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복 메뉴 건너뛰기 (컨텐츠영역으로 바로 이동)

"재건축 조합장 하면 깜빵간다?" 옛말…'성과급 100억설'에 역대급 경쟁

    입력 : 2025.10.02 06:00

    [재건축 조합장의 세계②] 전문직, 대기업 전현직 고스펙자 대거 유입…달라진 조합장 위상

    [땅집고] “과거에는 조합장 하면 무조건 ‘뒷돈 받아 깜빵 간다’며 안 좋은 이미지가 강했죠. 그런데 고스펙 조합장이 사업을 투명하게 성공시키는 사례가 나오면서 인식이 달라졌습니다. 명예를 살리면서도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점, 부동산에 대한 국민적 관심, 은퇴 이후의 새로운 직업이라는 요소가 맞물리면서 고스펙 인사들이 도전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땅집고] 작년 7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펜타스' 아파트 주변에 재건축 조합장에게 58억원의 성과급을 지급하는 결정에 반대하는 내용의 현수막이 걸려있다. /박상훈 기자

    과거 재건축·재개발 조합장은 ‘되면 큰돈을 벌지만 감옥살이를 각오해야 한다’는 부정적인 인식이 강했다. 그렇다보니 자연스럽게 고스펙자보다는 단지 내 사정을 잘 아는 세탁소·마트 사장 등 일반 주민들이 주로 조합장을 맡아 왔다. 하지만 최근 변호사·변리사 등 전문직, 차관 출신 고위 공무원, 대형 건설사 임원 등 고스펙 인사들이 속속 조합장이 되고 있다.

    조합장은 재건축·재개발 사업 대표로서 인허가와 건축 절차를 총괄하는 자리다. 조합 대표이자 의장으로서 사무를 총괄하고, 시공사 선정·협력업체 계약·건축심의·사업시행계획 인가·분양신청·관리처분계획 인가 등 복잡한 절차까지 책임진다. 사업 규모만 5000억~1조원에 달하는 경우가 많아 전문가들은 재건축·재개발 조합장을 사실상 ‘중견기업 CEO’급이라고 본다.

    단위가 큰 사업에 권한이 막강하다 보니 유혹도 많다. ‘재건축 조합장은 반드시 감옥에 간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다. 이처럼 책임이 막중함에도 사람들이 조합장에 도전하는 이유는 ‘돈’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조합장 연봉은 연간 1억원 안팎, 판공비는 최대 2억원에 달한다. 조합장은 인사권·예산권을 사실상 독점하며, 지자체장·지방의원 등 정치권과의 접점까지 넓힐 수 있다. 최근 몇 년 간 일부 강남권 ‘스타 조합장’이 인센티브로 50억~100억원을 챙겼다는 소식이 돌면서 조합장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대표적인 ‘스타 조합장’으로 꼽히는 장영수 개포 디에이치아너힐즈 조합장은 “죄 짓지 않고 정상적으로 사업을 하면 문제될 게 없다는 걸 증명한 이후 조합장에 대한 인식이 확 바뀌었다”며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하면 조합원들의 신망과 명예가 따라오고, 경우에 따라선 경제적 보상까지 기대할 수 있어 지원자가 늘어난 것 같다”고 말했다.

    ☞등록·검색·입찰·EXIT까지 한번에 되는 플랫폼, NPLatform 실시간 AI 분석 리포트 제공

    /그래픽=양진경

    최근 고스펙자의 대거 유입과 더불어 젊은 피 수혈이 재건축·재개발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로 꼽힌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예전엔 은퇴자들이 집에만 있기보다 새로운 역할을 찾고 싶어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은 고스펙 30·40대 현직자들까지 재건축 사업에 뛰어드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제로 현직 변호사·회계사·대기업 직원 등이 본업을 유지하면서 추진위원장을 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추진위원장은 겸직이 가능해 ‘조합장 예비 무대’로 불린다. 업계 관계자는 “추진위 단계부터 경험을 쌓고 인지도를 확보해 조합장으로 직행하려는 전략형 인사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에 재직 중인 한 40대 재건축 추진위원장은 “부동산 공부를 하다 보니 관심이 커져서 직장 생활과 병행하고 있다”며 “나중에 조합장이 되면 퇴사 후 올인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했다.

    위상이 높아지면서 조합장 선거는 과열 양상을 띤다. 2주 남짓한 선거 기간 동안 후보자들은 정책 비전보다는 혈연·지연에 의존한 표심 공략에 집중한다. 수백~수천 명 규모의 조합원 표심을 잡기 위해 돈이 좌우하는 경우가 많아 “5억 쓰면 당선, 4억 쓰면 낙선”이라는 속설까지 나온다. 한 조합 관계자는 “예전엔 동네 토박이나 은퇴자들이 맡았다면, 지금은 젊은 전문직·기업인까지 합류하면서 조합장 선거도 ‘스펙 경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 pkram@chosun.com



    이전 기사 다음 기사
    기사 목록 맨 위로