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빠른 조기 은퇴, 생활비 120만원 부족…이중고 빠진 한국 노인

은퇴 빨라지고 준비는 늦어
월 350만원 필요하지만 실제 조달 230만원에 그쳐

[땅집고] 한국인들이 꿈꾸는 ‘희망 은퇴 나이’는 평균 65세지만, 실제로는 9년가량 빠른 56세에 은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노후를 준비할 시간은 짧은데 생활비는 부족해 ‘경제적 노후 불안’이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는 지난달 ‘한국인의 노후 준비와 집의 의미’ 보고서에 발간했다. 전국 25~74세 남녀 3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 따르면, 희망 은퇴 나이는 평균 65세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9년 빠른 56세에 일을 그만두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적 노후준비를 시작하는 시점도 평균 48세로 늦은 편이었다. 희망 은퇴 시점까지 남은 기간은 17년, 그러나 실제 은퇴 시점과 비교하면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8년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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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 대비 수준에 대해서는 ‘잘돼 있다’는 응답이 19.1%에 그쳤고, ‘아예 준비가 안 돼 있다’는 비율도 15.2%에 이르렀다. 상당수 중장년층이 경제적 불안 속에서 노후를 맞이하고 있다는 의미다.

생활비 역시 빠듯했다. 은퇴 후 매달 필요한 생활비는 평균 350만원으로 추정됐지만, 실제 조달 가능한 금액은 230만원 수준에 불과했다. 120만원가량의 격차가 생기는 셈이다.

생활비 주된 재원은 연금이었다. 국민연금, 퇴직연금, 개인연금, 주택연금 등 연금 비중이 전체 노후 생활비의 60% 이상을 차지했다. 가구당 평균 2.9개의 연금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절반이 넘는 53.8%가 개인연금에 추가로 가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연금 가입 이유는 ‘노후자금 마련(61.4%)’과 ‘세액공제 혜택(39.0%)’이 주를 이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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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자금 마련을 위한 주택연금 인지도는 92.2%로 매우 높았지만, 실제 가입 의향이 있는 응답자는 32.3%에 그쳤다. 반면, ‘주택 다운사이징(집 규모 축소)’을 통한 노후자금 마련 의향은 59.7%로 상대적으로 높았다.

주택을 줄여 여유자금을 마련할 경우 ‘생활비로 활용하겠다’는 응답이 76.8%로 압도적이었다. 이어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16.7%), ‘투자 금융상품 가입’(12.7%), ‘연금상품 가입’(11.6%), ‘대출 상환’(10.9%) 등의 순이었다. 황원경 KB금융 경영연구소 부장은 “주택을 투자나 상속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노후자금의 한 축으로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그래야 노후 불안을 실질적으로 줄일 수 있을 것이다”고 했다.

한편, ‘에이징 인 플레이스(Aging in Place)’, 즉 오랫동안 살아온 집과 동네에서 독립적이고 안전하게 노후를 보내고자 하는 성향은 더욱 강화됐다. 지난해보다 14.3%포인트 상승한 80.4%의 응답자가 이에 동의해, ‘집’을 단순한 자산이 아닌 노후의 기반으로 인식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youi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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