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 2025.10.02 09:49
[땅집고] "소셜믹스 정책 취지는 좋죠. 하지만 분양가구와 임대가구가 한 단지 안에 있다 보니 사소한 갈등은 계속 생기네요."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위례자이더시티 단지에서 만난 입주민 최모씨의 말이다. 위례자이더시티는 분양가구와 임대가구가 한 단지에 섞여 사는 소셜믹스 아파트다. 그는 "단지 내 주차대수나 관리비 문제 등으로 간혹 갈등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단지 내 회의를 개최해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편"이라고 했다.
지난달 28일 오전 경기 성남시 위례자이더시티 단지에서 만난 입주민 최모씨의 말이다. 위례자이더시티는 분양가구와 임대가구가 한 단지에 섞여 사는 소셜믹스 아파트다. 그는 "단지 내 주차대수나 관리비 문제 등으로 간혹 갈등이 있지만 그럴 때마다 단지 내 회의를 개최해 해결해 나가려고 하는 편"이라고 했다.
실제 위례자이더시티 주차 시스템은 분양과 임대 구분 없이 모든 세대에 1대 무료 주차를 제공하고, 추가 1대는 비용을 부담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난 2월 주차관리규정 개정 논의 중 임대가구는 차량 보유율이 낮고 계약면적도 상이하다는 이유로 관리비를 더 부담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이는 별도로 반영되지 않았다.
분양 입주자 최모씨는 "임대가구라고 하더라도 차량 보유 여부나 계약면적과 관계없이 동등한 권리를 보장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며 "해당 내용에 대해서는 현재 별다른 문제없이 잘 해결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다른 입주민 김모씨도 소셜믹스에 대해 긍정적 시각을 보였다. "갈등은 어디를 가나 있는 것이기 때문에 소셜믹스가 특히 더 나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며 "요즘 사람들이 너무 정이 없는데, 소셜믹스라도 해서 함께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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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례자이더시티는 정부가 2030년까지 6만 가구 공급을 목표로 하는 '민간참여 공공주택'의 대표 사례다. 민간참여 공공주택은 LH가 토지를 제공하고 민간 건설사가 설계·시공을 맡는 방식으로, 2012년 도입돼 현재까지 10만 가구가 추진됐다. 위례자이더시티는 2020년 GS건설 컨소시엄이 준공한 최고 23층, 11개 동 총 800가구 규모다. 2021년 분양 당시 84㎡ 분양가는 7억원대 중후반으로 주변 시세보다 6억원 저렴해 약 600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9월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위례자이더시티를 방문해 '디자인과 품질이 민간 주택과 다르지 않다'는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상가배치 엉망에 상가 텅텅
민간참여 공공주택이 정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위례자이더시티 입구 상가는 상권 활성화 측면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식당, 편의점 등 다양한 가게가 있어야 할 곳에 부동산 3곳만이 간판을 달고 영업하고 있었다. 상가를 지나가는 사람은 30분 넘게 단 한 명도 없었다. 한 부동산업소 관계자는 "LH가 개입하다보니 상가 배치 단계에서 문제가 있는 것 같다"며 "이런 부분들이 개선되면 단지 전체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상가 옆 아파트 단지 입구에 자리한 공공어린이집은 공공주택의 사회적 기능을 보여주는 사례다. LH가 주도하는 공공주택 사업은 공공어린이집 등 필수 공공시설을 포함해야 하는데, 이는 지역 내 보육 인프라 확충에 기여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다. 다만 공공어린이집은 맞벌이 부부, 다자녀 가정 등을 우선 선발하는 경우가 많아 일부 입주민들은 입소 기회가 제한적이라는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민간 브랜드로 품질 만족도 높아져
입주민들도 품질이나 디자인을 고려했을 때 이 인근에서 가장 잘 조성한 단지인 것 같다는 의견을 보였다. 실제로 현장을 방문했을 당시 다른 민간 아파트와 조경, 산책로, 휴게공간 등 구성과 디자인에서 차이가 느껴지지 않았다. 단지 내 부동산업소 관계자도 "위례자이더시티는 공용공간에 냉방시설도 잘 되어 있고, 그 외 사소한 것들에도 신경 썼다는 게 보여서 이 근방에서는 젊은 층이 제일 선호하는 아파트"라고 전했다.
물론 서로 다른 주거 형태에서 오는 갈등 요소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아파트 단지 운영 권한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대표적이다. 800가구 중 LH 임대 140가구는 의결권이 없어, 일부 임차인들이 단지 운영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분양 거주자들은 "재산권 차이에 따른 구분"이라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으나, 분양 가구와 임대 가구가 모두 참여하는 회의를 주기적으로 개최하는 등 상호 이해의 기회를 넓히고자 노력하는 분위기였다.
◇공사비·자재 규격의 현실화 과제
대기업 브랜드 아파트의 지속적 참여를 위해서는 공사비 현실화가 필수적이다. LH 낙찰률이 70~80%대에서 작년 94%로 올랐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게다가 LH는 부채 160조원에 택지 민간 매각 금지까지 겹쳐 공사비 인상 여력이 제한적이다.
LH 표준시방서 적용으로 민간 건설사의 고급 사양 반영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자재는 조달청 관급자재나 승인자재만 사용할 수 있어 민간 건설사가 원하는 브랜드 수준의 마감재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소셜믹스는 사회 통합을 위한 중요한 정책이지만, 공사비 현실화와 자재 선택권 확대 등을 통해 실질적 품질 향상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ori@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