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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즈니·테마파크 짓는다더니…" 부산 노른자땅, 27년째 방치된 까닭

    입력 : 2025.10.10 06:00

    [땅집고] 부산 대표 여행지 광안리해수욕장에서 민락공원을 끼고 1㎞ 정도 걸으면 생활 폐기물과 잡초가 뒹구는 넓은 공터가 나온다. 연두색 펜스 너머로 산책로와 탁 트인 바다, 광안대교가 보여 수십년 전부터 관광 수요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나, 27년간 개발되지 못했다. 최근에는 한 민간 사업자가 디즈니 체험관을 짓겠다고 공언했다가 발을 빼면서 부산시와 부산시의회 간 갈등만 부추기는 상황이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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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부산 수영구 민락동 110-23 번지 일대. 펜스가 둘러싼 공터 뒤로 광안리 바다와 광안대교가 보인다. /네이버지도 로드뷰

    ◇ 광안리 맞닿은 금싸라기 땅 27년째 방치

    논란이 터진 곳은 부산 수영구 민락동 110-23번지 일대다. 1998년 4월 민락매립지 조성 사업 이후 줄곧 부산시 소유였다. 총 6105㎡(1800평)으로, 건폐율 60%, 용적률 400%을 적용받는다. 준주거용지이나, 지구단위계획상 용도가 판매시설로 제한됐다.

    이곳은 ‘옛 청구마트 부지’로 불린다. 1999년 1월 부산에 본사를 둔 금융회사 청구파이낸스가 테마파크를 품은 대형마트 청구마트를 짓기 위해 부산시와 매매 계약을 맺어서다. 그러나 계약 직후 청구파이낸스 부도로 인해 대표와 간부들이 잠적하는 등 이른바 ‘청구파이낸스 사태’가 터졌고, 계약과 개발이 실현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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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땅집고] 부산 수영구 민락동 110-23 번지 일대 위치. /네이버지도

    ◇ 청구 이어 세가·SM·디즈니 유치 다 실패했다

    이후 부산시는 해당 부지를 도시형 테마파크로 조성하고자 했으나, 번번이 매각 불발 결론을 맞이했다. 사업자와 시가 내세운 조건이 맞지 않아 벌어진 일이다.

    2011년에는 일본 엔터테인먼트 회사 ‘세가사미’ 한국 법인이 이 곳에 실내 테마파크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뒤, 현대백화점 부지를 택하면서 사업이 또 무산됐다. 2015년에는 SM타운 건립 이야기가 나왔으나, 이 역시 소문으로 끝났다.

    그러다 지난해 모처럼 해당 부지에 관심을 가진 기업이 나와 분위기가 달라졌다. 한 민간 사업자가 5층 규모 디즈니 체험 시설을 짓고 싶다는 제안서를 낸 것이다. 이 회사는 글로벌 IP(지식재산권)를 앞세워 대형 미디어아트나 전시·체험 공간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시는 문화시설 개발을 위해 해당 부지 지구단위계획을 기존 ‘판매시설’에서 ‘문화집회시설 70%, 판매시설 30%’로 변경하는 등 적극 나섰다. 시는 토지 감정평가 진행 후 공개 입찰로 매각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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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업자 태도 돌변에 ‘닭 쫓던 개’ 처지 된 부산시

    그런데 해당 사업자는 부지 매각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부산시의 노력이 다시 물거품이 됐다. 부산시는 감정평가액이 약 540억 원으로, 공시지가 대비 크게 높아진 점을 유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애초에 실현 가능성이 낮은 제안서를 보고 부산시가 덥석 물었다며 ‘예견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부산시의회에서는 “투자의 실체와 자금력 검증이 부족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왔다.

    반선호 부산시의원은 올해 3월 부산광역시의회 임시회 회의 당시 “디즈니 체험시설 유치를 추진하는 민간업체가 디즈니 판권을 가진 외국 회사와의 계약기간이 2년에 그친다”며 사업 연속성을 지적했다.

    한편, 부산시는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입찰 등 부지 개발 방식을 고민한다는 입장이다. /westseoul@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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