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03 16:00
[땅집고] 중국 대도시 청년들 사이에서 기묘한 풍경이 나타나고 있다. 헬스장에 운동하러 오는 대신 매트 위에서 깊은 잠에 빠지거나 샤워만 하고 나가는 이들이다. 그 이유는 단 하나, 집세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
중국의 매체 펑파이신문은 최근 중국 베이징 등 대도시에서 20~30대 청년들이 2시간 운영되는 헬스장에서 잠을 청하며 숙박비를 절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운동을 하기보다 요가 매트를 깔고 잠을 자거나 샤워만 하는 식으로 헬스장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월 이용료는 약 200위원(약 3만7000원) 선. 체인의 경우 지역 제한 없이 모든 지점을 이용할 수 있어서 주거지가 없어도 이동하며 휴식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일종의 유목민 생활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최근 베이징의 월세가 6000만위안에서 1만5000위안(110만~270만원), 외곽도 4000~7000위안(약 74만~130만원)에 달한다. 사실상 초임 월급 대부분이 집세로 나가는 구조다. 주거비 부담을 느낀 청년들이 자구책으로 헬스장 숙박을 한다는 것이다.
헬스장 업체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는 “운동 중 짧은 휴식을 제외한 숙박을 목적으로 한 장기 체류를 금한다”는 방침을 정했다. 하지만 청년들이 계속 몰려들어 무용지물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업계에선 우리나라 역시 월세 부담에 청년들이 갈곳을 잃고 있다는 측면에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서울 월세 가격지수는 2021년 말 이후 매월 상승세를 이어왔다. 2021년 말 대비 2025년 8월 서울 월세 지수는 약 15% 이상 상승했다. 강남권 주요 원룸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에 월 90만~12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청년·신혼부부 사이에선 전세를 월세로 전환하는 부담도 커지는 모습이다. 정부는 지난 6.27 대책을 통해 청년 버팀목 전세 대출 한도를 2억원에서 1억5000만원으로 줄였다. 빌라 등 임대사업자들이 받는 전세보증 규제까지 강화하면서 전세 매물은 모두 월세화하고, 월세 자체도 오르는 추세다.
다만 한국은 아직 헬스장보다는 사우나·고시원 같은 대체재가 있어 중국처럼 ‘헬스장 숙박’이 일반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rykimhp206@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