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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법·토허제·분상제까지…초토화 된 건설사들 곡소리

    입력 : 2025.10.23 06:00

    [땅집고] 이재명 정부 들어서면서 건설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정권 출범하자마자 공사현장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건설사에 대한 처벌 강화를 강조하고 있다. 건설사들은 손 발이 묶인 채 활로를 찾아야 하는 극한의 환경에 처했다.

    사업 속도를 조절하거나 분양 일정을 조정하는 현장이 늘고 있고, 일부 건설사들은 해외로 눈을 돌리는 등 대응에 나서고 있다. 정책 리스크에 가장 민감한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조합원 분담금 부담과 사업성 악화를 이유로 ‘속도전’과 ‘보류’가 엇갈릴 전망이다.
    [땅집고] 집권 4개월차를 맞은 이재명 대통령. /땅집고DB

    ◇ “미필적 고의 살인” 직격탄…이재명 정부, 건설사 옥죄기 본격화

    이재명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연이어 발생한 건설 현장 사고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는 포스코이앤씨 현장의 연이은 산재 사망 사고를 언급하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비판하며 고강도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이에 고용노동부는 산재 반복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 과징금을 부과하고, 건설업 면허 말소까지 가능하도록 한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영업정지 요건도 ‘동시 2명 이상 사망’에서 ‘연간 다수 사망’으로 확대했다.

    요지는 3년 내 두 차례 영업정지를 받은 기업이 또 사고를 내면 사실상 업계에서 퇴출시키는 것이다. 외국인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 3년간 외국인 고용을 금지하는 조항도 포함했다. 상장 건설사는 중대재해가 발생하거나 형사 판결이 나면 즉시 공시해야 한다. 이 정보는 ESG 평가와 기관투자가의 투자 판단에도 반영한다. 사고 한 번이면 회사 전체가 멈추는 구조로 바뀐다.

    사고 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사업이 멈춰서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윤재옥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중대 재해 사고가 발생한 포스코이앤씨, 대우건설, DL건설 등 3개 건설사에서 공사가 일시 중단된 현장이 248곳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고가 발생한 곳뿐만 아니라 다른 공사 현장까지 안전 점검 등의 이유로 작업이 중단됐다.

    건설업계에서는 ‘산재와의 전쟁’을 선언한 이재명 정부의 행보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중대재해로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노란봉투법 시행령, 중대재해처벌법 실효성, 정년연장 로드맵, 주4.5일제 도입 등 고강도 노동정책이 건설사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땅집고] 서울시내 한 공사 현장에서 근로자들이 건설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뉴스1

    ◇겹겹이 규제에 대출·분양 옥죄자 정비사업도 유탄…현장 위축 심화

    이재명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향해서는 고강도 대책을 세 번 연속 내놓으면서 대출을 틀어 막고 서울 전역에 규제지역과 분양가상한제가 동시에 적용하는 점도 건설사의 주요 수입원인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영향을 미친다. 정부는 10.15대책을 통해 서울 전 지역을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무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40%로 제한했으며, 15억원 이하 주택의 대출한도를 6억원으로 묶었다.

    10.15대책은 부동산 시장 수요자뿐 아니라 공급자인 건설사들에게도 압박으로 작용 중이다. iM증권은 10·15 부동산 대책과 관련, 고강도 대출 규제로 매매거래량이 감소하고 정비사업이 지연되는 등 건설사에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면 민간택지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을 수 있다. 서울의 경우 분양 물량의 80% 이상이 정비사업을 통해 공급하는데, 분상제를 적용하면 조합원들의 사업성이 훼손돼 사업 진척이 대폭 느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수주한 현장은 착공까지 2~3년 걸리기 때문에 당장은 규제 영향을 받지 않지만, 기존 보유 물량 중 일부는 사업일정을 분양가상한제에 들어갈 상황에 대비해 빠르게 사업 속도를 높이고 있다”며 “정부가 규제 강도를 높이는 상황이다보니 내부적으로 발 빠르게 검토해 대응에 나서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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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서울 전역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면서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수익성은 사실상 끝났다”며 “지금은 현장별로 공사비 회수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는 단계”라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중대재해법과 외국인 근로자 규제 강화만으로도 현장이 멈추고 있다”며 “현장 인력을 못 쓰게 만들어놓고 공급을 확대하라고 하니 지금 업계는 그냥 눈치만 보고 있다”고 했다.

    정책이 언제 또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업계는 사업 일정 앞당기기, 분담금 조정, 사업 구조 다각화 등 현실적인 생존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일부는 ‘리모델링·리츠·시니어타운·복합레저’ 등으로 시선을 넓히고 있다. 대수선 사업을 신사업으로 선택한 현대건설, ‘넥스트 리모델링’ 브랜드를 공개한 삼성물산 건설부문, 도시개발형 시니어타운에 진출한 포스코이앤씨 등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건설업 구조조정’에 가깝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산재, 노동, 금융, 부동산 규제가 동시에 작동하면서 건설사가 ‘정책 리스크의 시대’에 직면하면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은 돈을 버는 게 아니라 버티는 게 전략”이라며 “규제를 피해갈 수 없다면, 결국 버티는 체력과 포트폴리오가 생존을 좌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pkra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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