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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만큼 차이 나는 가족여행 경비"..괌 한 끼 30만원 vs 보홀 하루 6만원

    입력 : 2025.10.02 06:00

    [땅집고] 올 여름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했던 20대 김모씨. 북마리아나 제도의 괌이나 사이판 대신 필리핀 보홀을 택했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여행 경비 때문이다. 한 끼 식사값만 봐도 비용 부담이 극명하다. 4인 가족 기준 괌에서 바비큐로 저녁 한 끼를 먹는다면 약 30만원. 하지만 보홀은 음식 종류와 관계없이 하루 식비 전체가 6만원(3000페소)에 불과하다. 김씨는 "괌·사이판과 마찬가지로 스노클링과 자연경관을 즐길 수 있으면서도 식비, 쇼핑 비용이 훨씬 저렴한 필리핀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최근 몇 년 사이 괌·사이판을 찾는 한국인 관광객이 줄고 있다. 환율과 물가, 자연재해, 항공편 축소까지 악재가 겹치면서 전통적인 가족 휴양지가 동남아시아 대체지로 빠르게 밀려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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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율 오르고 물가 뛰자, 두 배 오른 햄버거값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오른 달러 환율은 괌·사이판 여행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9년 초 110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29일 기준 1400원까지 치솟았다. 과거 7000원이면 사 먹을 수 있었던 괌의 맥도날드 빅맥 햄버거 세트는 이제 1만3000원까지 올랐다. 불과 15분 거리 택시비는 4만원을 훌쩍 넘는다. 최근 괌을 방문한 여행객 이모씨는 "2명이서 3박 4일 동안 약 400만원 정도를 썼는데, 유럽에서 5박 6일 동안 600만원을 썼다"며 "동남아인데 물가는 유럽과 비슷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땅집고] 사이판과 괌을 방문하는 관광객(한국인 관광객 포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 환율 상승으로 인한 경제적 비용 부담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마리아나관광청

    같은 미국령인 사이판도 마찬가지다. 이에 괌·사이판처럼 휴양지의 장점은 그대로 갖고 있지만 상대적으로 비용이 저렴한 베트남, 필리핀 등이 새로운 대체 여행지로 부상하고 있다. 마리아나관광청에 따르면 지난해 사이판 방문객은 34만명으로 2019년(57만명) 대비 약 40% 감소했다. 괌도 같은 기간 153만명에서 75만명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특히 한국인 관광객은 사이판에서 29%, 괌에서 51%나 감소했다.

    ◇자연재해 트라우마 ‘괌옥’ 오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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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솟는 물가 외에도 괌·사이판 여행객 감소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먼저 태풍, 폭우 등 잦은 자연재해가 여행객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았다. 2023년 태풍과 폭우 피해가 대표적이다. 이듬해부터 한국인 여행객이 급감했다. 괌과 사이판 섬은 태평양 한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특성상 태풍 피해를 고스란히 받는다

    [땅집고] 2023년 태풍 '마와르' 피해를 입은 괌의 한 리조트./괌 여행 관련 네이버 카페

    2023년 괌을 강타한 ‘마와르’ 태풍이 대표적이다. 당시 태풍으로 정전과 침수 피해가 발생하며 투숙객들이 호텔 로비에서 밤을 지새웠고, 3000명이 넘는 한국인 관광객이 ‘괌옥(괌+감옥)’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낼 만큼 발이 묶이기도 했다. 같은 해 7월 사이판에도 폭우가 쏟아져 도로가 물에 잠기며 관광 시설 운영에 차질이 생겼다. 여행 커뮤니티에는 “태풍 시즌이 아닌데도 폭우가 잦아 불안하다”는 글이 여전히 올라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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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공 노선도 축소, 접근성 악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항공 노선도 불안정해지며 접근성마저 나빠졌다. 관광객이 줄어들자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수익성 악화로 노선 축소에 나선 탓이다. 현재 사이판 노선은 티웨이항공과 제주항공 등 LCC만 운항 중이며, 괌 노선도 에어서울, 진에어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항공은 올해 3월 인천-괌 노선을 13년 만에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운행을 중단한 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처음이다. 재개 시점은 불투명하다. 티웨이항공도 다음달부터 약 한 달간 괌 노선 운항을 잠정 중단한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괌 항공 노선 이용객 수는 37만 명으로, 2019년 같은 기간(67만 명) 대비 절반 가까이 줄어든 상태다.

    괌 정부관광청은 예산 70억원을 투입해 항공 노선 운항 항공사에 재정적 지원을 하는 등 관광객 유치에 나섰다. 또한 전체 관광객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한국 시장을 겨냥한 신규 캠페인 ‘여기가 바로 마리아나’를 발표하며 스포츠, 레저 관광 상품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현지 업계는 더욱 적극적인 지원을 호소한다. 북마리아나 호텔협회 데니스 서 회장은 “침체된 관광 산업을 회복하려면 긴급 지원이 필요하다”며 “한국 시장에만 의존하지 말고 중국, 일본 등 더 많은 국가에서 오는 항공편을 늘려 관광시장을 다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ori@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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