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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현 모델로 화제였는데…더샵 일산엘로이, 마피 1.7억에도 "안 사요"

    입력 : 2025.10.20 06:00

    입주 3개월 넘은 ‘더샵 일산엘로이’ 마피 매물 속출
    분양가보다 1.7억 떨어져…시행사와 주민 갈등도

    [땅집고] 경의중앙선 백마역 1번 출구를 나와 10여 분쯤 걷자, 지상 40층 규모 초고층 건물이 보였다. 경기 고양시 풍동 풍동2지구에 들어선 오피스텔 단지 ‘더샵 일산엘로이’. 배우 김수현을 광고 모델로 기용해 분양 당시 큰 화제를 모았다. 청약도 흥행했다. 3만명 가까이 몰렸다.

    하지만 입주 시작 3개월여를 넘긴 지금 분위기는 딴판이다. 인근 공인중개사사무소 관계자는 “매수 문의조차 없다”며 “분양가보다 1억원 낮게 내놔도 매수자가 없다”고 했다. 분양가보다 최대 1억7000만원 저렴한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까지 등장했다.

    [땅집고]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풍동 '더샵 일산엘로이'를 가기 위해선 보행육교를 건너야 한다./유지인 인턴 기자

    ◇마피 1억7000만원에도 매수자 없어

    더샵 일산엘로이는 총 3개 단지로 나뉘는데, 지상 최고 42층 8개동에 총 1976실이다. 오피스텔이지만 전용 84~247㎡ 중대형으로만 구성했다. 아파트 대체 주거상품, 이른바 ‘아파텔’로 기획했다.

    부동산 호황기였던 2021년 7월 분양 당시, 인근 아파트보다 비싸게 공급했다. 전용 84㎡ 분양가는 6억3770만~7억9960만원. 당시 풍동 일대 아파트 시세(약 4억8000만원)보다 2억원쯤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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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지난 13일 네이버부동산 기준 매물만 200건이 넘는다. 전용 84㎡ 매물은 최저 가격이 5억350만원이다. 1억원 이상 마피가 붙은 매물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분양가 6억9400만원이었던 전용 84㎡ 매물은 5억5400만원에 나왔다. 분양가보다 1억5000만원 낮은 셈이다. 계약금의 두 배 이상을 포기해야 하는 속칭 ‘더블 계포’ 수준이다.

    [땅집고] 더샵 일산엘로이 전용 84㎡ 매물이 분양가보다 1억7000만원 싸게 나왔다./네이버부동산

    ◇교통·학군 등 인프라 열악

    더샵 일산엘로이는 경의중앙선과 서해선이 지나는 백마역과 풍산역 중간에 있다. 두 역 모두 도보 15분 이상 걸린다. 역세권으로 보긴 어렵다. 경의중앙선은 배차 간격이 길고 지연 도착이 잦아 출퇴근 지옥선으로도 불린다.

    단지가 들어선 풍동2지구 역시 교통·상권·학군 등 인프라가 일산 도심과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A가 지나는 대곡역도 멀다. 두 정거장 떨어져 있다. 풍동에서 영업하는 최모 공인중개사는 “풍동은 아직 중심 상권과 거리가 있고 일산에서 입지 경쟁력이 떨어진다”며 “GTX-A 개통 호재가 있지만 당장 실수요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GTX-A 개통에도 불구하고 일산 부동산 시장은 활기를 찾지 못하고 있다. 부동산정보업체 ‘아실’에 따르면, 더샵 일산엘로이가 위치한 고양시 일산동구의 아파트 매물은 1년 전 4111건에서 올해4715건으로 14.4%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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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행사와 입주민 간 갈등도 불거지고 있다. 당초 시행사는 단지와 경의중앙선 전철 위로 보행육교를 직접 연결한다고 홍보했지만, 실제 시공 과정에서는 구조가 바뀌었다. 현재는 지상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육교로 이어지는 방식이다. 입주민들은 “광고와 달리 단지와 육교가 분리됐다”며 불만을 제기했다. 시행사 측은 “육교 연결부의 경사도가 높아 장애인 이동권 침해 문제가 있어 불가피하게 설계를 변경했다”는 입장이다.

    일산에서 랜드마크로 불리던 대형 프로젝트가 기대와 달리 부진을 겪는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9년 일산 두산위브더제니스는 대규모 미분양 사태로 두산건설을 위기로 몰아넣었고, 백석동의 일산 요진와이시티도 한때 ‘미분양 무덤’으로 불렸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일산의 초대형 단지들은 지역 인프라나 교통 개선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 시장에서 외면받는 경우가 많다”며 “GTX 개통 이후에도 단기간 반등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hongg@chosun.com, you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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