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20 06:41
[땅집고] 최장 9년 전월세 계약을 유지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돼 논란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들이 발의한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이다. 임차인 보호 강화 취지다. 그러나 해당 사실이 알려지면서 업계에서는 전세 시장 위축과 매물 감소를 야기해 전세 대란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잿빛 전망이 나온다.
◇ “9년 전세 가능하도록” 범여, 3+3+3년 전세 가능한 법안 발의
19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국회의원 10명은 지난 2일 ‘주택임대차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공동으로 제출했다. 발의자는 더불어민주당 윤종군·염태영, 조국혁신당 정춘생·신장식, 진보당 윤종오·정혜경·전종덕·손솔, 무소속 최혁진 의원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계약갱신청구권 횟수를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갱신 시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 최대 9년 거주를 보장하는 것이다. 여기에 임대인의 재정정보 공개, 보증금 상한 규제, 경매청구권 부여 등 임차인 보호 장치도 신설하거나 대폭 강화했다.
◇ 2+2년 보장했다가, 전세가만 ‘억’ 소리나게 뛰었다
임차인 보호 강화라는 취지와 달리, 해당 법안 공개 이후 업계에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 확대 이후 전국 집 주인들이 전세 매물을 월세로 내놓거나, 전세가를 미리 올리면서 전세 매물이 씨가 마르는 부작용을 경험했다.
실제로 2020년 당시 서울의 경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활발하게 이뤄져 역대급 공급 물량이 쏟아졌음에도, 전세가격이 폭등했다.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2년 후인 2022년 8월 당시, 서울 마포구 공덕동 ‘래미안공덕5차’ 전용 59㎡의 경우 갱신권을 사용했을 때는 6억1000만원에서 6억4000만원으로 3000만원 오르는 데 그쳤지만, 갱신권을 사용하지 않은 경우에는 7억7000만원에 전세 계약을 체결했다.
이후 업계에서는 계약갱신청구권이라는 인위적인 억누르기 정책을 가져왔다가, 시장이 더욱 불안정해졌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결국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면서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당초 입법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 전문가 “최장 9년 현실화하면 전세 시장 지옥 불가피”
전문가는 최장 9년 임대차보호법이 현실화할 경우,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당시보다 훨씬 파급효과가 크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축 공급이 적고, 전세의 월세화 등으로 전세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집 주인들이 물건을 거둬들이면 수요·공급 불균형이 더욱 심화한다는 것이다.
필명 빠숑으로 유명한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은 “최장 9년을 보장하는 법안이 통과될 경우 지금까지 경험한 것 이상으로 전세 가격이 오를 것”이라며 “2020년과 달리, 공급이 적어 파급 효과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어 “강남권처럼 전세가가 높은 곳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며 “세입자가 금관구(금천, 관악, 구로)·노도강(노원, 도봉, 강북)처럼 전세가가 저렴한 지역을 찾으면서 이들 지역 가격이 오르고, 전체 매매 가격을 끌어올리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다”고 했다. /westseoul@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