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17 16:25 | 수정 : 2025.10.17 16:46
[땅집고] “평누도는 토허제를 누리지 못했습니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토허제에 포함되지 않은 서울 접경지 고양시 주민들의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구 전체와 경기 광명, 분당, 과천 등 12개 지역(과천, 광명, 수원 영통·장안·팔달, 성남 분당·수정·중원, 안양 동안, 용인 수지구, 하남, 의왕)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정부가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한 가운데, 토허제에 포함되지 않은 서울 접경지 고양시 주민들의 반응이 뜨거워지고 있다.
정부는 서울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구)와 용산구를 포함한 서울 25개구 전체와 경기 광명, 분당, 과천 등 12개 지역(과천, 광명, 수원 영통·장안·팔달, 성남 분당·수정·중원, 안양 동안, 용인 수지구, 하남, 의왕)을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그런데, 지역 별로 정부 대책에 대한 반응이 상반돼 눈길을 끈다. 경기 토허제 지역 주민들이나, 서울 외곽처럼 집값이 크게 오르지 않은 곳의 주민은 “왜 우리가 강남과 똑같은 규제를 받아야 하느냐”고 반발했다. 반면 규제에 포함되지 않은 경기 고양시 주민은 “우리는 진짜 버려졌다”, “규제지역을 피해간 게 찝찝하다”, “신분이 하락한 기분”이란 반응이다. 규제지역으로 지정되지 못한 곳은 투자 가치가 없다는 낙인이 찍혔다는 것이다.
◇ “규제지역 제외, 우리 집은 투자가치 없나” 자조
규제지역을 지정할 때 기준으로 삼는 지난 3개월간의 아파트값 변동률을 살펴보면 고양시는 -0.68%로 집값이 하락했다. 일산동구는 -1.41%, 일산서구는 -1.02%, 덕양구는 그나마 0.04%로 선방했다.
같은기간 경기도 평균이 0.33%이고 규제지역에 지정된 분당이 5.87%, 과천이 4.2%였던 것에 비하면 집값이 정 반대로 흐른 것이다.
한 부동산 커뮤니티에는 커뮤니티에 게시글을 올린 고양시 주민은 “살아보면 장점 투성이”라며 이번 대책을 놓고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그는 “산도 좋고, 천도 좋고, 스타필드도 좋고, GTX도 개통하고, 경기 북부는 절대 사지 말라는데 안 살아봐서 모르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누군가는 “평누도(경기북부 분리와 함께 붙은 명칭인 평화누리특별자치도를 줄인 말)는 토허제도 누리지 못한다”고 했고, 아예 해탈하여 “살기 좋아 집값 연연하지 않고 몸과 마음 편히 사는데 만족하고 있다”는 댓글도 달렸다.
다른 커뮤니티에선 고양시에 대한 평가로 주민들간 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게시글에는 “고양시에 대기업이 없기 때문에 주민의 소득 수준이 경기 남부권 지역에 비해 높지 않고, 고령 인구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 주민은 “그래도 3기 신도시 창릉지구에 분양받은 사람들은 그나마 고소득자”라며 “강남이나 판교 근무자들도 창릉에 사는 것은 합리적 선택”이라고 주장했다. 3기 신도시인 창릉지구는 서울이 가장 가깝고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 노선이 완성되면 강남까지도 30분 이내 도달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또 반박해 “창신병자”, “창룡인”이라고 험한 말로 지적하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또 어떤 이용자는 “경기북부는 전쟁이 나면 초토화하고 한강을 못 넘어 피난도 못가 모두 포로가 되는 동네”라고 비꼬았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1950년대를 살고 있느냐”고 따졌다.
◇ “믿을 건 GTX뿐…삼성역 개통만 하면 집값 부활할 것”
고양시 주민이 이번 규제에 대해 허탈감만 내비치는 것은 아니다. 고양시에 진행 중인 광역철도 노선을 중심으로 규제를 피해 수요가 몰릴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나온다.
실제 고양시에는 지난해 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GTX-A가 개통했다. 경기 파주시에서 킨텍스, 대곡을 거쳐 서울역까지 단 20분만에 연결하는 초고속 열차다. 개통 3개월 만에 운정중앙~서울역 구간 누적 이용객이 360만명, 일평균 3만9321명을 돌파했다.
현재는 노선 중심부는 단절된 채 경기 북부 운정중앙~서울역, 남부 수서~동탄 구간이 각각 따로 연결되어 있지만 내년이면 강남 삼성역을 무정차 통과해 두 노선이 하나로 연결되고, 향후 삼성역에도 정차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강남 삼성역 개통시기가 불확실하지만, GTX가 파주운정역에서 삼성역을 거쳐 수서역에 정차하기만 해도 강남 대치동이나 압구정동 등으로 이동하기 편리해지기 때문에 GTX역세권 주변 아파트는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입지를 갖게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대곡역세권개발사업도 재조명 받고 있다. 작년 국토부는 수도권 5만가구 규모 신규 택지 후보지를 발표하면서, 경기권에는 고양시 덕양구 대곡역세권일대 즉, 내곡동, 대장동, 화정동, 토당동, 주교동 일원 199만㎡(60만평)에 9400가구 주택을 짓는다고 발표했다. 아파트를 포함하긴 하지만, 사업지 전체 면적의 20% 비율로 한정하고, 역 주변에 대기업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대곡역 반경 1km 이내에는 아파트가 전무하기 때문에 역세권 단지가 조성될 때까지는 개발 수혜가 고스란히 화정지구 아파트와 능곡 뉴타운지구 신축 단지에 쏠릴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대곡역에서 한 정거장 거리인 3호선 화정역 역세권단지인 별빛마을7단지 청구현대 84㎡는 이달 7억2500만원에 팔렸다. 마찬가지로 대곡역과 한 정거장 떨어진 경의중앙선·서해선 능곡역 일대 신축단지 ‘대곡역롯데캐슬엘클라씨’ 같은 주택형은 7억6700만원에 주인을 찾았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