를 인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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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이번 10·15 대책에는 이 조항이 빠졌다. 김 소장은 “비규제 시기에 정상적으로 매수한 사람들조차도 규제지역 지정 이후 ‘강제 현금청산’ 대상이 되는 상황”이라며 “정상적 거래가 하루아침에 투기로 분류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재산권 침해”라고 했다.

    그가 꼽은 가장 큰 문제는 ‘시점의 불확실성’이다. 현행 제도는 투기과열지구 지정일과 관리처분 인가일을 기준으로 재당첨 제한 여부를 판단한다. 김 소장은 “관리처분 인가를 받을 때 규제지역으로 지정돼 있다면 조합원은 현금청산 대상이 되지만, 인가 시점이 비규제일 경우에는 아무 제약이 없다”며 “이 시점의 차이가 단지의 운명을 바꿔버린다”고 말했다.

    예컨대 서울 내 두 재건축 단지를 소유한 사람이 있을 때, 각각의 관리처분 인가 시기가 엇갈리면 한 단지는 정상 분양을 받고 다른 단지는 현금청산을 당할 수도 있다. 단순한 세금 문제가 아니라 사유재산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조합원 이탈, 고의 사업 지연 가능성도…’공급 확대와 정면 대치’

    이 같은 불확실성은 조합원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조합 설립 이후 현금청산 위험이 커지면 다주택자나 투자자들은 조합 참여를 꺼리고, 결과적으로 조합 설립 인가율이 떨어진다. 조합원 수가 줄면 시공사 선정, 사업시행 인가, 분양 일정까지 줄줄이 지연되며 공급 시점이 늦어지는 악순환이 생긴다.

    김 소장은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인데, 규제가 추가되면 각 단계마다 소송과 청산 절차, 분담금 논란이 잇따라 사업기간이 2~3년은 더 늘어난다”며 “이는 정부가 내세운 공급 확대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고 했다.

    서울만 해도 현재 추진 중인 재건축·재개발 구역이 520곳, 공급 예정 가구 수로는 45만 가구에 달한다. 이들 대부분이 이번 규제지역에 포함됐다. 김 소장은 “관리처분 인가를 앞둔 단지들이 적지 않은데, 한 곳이라도 인가가 미뤄지면 도심 내 신축 공급 일정 전체가 꼬이게 된다”고 우려했다.

    김 소장은 “8년 전 도정법 부칙에는 명확히 예외를 두었지만, 이번 대책에서는 비규제 시기에 매수한 조합원도 규제 발효 이후엔 투기꾼 취급을 받게 됐다”며 “정비사업이 7~10년 단위로 진행되는 특성을 고려하면 8년 전 법의 그림자가 지금 다시 살아난 셈”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 소장은 이러한 규제 환경이 “실수요자에게는 기회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봤다. 다주택자들이 매수·분양 자격을 잃으면, 상대적으로 1주택 실수요자·신혼부부·생애 최초 구입자에게 기회가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는 또 “비규제 시기에 이미 인가가 끝난 지역이나 조합 설립 이전 단계 유망지는 상대적으로 영향을 덜 받는다”며 “이 지역들은 향후 공급이 제한되며 희소성이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김 소장은 규제 영향을 피해나갈 수 있는 전략도 제시했다. 그는 “재당첨 제한은 법으로 강제된 시간적 장벽이지만, 시장은 장기 흐름 속에서 이를 흡수한다”면서 “초기 추진위원회 단계나 구역 지정 전후의 알짜지를 미리 확보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한 재당첨 제한이 걸리더라도 5년이 지나면 풀리기 때문에 “한 단지에 입주하고 5년 뒤 다음 사업에 진입하는 식의 ‘순환형 장기 투자 전략’도 가능하다”며 “시간의 편에 설 것인지, 규제의 반대편에 설 것인지 현명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mjbae@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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