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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톡스 맞고, 치킨 먹고, 쇼핑하는 외국인들…K-관광 부활한 명동

    입력 : 2025.10.22 06:00

    [돌아온 핫플] 원조 상권 명동의 귀환…k의료·k뷰티가 살렸다

    [땅집고] 지난 16일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명동 상권. 대로변 빌딩 ‘센터포인트 명동’에 들어서니 얼굴에 마스크를 쓰고 한 손에는 대형 캐리어를 쥔 외국인 관광객들이 엘리베이터를 타기 위해 줄을 서있다. 올해 3월 이 건물 3~5층에 문을 연 피부과 ‘쁨 글로벌의원’ 방문을 위해서다. 외국인들 사이에서 레이저, 보톡스 등 각종 미용 시술로 입소문을 타고 있는 기업형 피부과다 .
     
     

    안내데스크 겸 상담실 역할을 하는 3층에 내리자마자 눈이 시릴 정도로 밝은 흰색 조명에 모던한 느낌으로 인테리어한 공간이 펼쳐진다. 반듯한 정장을 입은 직원들이 각자 중국어, 일본어, 영어로 응대하며 관광객들에게 예약 여부를 확인한다. 메인 대기실로 이동하니 마치 은행 창구처럼 생긴 개방형 상담실이 23개나 마련돼있다. 피부과지만 대기하는 관광객들이 지루하지 않도록 다양한 화장품을 판매하는 공간과 로봇이 만들어주는 무인 카페, 즉석 사진 기계 ‘포토이즘’까지 마련해둔 점이 눈에 띈다.

     

    건물 밖으로 나가봐도 외국인들이 거리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다. 상권 한복판에 있는 ‘와글와글 베이크샵’ 매장에선 한 남성 직원이 갓을 쓰고 호객행위를 한다. 관광객들의 눈길을 끌기 위해 최근 K팝 문화를 다루면서 전세계적인 인기를 끈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 등장한 아이돌 ‘사자보이즈’의 한복 패션을 따라 한 것이다. ‘다이소 명동본점’ 인근에서 버스킹을 시작한 한 청년은 우리나라 가요가 아닌 중국 노래를 부른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인데도 야외에 테이블을 마련해 둔 ‘BHC치킨’, ‘푸라닭’ 등 치킨집마다 치맥을 즐기는 외국인 손님으로 빈자리가 없다.

    코로나19 여파로 한동안 공실이 50%에 달했던 명동 상권이 외국인 관광객들의 귀환으로 다시 활기를 찾았다. 장기간 공실에 시달리던 크고 작은 점포마다 외국인 수요를 겨냥한 매장이 줄줄이 들어서면서다. 현재 중국·일본 관광객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K문화를 경험하기 위해 동남아나 중동지역에서 온 외국인 방문율도 점점 증가하는 추세다.

    실제로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명동 상권 일대 소규모 상가 공실률은 코로나19가 정점이던 2021년 4분기 50.3%에서 올해 2분기 1.2%인 것으로 집계됐다. 중대형 상가 공실률 역시 같은 기간 50.1%에서 7.2%로 떨어지면서, 2020년 4분기 이후 4년 6개월여 만에 한 자리수를 기록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코로나19 전과 상권 성격이 크게 달라졌다는 것. 기존에는 명동 상권을 채운 점포들이 식당·카페 등 먹거리 위주였다. 지금은 피부과·치과·성형외과 등 이른바 K의료·K뷰티 업종을 중심으로 숙박시설·식음료매장이 골고루 들어서면서 명동이 본격 체류형 관광 상권으로 자리잡고 있는 분위기다. 관광객들이 병원 인근 숙박시설에 머물면서 장기간 회복이 필요 없는 간단한 보톡스·필러 등 피부과 시술이나 치아 미백·라미네이트 등 치과 진료를 받고, 머무는 동안 K푸드를 소비하면서 명동 상권 경쟁력이 강화됐다는 설명이다.

    명동 A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대형 오피스 지하나 상층부에는 기업형 피부과나 치과가 들어서고 인근에는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시설이 자리잡으면서 외국인이 명동에 머무는 시간이 체감상 크게 늘었다”면서 “코로나19 때는 이면도로 상가마다 텅텅 비어 스산한 느낌이 들었는데 지금은 치킨, 갈비, 간장게장 등 한식을 파는 식당들로 꽉 찬 상황”이라고 했다.

    명동 상권에 본격 불이 붙은 분위기지만 실제 건물 매매거래는 뜸한 편이다. 3.3㎡(1평)당 가격이 메인 거리 기준 3억~4억원, 낮아도 2억원대에 달할 정도로 비싼 편인 데다 전통 도심 입지 특성상 수십년 전부터 오랜 기간 핵심 자산으로 보유해온 건물주들이 많아 강남·성수 등 다른 유명 상권과 달리 거래량이 현저히 적다는 것.

    김문영 마이빌딩부동산중개법인 대표는 “명동의 경우 코로나19로 공실률이 극에 달하던 시기에도 급매로 나오는 건물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특수한 상권”이라면서 “뷰티·패션브랜드 ‘스타일난다’의 김소희 전 대표가 2020년 사업 확장 용도로 명동 한복판 건물을 245억원에 매입해 화제가 됐었는데, 이런 특정 수요가 아닌 이상 거래 자체가 드물고 매물로 나오는 건물도 적은 편”이라고 했다. /leejin0506@chosun.com, 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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